1998년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의 10년 주기설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사다. 최근 기업의 부채 급증, 불황의 신호로 해석되는 미국 국채 장단기 이자율 역전, 미국 S&P 500 기업의 적자 전환, 중국의 낮은 성장률 그리고 유럽의 경제 엔진으로 간주되던 독일의 마이너스 성장, 미국의 신용카드 이자율 상승 등 불황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청와대에서는 악화되는 경제 심리를 진정시키고자 ‘기초는 튼튼하다’고 장담했지만, 금융 시장과 산업 현장은 이미 경기 침체 또는 하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제 경영자들에게는 경기 침체를 대비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이슈가 아니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의 과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 당시와 불황 이후 회복기의 기업 성과를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불황기에는 동일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거의 비슷한 매출 감소를 경험하지만 불황이 끝났을 때의 성과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즉 소나기가 올 때는 모두 젖지만, 불황 이후 급속하게 회복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불황에 앞서 구조조정으로 원가 절감을 강하게 실현했다는 특징이 있다. 불황기에 확보된 원가 경쟁력은 시장이 회복하면 큰 보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회복 탄력성이 있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과 비교해 매출 감소는 유사하지만 세전, 이자 지급 전 이익(EBITA)은 큰 차이가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심했던 2009년 산업의 EBITA가 평균 15% 감소한 반면 회복 탄력성이 큰 회사는 같은 기간에 반대로 10% 증가했고 그 위기 이후에 주가와 기업 성과가 크게 회복됐다는 것이다. 불황 이전에 선제적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했고 불황 당시 더 강한 긴축 재정을 추진했던 결과다. 또 기업 조직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감했을 때 원가 경쟁력 확보의 실행이 더 용이했다는 것도 보여줬다.


불황 당시 대부분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지만, 불황 이후 급속하게 회복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따로 있다.
불황 당시 대부분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지만, 불황 이후 급속하게 회복하고 주가가 급등하는 기업이 따로 있다.

회복 탄력성이 있는 기업의 두 번째 특징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들 기업은 순자산 규모만큼의 부채를 줄이는 재무구조 조정을 한 기업들이다. 반면에 회복 탄력성이 없는 기업들은 불황 시 거꾸로 순자산의 세 배에 해당하는 부채를 키운 기업들이다.

세 번째 특징은 중요한 고객을 충실하게 관리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불황기에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면서 불황으로 직업을 잃을 경우 자동차를 반환할 수 있는 선택을 준 것은 탁월한 마케팅으로 꼽히고 있다. 원가 절감이 고객 이탈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어려운 노력과 세심함이 불황기 경영자에게 절실한 이유다.

경영 전략의 대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을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두 개의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에 비유한 적이 있다. 성장이 유리한 태양에 가까울 때는 성장 전략에 주력하고 생산성, 즉 원가 절감이 중요할 때는 생산성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시장 상황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것이다. 지금 대부분 산업은 생산성에 집중해야 하는 하강 국면에 있다. 이 초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경기 회복 시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통상적인 노력으로는 기업의 원가 절감이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왔다. 우리 경영자들이 전보다 더 지혜롭고 다양한 원가 절감과 재무구조 조정 방안을 탐색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