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12월 18일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개혁·개방을 천명했다. 이후 중국은 무역 대상을 비(非)공산권 국가로 확대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 이에 외국 자본과 선진 기술이 중국으로 밀려들었다. 40년이 흐르는 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중국 기업도 출현했다. 중국 경제는 무엇보다도 무역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광둥성의 선전 등 4개 도시를 경제특별구역(경제특구)으로 지정하고 수출입 관세 면제 등의 정책을 편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13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도 무역 규모가 늘어난 배경 중 하나다. 그러나 필자들은 중국이 아직도 세계 시장에 제대로 편입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중국에서 유통되는 외국 자본이 10% 미만이라는 점을 예로 든다. 필자들은 중국과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중국이 세계 시장에 융화되기 위해선 지금과 다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과 상품, 자본 등을 거래하는 상대 국가가 ‘이 거래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가 중국에 유리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인식한 데서 출발했다는 것이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난 배경 중 하나라는 것이다.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최고연구위원샤오 겅(Xiao Geng)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교수(왼쪽부터)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 최고연구위원
샤오 겅(Xiao Geng)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교수(왼쪽부터)

1980년대 이후 중국은 ① 경제특별구역(경제특구)에서 개혁·개방 정책을 실험한 뒤 이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폈다. 그 덕에 중국 경제는 성장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2년 만인 2013년, 세계 최대 무역국이 됐다.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38%로 미국(27%)을 앞질렀다.

금융 시장에서는 홍콩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중국 정치인은 중국 거래소와 관련 규제가 금융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할 때만 외국 자본을 수용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중국은 홍콩에 대한 독특한 지위를 이용했다.

중국 국영기업은 지난 20년 동안 홍콩 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했다. 홍콩이 낮은 세율과 강력한 법치 체계를 갖췄다는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홍콩은 중국 본토와 역외 시장(세율 및 규제가 유리한 곳) 완충 지대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홍콩은 중국 금융 시장이 외국 자본에 문을 여는 자유화 정책을 펴는 촉매제 역할도 했다. 그사이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가 됐다.

이런 정책 덕분인지 중국이 세계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2004년 세계 채권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미국 42.2%, 유럽연합(EU) 26.5%, 일본이 18.7%를 차지할 때였다. 그러나 2018년 말 기준 중국은 세계 채권 시장의 12.6%를 차지했다. 미국, EU, 일본 비중은 각각 40.2%, 20.9%, 12.2%로 감소했다.

세계 주식 시장에서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2004년 1.2%에서 2018년 8.5%로 증가한 것이다. 홍콩 자본까지 포함하면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로 더 커진다. 같은 기간 미국 자본은 45.4%에서 40.8%로 줄었다. EU는 16.3%에서 10.8%로, 일본은 16.3%에서 7.1%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 시장에 제대로 편입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컨설팅 기업 ② 매킨지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은 111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매출의 80% 이상을 중국 안에서 거둔다. 중국 은행·주식·채권 시장에서 돌고 있는 자본 중 외국인 소유 비중은 6% 미만이다. 게다가 해외 자본이 중국 시장에서 지분을 늘리기에는 장벽이 있다.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무역·금융·문화(사회적 가치, 종교, 정치적 신념을 포함)적으로 세계 시장에 편입돼 왔다. 그러나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택하면서 중국은 지금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게 됐다.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 융화되길 바란다면 최소한 우리가 말하는 4대 과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국가 부채를 조절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③ 중국의 국가 부채는 5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중국의 국가 부채 규모는 GDP의 300% 이상으로, 선진국 수준이다. 중국의 높은 저축률을 고려하면 더 많이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부채에 따른 위험을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 중국은 위안화가 국제 시장에서 더 많이 유통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위안화가 국제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외환거래액 중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그쳤다. 미국 달러화(44%), EU 유로화(16%), 일본 엔화(8.5%)가 위안화보다 많이 쓰인다.


중국 광둥성의 선전 전경. 사진 블룸버그
중국 광둥성의 선전 전경. 사진 블룸버그

세 번째, 중국은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현재 ④ 경상수지 흑자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 내에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국내 시장의 자본 유출과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엇비슷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미국 등은 중국이 타국과 상품·자본·데이터·사람·문화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 불공정한 거래를 한다고 여긴다. 중국이 타국에 미치는 영향보다 중국은 영향을 덜 받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이유 역시 이런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9월 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이 미국 기술·인프라·부동산 관련 거래에 투자할 경우 CFIUS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에 미국의 기술이 유출되거나 미국 기업이 해외 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 규칙은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 중 하나로 펼치고 있는 경제특구 확대 정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지방 도시 일부를 새로운 경제특구로 설정했다. 이들 도시는 개혁·개방 정책을 펴는 시험대 역할을 한다. 중국은 새롭게 경제특구로 지정한 도시가 홍콩처럼 세계에서 통용되는 무역·금융 규칙을 받아들여 점차 세계 시장에 편입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가 세계 시장의 무역·금융·지식 네트워크와 연동하도록 하려면 중국 정부는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대담하고 똑똑하며 혁신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경제특구가 앞으로도 중국의 평화로우면서도 번영하는 미래를 향한 통로가 될 수 있다.


Tip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 정책 초기 단계였던 1979년에 광둥성의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와 푸젠(福建)성의 샤먼(厦門) 등 4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4개 도시는 개혁·개방의 경험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시범 도시 역할을 담당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도시에서는 100% 외국 자본으로 이뤄진 기업에 대한 인허가가 허용됐고 수출입 관세가 면제됐으며 기업이나 개인이 자유롭게 국외로 송금할 수 있는 등의 특혜가 주어졌다. 외국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면서 개혁·개방 초기의 수출 주도형 경제 발전 체제를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매킨지’가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명단을 보면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7년 22개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은 2018년 111개로 5배가 됐다. 이는 미국(126개)보다는 적지만 한국(16개) 기업 수의 6배 이상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국 기업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세계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중국 기업의 평균 해외 매출 비중이 1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중 70%가 국영 기업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7월 발표한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총 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GDP의 303%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97%에서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중국 총 부채는 40조달러(약 4경7000조원)가 넘는다.

상품·서비스의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은 경우다. 중국 물가와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이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증가한다. 반대로 중국의 소득과 소비가 증가하거나 외국으로부터 수입이 증가하면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미국 관계 부처 합동 위원회다. 만약 미국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CFIUS는 해당 거래의 중지는 물론, 원상회복까지도 요구할 수 있다. CFIUS는 2016년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자회사를 포함한 독일 기업 아익스트론(Aixtron)을 중국 기업이 인수하려는 시도를 불허했다. 2018년에는 싱가포르 회사인 브로드컴이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저지하는 등,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