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새로운 2020년대가 시작된 지금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고 경제 활동이 위축하면서 금융 시장 충격과 소비 심리 침체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 단기 충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장기적인 시각의 칼럼에 주목했다. 필자인 짐 오닐은 2001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 경제 4개국)’라는 용어를 창시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으며 그는 세계적인 스타 이코노미스트로 부상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짐 오닐은 이번 칼럼에서 2020~2029년 세계 경제를 전망했다.
짐 오닐(Jim O’Neill)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서리대 박사,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짐 오닐(Jim O’Neill)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서리대 박사,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면서 많은 논객은 연초부터 자연스레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전망하고 있다. 서구권과 중국의 생산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거나 인도와 아프리카 주요국 경제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지 않는 한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세는 과거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4분기 최종 데이터를 얻기 전까지는 2010~2019년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계산할 수 없다. 다만 1980~1990년대 3.3%보다 살짝 높거나 2000년대와 비슷한 3.5%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세계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중국의 역할이 컸으며, 인도 경제의 완만한 성장세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2010~201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3.5%를 기록했다는 것은 많은 국가의 성장세가 잠재력에 미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성장의 두 가지 요소인 노동력과 생산성만 놓고 봤을 때 원칙적으로 세계 총생산은 4% 이상 증가할 수 있었다. 사실 2010년대는 금세기의 절반(2000~2049년) 중 가장 성장성이 강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유럽 경제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고,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 역시 이전 10년보다 성장세가 약했다.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중국의 노동 성장세는 지금이 절정인 데다, 일본·독일·이탈리아 등 주요국 인구는 저출산·고령화로 감소하고 있다. 물론 과거 성장세가 낮았던 일부 국가나 지역이 다른 나라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몇 가지 긍정적인 발전이 전제돼야 실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의 인구 통계를 고려할 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아마도 독일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더 많은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칠 경우 올해와 내년까지 일시적으로 성장률이 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부양책 중심의 경제 성장세가 그 이후로도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에서는 ① ‘구조 개혁(structural reform)’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조치가 없다면, EU의 성장 잠재력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브라질과 러시아를 보자. 이 두 나라 경제가 지난 10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연간 약 1% 성장에서 3.5~4%대 성장으로 가려면 생산성 향상 외에 필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원자재 가격이다. 두 나라는 원자재 가격이 붐을 이룰 때마다 개혁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② ‘원자재의 저주(commodities curse)’다. 이런 점 때문에 두 나라 중 하나라도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굳이 골라야 한다면 브라질이 러시아보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인구통계학적 현실 때문에 GDP 성장률이 더욱 둔화할 수 있다. 21세기 초 브릭스 용어를 제창했을 때 이미 2010년대 말 중국 노동력이 정점을 지남에 따라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0년대 실질(물가 조정) 연간 GDP 성장률은 4.5~5.5%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 범위 이상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크게 향상돼야 한다. 중국의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내수 소비 중심으로의 경제 구조 전환에 비춰봤을 때 생산성은 확실히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중국에 대해 잘 알려진 ‘다른’ 도전을 극복하기에 충분한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영국의 경우 앞으로 10년간 더 강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 동시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침체도 겪을 것이다. 다만 두 경우 모두 세계 경제에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짐 오닐 소장은 인도 경제를 앞으로 10년간 성장성이 높은 경제로 주목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29일 인도 뭄바이의 한 기차역 앞을 지나는 통근자들. 사진 블룸버그
짐 오닐 소장은 인도 경제를 앞으로 10년간 성장성이 높은 경제로 주목했다. 사진은 2019년 4월 29일 인도 뭄바이의 한 기차역 앞을 지나는 통근자들. 사진 블룸버그

인도·아프리카 경제 성장세에 주목

연간 성장 잠재력이 2%를 조금 넘는 미국도 있다. 더 많은 재정 부양책과 극도의 금융 완화(easy money) 정책을 무기한 지속하지 않는 한 미국이 어떻게 이를 넘어서는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지금 미국이 금융 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만약 금융 위기가 앞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일어난다면, 미국은 2020년대의 성장 잠재력에 도달할 가능성이 훨씬 더 작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작은 국가들이다.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등이다. 특히 2020년대 이후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곳은 바로 인도다. 인도 인구는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은 경제적인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 위치할 것이다.

만약 인도 정부가 성장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적당한 정책 조합을 채택한다면, 인도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8~10% 범위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인도는 이미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에 가깝기 때문에 세계 GDP 성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문제는 현 정부가 긍정적인 개혁을 추진할 뜻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도 정부는 ③ 새로운 문화 전쟁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다. 현재 그 어떤 아프리카 국가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경제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지역 전체를 하나로 놓고 봤을 때, 아프리카의 GDP는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주요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면 영향력은 더 커진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성장은 바람직하면서도 불가피하다. 이 대륙이 세계 GDP 성장률을 견인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10년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Tip

유럽연합위원회(EC)에 따르면 유럽의 경제 정책은 투자와 조세 의무, 구조 개혁에 세 개의 축을 두고 있다. 이 중 구조 개혁이란 핵심 요소는 노동 환경 개선, 상품·서비스 부문 자유화를 통한 경쟁 촉진과 경영 환경 개선, 혁신 장려, 인구 고령화 문제 해결 등이다.

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경제 성장률이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낮은 현상을 말한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산업 구조를 다양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라 경제는 원자재 가격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올해 1월 10일 발효된 새 시민권법은 주변국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인도로 간 불법 이민자에게 인도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무슬림을 제외한 불교· 기독교·힌두교·자이나교·파르시교·시크교 등 비(非)무슬림 이민자에게만 시민권 신청 자격을 줬다는 점이다. 인도 정부는 “무슬림은 종교 박해를 받는 소수 민족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2억 명에 달하는 인도 무슬림 신도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면서 종교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