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각) 중국과 포괄적 1단계 무역합의에 1월 15일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종식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회담이 시작되는 베이징으로 가겠다며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했으나 구체적 언급이 없어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다.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는 중국이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존 관세 중 일부 제품의 관세율을 낮추는 것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제 금지, 농업·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환율 조작 금지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17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강제 기술 이전을 문제 삼아 조사에 나선 뒤 이에 대한 조치와 무역 적자 해소를 이유로 지난해 3월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 행정명령을 내려 그해 7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이 맞대응하면서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2단계 무역협상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앤드루 셩 (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UNEP 회원 / 샤오 겅(Xiao Geng) 홍콩 국제금융연구소 총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교수
앤드루 셩 (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UNEP 회원 
샤오 겅(Xiao Geng) 홍콩 국제금융연구소 총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교수

최근 몇 년간 미·중 간 새로운 냉전(cool war)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두 강대국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자국 이익을 위한 갈등, 혹은 대리전, ① 상호확증파괴전략(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이라기보다 광범위한 부문에서의 경쟁과 상호 연계성 관점에서 더 잘 설명된다.

미국과 소련 간 냉전(cold war)에서 겪었던 핵 전멸 위협은 없지만, 이번 냉전에서도 ‘모두 패자가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할 경우 패자는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경솔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번 전쟁에서 어느 한쪽이 이기고 지거나, 양쪽 다 윈윈(win-win)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여름 무렵 시작한 무역전쟁은 냉전(cool war)의 역동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련이 폐쇄적 경제였던 반면 중국은 40년 넘게 ‘개혁과 개방’을 통해 미국, 독일과 함께 세계 3대 공급망 허브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매우 깊게 연계돼 있기 때문에(두 국가는 물론이고 나머지 세계와도 깊이 관계돼 있다) 무역전쟁이 해결되면 모두가 승자가 된다. 최근 1단계 무역협정 뉴스가 희소식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가 계속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 합의가 흔들리고 갈등이 심화하면 미국과 중국은 관계를 끊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체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국가는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재편되고 많은 사람이 무역 마찰 심화로 인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겠지만, 완전히 분리된 경쟁적인 무역 체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행히도 ‘무역’ 부문에서는 두 국가가 전략적으로 내놓을 카드가 없다. 미국과 중국은 점점 과거 냉전 당시 볼 수 있었던 국가 안보의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국방 안보부터 금융·이념 등 모든 것을 둘러싸고 광범위하고 극도로 소모적인 대결을 벌이는 싸움을 이어 갔다.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처럼 오늘날 미·중 경쟁은 가렛 하딘이 말한 ②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람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그들에게도 나쁜 영향이 오는데도) 자원을 남용한다.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인 경쟁을 벌일 자원은 다른 나라도 써야 하는 것인데, 두 국가의 경쟁으로 국제 무역과 투자로 창출하는 가치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은 기술 부문에서 다른 표준을 제시할 것이고, 이로 인해 두 개의 분리된 기술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는 나머지 국가가 투입해야 할 연구·개발 비용을 크게 늘리고 시스템 교란으로 인한 위험도 높일 것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에서도 이런 분열이 나타날 것이다. 국제연합(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국제기구는 기능이 중단돼 전 세계 평화와 안정을 해칠 것이다. 결제 시스템과 같은 세계 경제를 유지하는 보루도 이와 비슷하게 무너질 것이다.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신뢰를 쌓고 협력을 강화하고 정책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조치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들이 모든 것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싸우지 않고는 우정이 쌓일 수 없다’는 중국 속담에 따라 의견의 불일치를 분명하고 정중하게 표현하고 각자의 레드라인(협상 시 한쪽 당사자가 양보하지 않으려는 쟁점이나 요구)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기본 성장 모델, 정치 시스템 혹은 그 바탕이 되는 이념에 대해 중국에 도전하지 않는 데 동의해야 한다. 전략적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특정 수단이나 주제만이 공정한 게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적어도 미국의 무역 협상가들은 중국의 이념적 레드라인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이 양보할 것이 없거나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은 2015년 파리 기후협정 등에 참여해 글로벌 책임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중국은 자원을 글로벌 혁신을 지원하는 데 투입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중국의 협력 의지를 꺾을 수 있다.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우위에 서려고 하는 것은 세계의 안정과 역동성을 훼손하고 자멸의 길로 접어드는 일이란 것을 인식해야 한다.


Tip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구사했던 핵전략. 1950년대 말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처음 채택됐다. 상대방이 공격해오면 공격 미사일이 도달하기 전이나 도달 후에 생존해 있는 전력을 동원해 상대방을 절멸시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선제공격으로 완전한 승리를 목표로 하기보다 서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핵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내세운 핵 억제 전략에 해당한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될 때까지 상호확증파괴는 냉전 시대의 핵전쟁을 억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했다. 그러나 2000년 11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 후 2001년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Nuclear Posture Review)’를 발간해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인 핵무기 사용 의지를 천명하는 등 새로운 핵 원칙을 내세웠다.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됐다. 주인이 따로 없는 공동 방목장에선 농부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소를 끌고 나오는 것이 이득이므로 결국 방목장은 곧 황폐화하고 만다는 것을 경고하는 개념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점에 일어났던 사회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초지를 분할 소유하고 각자의 초지에 울타리를 치는 이른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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