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해 왔고, 지금도 대기업의 핵심은 대부분 제조업이다. 정부도 경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희망 사항을 말한다. 이번 정부도 비메모리, 수소 산업, 의료 바이오 산업 등 대통령이 산업 단지를 방문할 때마다 육성하겠다는 산업이 늘고 있고,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업 강국을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제조업에 정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 독일, 일본, 중국과 같은 후발 산업화 국가가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킨 것에는 선발 선진국과 다른 이유가 있다. 제조업에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이런 나라에서 제조업의 높은 기여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르네상스, 제조업 중심 사고로는 우리 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선 고소득 국가에서 제조업은 고용 비중이 너무 낮아서 가장 중요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선진국의 제조업 고용 비중은 미국, 영국이 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앞으로 계속 낮아질 것이다. 제조업의 자동화, 문재인 정부의 생산성을 넘는 인건비 인상 정책 그리고 값싼 노동력을 찾아가는 해외 공장 이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선진국들은 2000년대부터 국민총소득(GNI)이 국내총생산(GDP)보다 월등히 커지면서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는 경제로 근원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해외 투자로 인해 배당이자, 이자 등 자본수지 흑자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그런데 선진 경제 대국 중에서도 세계 경제보다 성장을 빨리하는 성장 국가가 있는가 하면 그 비중이 축소되는 경제도 존재한다. 한국은 오랫동안 성장률이 높은 국가였고, 독일과 일본은 반대로 성장률이 급격히 축소되는 나라에 속한다. 성장 경제로는 스위스, 싱가포르,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들이 있다.


서비스업의 글로벌화와 이를 지원하는 디지털 혁신이 없으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서비스업의 글로벌화와 이를 지원하는 디지털 혁신이 없으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반면 제조업 강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과 독일이 매우 부진하고 미국은 그 압도적인 경제 크기로 세계 경제에서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수출 가능한 서비스업의 기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와중에 우리나라의 좋은 부동산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에 매각됐다. 이때 부동산 계약서와 법률 서비스로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챙겨간 미국의 글로벌 부동산 회사와 변호사들이 있다.

선진국 기업들은 지적 자산으로 많은 로열티 수입을 얻고 있고, 이제는 내수 산업이라고 인식되던 택시나 숙박 서비스도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일정 부분 수입은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바로 가버린다. 스타벅스의 커피를 즐기는 순간 서비스 매출의 일부는 미국 기업의 수입이 된다. 지금 선진국 중에 경제가 견조하게 성장하는 나라는 이러한 국경을 넘는 서비스업이 다양하게 성장하는 나라들이다.

제조업이라도 물건을 한 번 팔고 마는 회사와 판매한 상품이 후속 서비스 매출의 미끼가 되는 회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서비스업의 글로벌화와 이를 지원하는 디지털 혁신이 없으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모든 산업은 서비스 사업화가 가능하다. 국경을 넘어 글로벌 서비스화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 늪에서 헤맬 수밖에 없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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