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학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학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18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12·16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청약, 대출, 자금 출처 조사 등을 망라한 전방위 종합대책이다.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8·2 대책(2017년), 9·13 대책(2018년)보다 더 고강도의 대책이다. 통상적으로 12월은 계절적으로 부동산 비수기로, 부동산 대책 발표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 과열 현상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 과거 대책과는 달리 사전 예고 없이 전격 발표한 것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안정을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인 셈이다.

이번 대책은 집값 불안의 진앙인 강남권 고가 주택에 대한 집중 규제를 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세 대출 규제와 거주 요건 강화를 통해 갭투자(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를 철저히 차단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주택 시장은 당분간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대응 방안을 제시해 본다.

우선 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투기지역은 서울 일부와 세종,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분당·하남, 대구 수성구 등이다. 여기서 말하는 시가는 KB부동산 또는 한국감정원 시세를 말한다. 즉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40%를 구간별로 세분하고 9억원 이하는 40%, 초과는 20%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5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최대 집값의 32%밖에 대출받을 수 없다.

특히 시가 15억원 초과는 아예 가계, 개인 사업자, 법인 모두에게 대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15억원 기준은 재건축·재개발 주택에 대한 이주비 대출, 추가 분담금 대출, 잔금 대출에도 모두 적용돼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질 전망이다.

더욱이 금융 당국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가령 갭투자로 구매한 집에 거주하는 전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15억원이 넘는 집은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은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고가 주택 진입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주택 보유자가 다른 집을 매입할 경우 종전 집을 1년 이내에 처분하고 동시에 전입해야 한다. 같은 지역에서 무주택자가 고가 주택을 살 때는 1년 이내 전입이 의무화된다. 거주 계획 없이 일단 집을 사놓고 보는 갭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1가구 1주택자들에게 민감한 양도세 문제도 건드린다. 1가구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10년 80%로 유지하되, 거주 기간을 요건으로 추가한 것이다. 즉 연 8% 공제율을 보유 기간 연 4%, 거주 기간 연 4%로 구분해 산정키로 했다. 따라서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기 위해서는 10년 보유 + 10년 거주를 함께 충족해야 한다. 개정된 세법이 시행되는 2021년 1월 1일 이전까지 절세 매물이 나올 수 있으나 그 이후면 고가 주택 유통 물량이 줄어들 것 같다. 최대한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해 한 번 집을 사면 10년 거주하려는 1주택자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보유세 부담은 더욱더 무겁게 했다.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68%. 특히, 고가 아파트는 중저가 아파트보다 시세와 더 동떨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2020년엔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시세 15억원까지는 70%, 30억원까지는 75%, 30억원 이상은 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종부세 세율도 인상하되 특히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종부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확대키로 했다.

다만 1가구 1주택 장기보유 고령자의 종부세 공제율은 최대 70%에서 80%로 확대한다. 집 한 채에 단독명의(공동명의 불가능)로 장기간 사는 고령자의 종부세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시가격을 올리게 되면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 전체 보유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 같다. 보유세 부담 증가로 소득 없는 은퇴자들은 자녀에게 증여 등을 통해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집값 우상향에 대한 신호가 희박하거나 세금 부담이 임계점을 지날 경우 매물 출회 가능성도 있으나, 시장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빠른 속도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마련해주기 위해 2020년 6월 말까지 매각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상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이다. 따라서 6개월 한시적으로 양도세 혜택을 주는 만큼 일부 절세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매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그나마 시장에 나와 거래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이 정부의 예고대로 비강남과 수도권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당초 강남권을 중심으로 지정했으나 이번에 비강남(강서, 노원, 동대문, 성북, 은평) 및 수도권(과천, 광명, 하남)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지역 확대로 비강남과 수도권 재건축, 재개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단기적으로는 사업 위축이 예상된다. 대신 공급자의 이익이 소비자에게 이전되면서 소비자 잉여가 증가하는 만큼 청약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의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한제 시행에 따른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가격에 선반영돼 있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부가 지역 우선 분양을 노리고 급증하는 전입 수요에 제동을 건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과천이나 양주 일대 신도시 분양 당첨을 노린 전입세대가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투기과열지구나 66만㎡ 이상의 신도시에서는 거주요건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 당첨을 노린 전입 수요가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 재당첨 제한도 강화된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이나 투기과열지구 당첨 시 재당첨 제한이 10년, 조정대상지역은 7년으로 각각 늘어난다. 재당첨 제한으로 한 번 당첨되면 당첨 기회가 장기간 없어지므로 신중히 청약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 무주택자들이 그만큼 당첨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2·16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12월 17일,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의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12·16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다음 날인 12월 17일,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의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냉철한 대응 필요한 시점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로 서울 및 수도권 주택 시장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이 막히면서 서울에서는 이미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사려다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초저금리로 시중의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이번 대책이 초강도이기 때문에 단기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일단 거래가 위축되는 가운데 가격은 2~3개월 정도 조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수요자들은 일단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분양가상한제 지역 확대로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 사업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 재건축과 재개발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 수도권 고가 주택 구매자에 대한 자금 출처 조사가 더욱 강해질 수 있어 철저한 자금 조달 계획과 증빙 자료가 요구된다.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당첨자 등에 대해서는 세무 당국에서 전수조사를 할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주택 시장은 지난가을 이후 비이성적 과열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다.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냉철한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