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프로를 이겨 인공지능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지 3년이 돼 간다. 글로벌 대기업이 IBM의 왓슨 의료 진단·치료 권고 시스템과 같은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에 투자한다는 소식도 전혀 새롭지 않은 일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정보기술(IT) 이외의 산업이나 중소·중견기업은 인공지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일부는 아직도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의 이야기로 치부한다. 실제 인공지능의 역사는 높은 기대와 이어지는 실망을 반복해 왔다.

최근 과거 닷컴 시대만큼 벤처 투자 붐이 일고 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에 기반하고 있다. 수많은 활용 사례와 새로운 응용 시도도 쏟아지고 있다. 회사가 인공지능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우선 회사의 업무에 대해 인공지능 기능을 활용한 자동화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과거에 업무 혁신 또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로 불리던 것이 인공지능 기능이 보강돼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라고 불리면서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인건비 인상 요인에 따라 수익성 압박이 커진 기업과 오류가 심한 업무, 위험 관리 대상 업무 등에 먼저 적용되고 있다.

업무 효율화를 넘어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응용 분야는 ‘챗봇’이다. 문자와 음성으로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응용 프로그램은 작은 기업도 콜센터를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구현한다. 고객을 상대하는 감성 노동자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신해 노동자의 정서적 향상에도 기여한다.

챗봇으로 새로운 혁신을 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레모네이드라는 스타트업은 챗봇을 이용해 영업사원 ‘제로(0)’ 보험사를 구현하고 있다. 챗봇이 직접 고객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보험료 청구를 심사해서 판단한다. 루트 인슈어런스라는 회사는 고객의 운전 습관을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으로 수집해서 보험료를 차등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인공지능은 기업의 다양한 제품에 도입되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카메라를 통해 잡히는 사물을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의 성능은 2014년을 전후해서 인간의 눈을 추월했다. 우리는 향상된 컴퓨터 비전의 인식률로 주차장에 들어설 때 종이 주차권을 뽑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컴퓨터 비전은 사물 인식은 물론 안면 인식, 그리고 얼굴 사진으로부터 감정의 상태를 읽어내는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음성 인식의 놀라운 진화가 있다. 구글은 인간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자연어 인식률 95%를 영어에 한해서 2017년 돌파했다. 이를 전후해서 자연어 인식이 가능한 스마트 스피커가 널리 보급되고 있고, 대표적으로 아마존이 대중화에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스피커는 누구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서 올릴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이 자체적인 스마트 스피커를 보급할 능력이 안 되더라도 스마트폰이나 인기 있는 스마트 스피커에 자사 앱을 올리는 방식으로 올라탈 수 있다.

제품 내부에 특정 분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엔진으로 들어가는 경향도 있다. 스마트 화장 거울에 피부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알고리즘이 들어가는 식이다.

이처럼 많은 제품이 인공지능을 입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우리가 상상하는 고차원의 인공지능이 아니다. 고마운 점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능이 향상되는 원천기술은 대부분 공개 소프트웨어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과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해 기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인공지능의 적용을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인공지능, 이제 상상의 세계에서 응용의 시대로 부쩍 가까이 다가왔다. 더 늦기 전에 탐색과 실험을 시작할 때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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