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올해 부동산 시장은 한마디로 살얼음판이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고강도의 규제책이 시행에 들어가는 데다 실물경기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작아서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금리 동결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3기 신도시 등 토지보상금으로 풀리는 45조원, 4월 총선 공약도 눈여겨봐야 할 변수다. 과연 19번째 대책이 나올지 관심거리다. 단기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메가톤급이다.

‘변수’는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이다. 변수는 이미 확정된 상수와는 다르다. 변수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올해 부동산 시장을 예상할 때는 여러 변수를 종합,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변수 1│기준금리 인하, 여전히 안갯속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25%인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경기 부양을 위해 한 차례(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조기 인하를 예측하는 전문가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2019년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중국발 악재가 실물경기까지 크게 위축시킬 정도가 아니라면 한국은행이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갈수록 금리 흐름에 예민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매입을 위해선 대출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데다 부동산도 사용개념보다 투자상품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품별로는 레버리지(대출)를 많이 활용하는 수익형 부동산(상가나 꼬마빌딩)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금리와 비교우위를 통해 투자여부를 결정하기에 금리인하는 곧 수요증가로 이어진다.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역시 대출의존도가 높아 이들이 구매하는 중소형아파트에도 수요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레버리지를 많이 이용하지 않는 토지 시장은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실물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증거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단비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된다. 결국 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데, 경기침체로 구매력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수 2│4월 총선, 과도한 기대는 금물

4월 총선에 대해 기대감이 없지 않다. 선거 때는 개발공약이 많이 나오고 돈도 풀리기 때문에 집값이나 땅값이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소망적 사고’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돈 선거는 사라졌다. 물론 일부 지역 개발공약은 토지 시장에 다소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주택 시장은 그렇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시장이 또 불안해진다면 집값 부양책을 내놓기보다는 강도 높은 규제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총선이 호재보다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역대 선거가 있었던 해에 특별히 집값이 오른 것도, 떨어진 것도 아니다. 당시 경제 상황이나 주택의 수요공급에 따라 흐름이 달라졌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1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1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변수 3│아파트 입주물량은 아직 여유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34만1398가구로 지난해 39만8154가구보다 14.2% 줄어든다. 하지만 누적 입주물량 역시 많은 데다 올해 입주물량도 10년 평균치(30만740가구)보다 10% 이상 많아 당장 공급부족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동안 공급과잉 후유증을 겪었던 경기도에선 입주물량이 줄어들지만 지방 광역시는 울산을 제외하고는 큰 변동이 없는 편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4만3006가구보다 2.3% 감소한 4만2012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서울지역 역시 10년 평균치(3만1262가구)보다 30% 이상 많다.

아파트 입주물량은 매매 시장보다는 전월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매 시장은 현재부터 미래까지 전체 수급에 영향을 받지만 전월세 시장은 당장의 수급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전세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올해 전세 시장에서 불안요인이 없지 않다. 하반기에 나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2·16 대책에 따른 매매가격 조정 기대심리도 전세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등의 변수만 없다면 전셋값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 4│토지보상금 45조, 향배는?

올해 풀리는 토지보상금이 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토지보상금은 토지시장으로 재유입돼 인근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른바 대토(토지를 수용당한 사람이 인근 허가구역 안에서 같은 종류의 토지를 구입) 수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토지보상금을 받아 인근 논, 밭 또는 임야를 사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오히려 도심 상가건물이나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토지보상금을 받는 사람이 이미 고령 인구로 농사짓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 참여정부 때 추진한 세종시 보상자금을 받은 연령대가 60세가 넘었다.

다만 토지보상금이 많이 풀린다고 해도 무조건 도심 부동산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 될 수 있다. 투자환경이 그만큼 조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활황이냐, 침체기냐에 따라 토지보상금의 영향이 서로 달리 나타난다.

토지보상금은 근본적으로 투기성 자금 성격을 띠지만 시장 여건이 불확실할 때에는 투자하기보다 대기성 자금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시장이 활황일 때 부동산으로 대거 몰려들어 과열의 주요 원인이 된다. 그래서 올해 보상금이 대거 풀리면 부동산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은 무차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처법│소비자의 현명한 대처법 2가지

이 같은 변수를 통해 2020년 주택 시장을 전망해보면 서울이나 수도권은 횡보세, 지방은 약보합세가 예상된다. 서울 주택가격이 2020년까지 오르면 7년 최장기간 상승하게 된다. 장기상승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12·16 대책에 따라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대출 전면 금지, 보유세 증가 등의 요인으로 강남권은 적어도 상반기까지 약세장이 불가피하다. 다만 올해 주택 시장의 특징은 동네 사정에 따라 흐름이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국 통계보다 국지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말하자면 동네 슈퍼마켓이나 미장원 주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가 넘친다. 이제 부동산 소비자들은 현명해져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정보를 걸러내는 여과 기능이 절실해진다. SNS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한쪽을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얘기를 듣더라도 가려서 들어야 한다. 즉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으고 학습량도 늘려 주체적인 사고 능력을 길러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의사결정 능력도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