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최근 대한민국은 인구 5000만 명 이상 되는 인구 대국이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해 3050클럽에 가입한 것을 잠시 기뻐했었다. 하지만 이후 한국 경제는 자부심보다 불안감이 훨씬 큰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새해가 밝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희망찬 새해를 얘기하기보다 암울한 전망이 훨씬 강하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짓누르던 미·중 무역갈등의 일부 타결을 기뻐할 겨를도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강공책으로 국제 정세는 흔들리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국내에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부근의 국가인 스페인, 이탈리아보다 우리의 생활 물가가 훨씬 높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국가들은 그동안 장기간 경기 침체로 물가가 낮아져 있지만, 비교적 고도 성장을 해 온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기업의 원가를 단기간에 크게 높이는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보다 소득이 높은 일본에 비해서도 이제 한국의 물가나 생산원가는 더 높다. 한국 정치의 포퓰리즘 경향으로 볼 때 이러한 조치가 되돌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도 정치는 기업의 원가를 높이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고(高)원가 환경을 이미 정해진 상수로 봐야 한다. 이러한 변화 환경에서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는 연초에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선 자신의 사업이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산업인가에 대한 큰 안목의 통찰이 필요하다. 경제 성숙 단계에 따라 한 국가에서 경쟁력을 갖는 산업은 계속 변화한다.

과연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높은 원가 사회에서 지금까지 하고 있던 사업이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내수 산업이라면 내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소비 성향에 부합하는가 하는 냉철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인 사업 모형에 관한 질문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기업의 수익은 극도로 양극화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 간의 수익과 성장률은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아직 경쟁력 있는 사업이라면 다음으로는 정부가 초래한 원가 상승 압력으로부터 어떻게 원가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특히 문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원가 상승 압박이 매우 크다. 이러한 원가 상승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사업의 아웃소싱(외주화), 해외 이전,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등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중기적으로는 원가 압력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서비스나 상품의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을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에 관한 해결책이 있다면 가장 행복할 것이다.

노동집약 산업에서 중공업 자본집약 산업으로 이전하는 전환기를 잘 준비하지 못했던 한국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제 자본집약 산업에서 지식집약 산업으로의 이전을 요구받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지금이 바로 전환기라는 인식과 위기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사업의 전략적 판단과 방향 설정은 CEO가 늘 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인구 구성, 정치 환경 그리고 소득 수준과 원가 환경이 급격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기업의 근본적 방향성과 과제에 대해 더 깊은 숙고의 시간이 CEO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의 밝은 미래를 위해 이러한 전환기적 인식으로 새해를 시작해야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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