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가파르던 디램(DRAM) 가격 내림세가 조금씩 완만해지고 있다. 또 낸드플래시 일부 품목 가격이 반등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물론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 새로운 반도체 공급 계약이 어떤 가격으로 체결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일부 반도체 가격이 반등했기 때문에 내린 섣부른 결론은 아니다. 일부 반도체 가격 반등을 제외하고도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이유는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수출량이다. 지난 1월 이후 반도체 수출량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격 하락의 충격을 일부분 상쇄시켰다. 7월에는 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앞으로도 반도체 수출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이런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올해 2분기 데이터센터 관련 설비 투자 지출은 전 세계에서 2%가량 줄었다. 이 통계만 보면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계 내용을 한 꺼풀 벗겨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 외 아시아(+2%), 유럽과 중동·아프리카(+3%)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중국에서만 37%의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가 감소하면서 전 세계 지출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인 것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일시적으로 투자를 미룬 것일 뿐이다. 미국 정부가 인텔이나 AMD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의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했고 중국 정부도 미국 기업의 제품을 사지 못하도록 하면서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도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해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기업들의 핵심 비즈니스인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게임 산업은 데이터센터가 필수이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이 끝나면 데이터센터에 대한 설비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의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 때문에 지금까지는 데이터센터에 소극적으로 투자했을 가능성이 큰데 앞으로 국제 정세가 개선되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때 반도체 수요가 양적으로 늘어나리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반도체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가격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 반도체 가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반도체 가격에 대한 몇 가지 오해부터 풀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반도체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2010년대 중반의 반도체 가격 흐름은 매우 드문 경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올해 반도체 가격이 다시 하락하고 그 것이 이전의 가격 상승 모습과 극명히 대비되며 시장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올해 시장 상황은 미·중 무역전쟁과 인텔의 신제품 발매 지연과 같은 외부적인 이유로 과열됐던 반도체 수요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하다.

두 번째로 살펴볼 점은 올해의 가격 하락세도 과거 디램의 가격 변동 추이를 봤을 때 시장이 견뎌내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9년 1월 512Gb(기가비트) DDR2(2세대 이중 데이터 전송 방식을 말하며 뒤에 붙는 숫자가 커질수록 반도체의 데이터처리 속도가 빨라짐) 기준 디램 가격이 0.6달러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 이는 3년 만에 무려 10분의 1수준으로 추락한 가격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자 ‘반도체 치킨게임’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최근의 반도체 가격 하락은 이 당시와 비교하면 업계가 충분히 감내할만한 수준이다. 현재 살아남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그 시절의 혹독했던 가격 하락을 버텨냈다.

마지막으로 지금이 DDR4에서 DDR5로 넘어가는 세대 전환기라는 점도 반도체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국내 디램 업체들은 일찌감치 차세대 표준인 DDR5 양산에 돌입하고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DDR5가 양산되면 디램의 평균 판매 가격은 상승하고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더 향상된 성능의 데이터센터 설립을 원하는 기업의 투자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일각에선 디램 가격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8월 들어 반도체 가격 하락이 멈춘 것은 일본이 주요 반도체 생산국인 한국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규제로 반도체를 공급받는 것이 불안해진 각국 기업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가격 하락이 멈췄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4분기 디램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더라도 반도체 시장이 다시 침체될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가격 하락은 언젠가는 멈출 것이고 가격 하락이 멈추면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설비 등에 투자를 미뤘던 기업들이 반도체를 사서 투자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반도체 시장의 위기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은 이 위기가 이번에도 극복될 것’이라는 확신에 관한 이야기다. 섣부른 판단도, 장밋빛 미래만을 이야기하는 낙관도 모두 조심해야 할 시기이지만, 비관적인 해설들로 실체보다 부풀려진 공포는 피해야 한다. 물론 여전히 미·중 무역전쟁이나 일본의 무역 제재 등 녹록지 않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도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가격은 계속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업황 반등 소식을 기대해본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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