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대외 환경 개선으로 2019년에 비해 더욱 낙관적인 경제 상황을 예상해볼 만하다. 사진은 장엄한 일출 장면.
2020년은 대외 환경 개선으로 2019년에 비해 더욱 낙관적인 경제 상황을 예상해볼 만하다. 사진은 장엄한 일출 장면.

어려운 한 해를 견디고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맞았다. 저마다 바라는 바는 다르겠지만, 올해는 적어도 지난해와는 달리 경제와 산업을 논함에 있어서 낙관론자가 더 환영받는 한 해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우선 그동안 우리 산업과 기업 경영에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했던 대외 여건의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미·중 1차 무역 협상’ 타결에 더해 일부이긴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완화 등 교역 환경 변화가 우리나라의 수출 경기 회복과 산업 서플라이체인(공급사슬)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수출 상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견실한 성장세도 한국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중국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국내 기업에 대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재지급 결정은 정책 변화 신호탄에 불과하다. 미국과 통상마찰 등으로 악화하고 있는 경기와 이어지는 외자 기업 탈출 방어를 위한 정책이 속속 추진되면서 한국 기업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국 정부의 ‘외상투자법’이 주목된다. 이 법은 외자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외자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외자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을 가져올 것이고, 미국과 무역갈등 완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대외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어둡게만 보이던 한국 수출 주력 산업 경기도 긴 암흑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우선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다. 지난해 두 자릿수 넘게 규모가 축소됐던 세계 반도체 시장은 재고 감소는 물론 5세대 이동통신(5G)의 본격 보급,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 차세대 게임기 등장 등으로 올해는 적어도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에 따른 수혜는 국내 기업이 가장 클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국내 업체의 다양한 신차가 쏟아질 예정인 데다 정부의 노후 차 교환 시 개별소비세 인하 등과 같은 정책이 맞물려 내수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수출도 경기부양책과 노후 차 및 폐차 지원 정책 등을 추진 중인 중국과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 시장을 중심으로 회복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긴 구조조정을 거친 조선 산업도 중국과 일본 기업들의 도전은 거세지만,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올해는 선가 상승과 더불어 글로벌 석유 메이저의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대규모 발주가 잇따를 예정이다. 세계 LNG선의 90% 이상을 싹쓸이 수주할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한국 조선 업계의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기대에는 일부 기저효과도 포함돼 있고, 산업별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이에 따라 산업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경제와 산업을 둘러싼 전반적인 대내외 환경이 점차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히려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비관론과 용감하게 결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를 돌아보면 오직 좋아진 것밖에 없는 지금, 미래를 내다볼 때는 오직 나빠지기만 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니 도대체 무슨 그런 신념이 있는가?’라는 영국 역사가 토머스 배빙턴 맥콜리(1800~59)의 말을 상기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