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고, 중국과 경제적, 인적 교류가 활발하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우리 사회는 더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는 21세기 첫 전 세계 전염병이었던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발병자 수를 훌쩍 넘고 있다. 사스는 29개국에 퍼지면서 8개월간 사회·경제적 충격을 줬다.

우려되는 바는 2003년 중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를 차지하는 국가였지만, 현재는 13%로 중국의 중요성이 커졌고,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 사례에서 보듯, 시장과 공급망이 긴밀하게 얽혀 있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과거 사스에 대한 부족했던 대응과 비교해서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무리할 만큼 과한 대처는 마스크 부족 사태를 초래했고 국민의 과민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세기 일정 변경, 우한에서 귀국시킨 국민을 격리 수용하는 장소를 석연치 않게 바꿔 온갖 비판과 정치적 음모론이 난무한다.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전세기 탑승을 정치적으로 비난하며 정치 쟁점화하려고 하는가 하면, 대통령 지지자들은 신임 총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바쁘다. 전문가들의 차분한 대응보다 정부 비난과 강경 대처를 주장하는 정치가들의 선동이 나라를 지배하고, 전염병이라는 비상사태가 정쟁(政爭)으로 번지고 있다. 반면 우리보다 먼저 전세기를 띄운 일본이나 미국에서 전염병을 대처하는 정부의 조치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뉴스는 없다. 사실 선진국은 국가적 위기 시에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친다. 이것이 제대로 된 사회의 모습이다. 위기 시기에 단합하지 않으면 극복이 어렵다.

국가는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해결책을 찾고,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과도한 불안 심리나 과민한 반응으로 인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그런데 한국은 갈수록 사건 사고가 날 때마다 정쟁을 반복하고, 비난의 대상을 찾고, 책임 전가에 몰두하는 후진적 행태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왜 이런 사회가 됐을까? 이는 바로 정치적 단기 이익을 위해 장기적 관점의 국가 경영 금도를 팽개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 국가의 온갖 사건·사고를 대통령의 사고로 만들기에 골몰하면서 단기적인 정치 이익을 추구했다. 위기 시절에 국민적 단합과 냉정한 대처에 협력하는 것은 장기적인 국가적 이해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단기 성과에 급급해서 장기적 성과 훼손에 대한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채 지하철에 탑승한 중국 상하이 시민들.
마스크를 쓴 채 지하철에 탑승한 중국 상하이 시민들.

기업 경영도 중장기적 성과 관리가 중요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는 기업 경영의 성공 비결도 단기적 재무 성과와 중장기적 성과의 갈등 관리에 달려 있다. 장기적 관점의 경영 관리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인정받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를 따돌린 한국 기업의 장기적 투자는 인내 자본의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유럽 히든챔피언 기업(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분야의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회사)의 중장기적 관점의 경영은 가족 중심 경영의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문에서 경영자를 교육하고, 장기적 관점의 기술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고, 특히 기술 인력이 회사를 떠나지 않게 진심으로 대하고, 높은 처우로 관리한다. 바이러스가 퍼질 때마다 흔들리는 대한민국 사회로부터 경영자들은 중장기적 정도 경영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