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월 13일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 국면에 빠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그 근거로 매년 두 차례씩 공개하는 글로벌경제회복지수(TIGER·Tracking Indexes for the Global Economic Recovery)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타이거지수는 선진국과 신흥국 등 나라별 실질 경제 활동 지표, 금융 지표, 기업 신뢰지수, 소비 심리지수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연구소가 공개한 지표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 성장률은 2018년 고점을 찍은 이후 나란히 하락세를 보인다. 선진국과 신흥국 타이거지수 모두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연구를 진행한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나라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코넬대 응용경제경영학 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위안화의 부상(Gaining Currency)’ 저자 공동 필자 이단 우(Ethan Wu) 코넬대 학부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코넬대 응용경제경영학 교수,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위안화의 부상(Gaining Currency)’ 저자 공동 필자 이단 우(Ethan Wu) 코넬대 학부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synchronized stagnation)’ 국면에 빠지고 있다. 주요국 경제가 약세를 보이고, 다른 나라 경제가 거의 성장하지 못하거나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 세계 경제가 ①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정책 입안자들이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할 의지도, 효과적인 거시경제적 부양책을 쓸 여지도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부활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말이다.

경제 둔화 원인은 쉽게 정리된다. 지금도 진행 중인 무역 긴장, 불안정한 정치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부양책 효과에 대한 우려 등이다. 이 요인은 기업 경영과 소비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기업 투자가 줄고 생산성도 나빠졌다.

국제 무역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최근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1.2%로 내려 잡았다. 심지어 대표적인 경기 선행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8월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인 2501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이 수치에서 30% 빠진 1806까지 떨어졌다. 무역 활동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꺼진 것이다.

세계적인 불확실성 탓에 대부분의 통화와 비교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인다. 달러화 강세는 일부 국가 경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 자본 유입이나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는 달러화 강세가 경제적 압박 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달러화 강세로 글로벌 환율 전쟁 리스크가 함께 커졌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표가 암울한 것은 아니다. 경제에 활력이 사라진 독일에서조차 노동 시장이 아직 견고한 수준이고, 주요국 가계 소비도 활발한 편이다. 게다가 9월 급등한 탓에 우려가 컸던 유가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국가별로 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우선 미국 경제는 양쪽으로 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고용 시장과 가계 소비는 여전히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부진하다.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과 긴장 관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 신뢰지수와 수익·투자가 악화하고 있다.

유럽은 나라별로 상황이 엇갈린다. ② 독일은 리세션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 부양 카드를 꺼내 들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 몇몇 회원국 경제는 약세에서 일부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 지표는 약하지만, 성장세는 완만하고 고용 시장 역시 활발하다.

일본은 세계 수요 약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소비 지출 감소, 저(低)물가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실물 경제와 금융 시장 모두 취약하다. 기업·소비 심리지수 모두 급락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의 구조적, 인구통계학적, 재정적 문제와 함께 경제 약세 장기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무질서한 브렉시트 가능성, 이를 두고 계속되는 정치권 혼란 등에 대한 공포가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제 관련 지표는 움직임이 없거나 최소한의 성장세만 보인다.

분명한 것은 선진국의 저금리가 최근 유가 하락세와 함께 일부 신흥국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취약한 세계 수요와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각국의 정치 리스크와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다.


선진·신흥국 경제 모두 ‘빨간불’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 초창기에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명백하게 둔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갈등에 대한 지속 가능한 수준의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기업 활동과 민간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위안화 가치는 ③ 질서 정연하게 절하됐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또 정부 역시 더 많은 재정·통화 부양책을 쓸 여지가 있음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부양에 따른 장기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 경제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신용 경색과 가계 소비 약화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외국인직접투자(FDI) 제한 완화, 금리 인하 등의 카드를 내밀었지만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 경제 개혁에 대한 정부 비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몇 가지 조치로 민간 투자가 부활할 가능성은 작다.

사실 경제 위기는 주요 신흥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브라질 경제는 최근 수개월 동안 무역·고용 등이 정체하면서 리세션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도 대부분 지표에 따르면 경제가 제로(0) 성장세를 보인다. 멕시코 역시 2분기 경제 성장률이 0%를 기록했다. 이 세 나라 경제에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부분은 민간 부문 신용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면 정부는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 부양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재정과 통화 정책을 잘 조절하는 한편 장기적인 성장세로 나아가기 위해 더 광범위한 구조 개혁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을 보이는 정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결국 통화 정책 홀로 경제 성장세를 지탱하는 짐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이는 감당하기 어렵고 지속 불가능하다.

초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은 금융 시스템을 더 취약하게 만들 뿐이다.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만약 정부가 구조 개혁과 신중한 재정 부양책을 약속하지 않는 한 이런 불공평한 관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기 침체는 지속될 것이고 어쩌면 훨씬 더 나쁜 결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Tip

리세션은 경기 후퇴를 말한다. 보통 2분기 연속으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를 일컫는다. 침체는 실질 경제 성장률이 0이거나 낮은 수준의 성장이 지속될 때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최근 공개한 월간 보고서에서 3분기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자동차 산업 부진 영향이다. 독일 경제 성장률은 2분기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공식적으로 리세션에 빠지는 것이다. 이는 6년 만에 처음이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8월 7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에 나선 것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