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촘촘하게 엮인 세계 경제를 동시에 위태롭게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1단계 합의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종전이 아닌 휴전에 불과하다. 미국 내부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개표 결과 발표 지연 등 투표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이란, 러시아, 북한 등 미국 시스템의 붕괴를 원하는 국가들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 기후 변화로 인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수중 화산 활동도 늘면서 인류는 수중 식량 고갈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의 상황에 직면했다.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미국 뉴욕대학교 스턴스쿨 교수, IMF 학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FRB 이코노미스트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스쿨 교수, IMF 학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FRB 이코노미스트

2010년 ‘위기경제학(Crisis Economics)’이란 책에서 금융 위기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한 ① ‘검은 백조(black swan)’가 아닌 ‘하얀 백조(white swan)’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탈레브에 따르면 검은 백조는 토네이도처럼 예측할 수 없이 나타나는 사건이다. 그러나 적어도 금융 위기는 ‘허리케인’에 가깝다. 그것은 경제적·재정적 취약성이 축적되고 정책적 실수가 모여서 만든 예측 가능한 결과다.

호황과 거품이 추락하는 순간을 예상해야 할 때가 있다. 많은 금융 분석가가 우려하는 통상적인 경제 및 정책 리스크를 넘어, 올해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많은 ‘백조’들이 눈에 띈다. 이 백조 중 무엇이라도 2008년 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경제·금융·정치·지정학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적어도 4개의 수정주의 세력과 경쟁 관계에 있으며, 이 경쟁 구도는 더욱더 거세지는 양상을 보인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은 모두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려 하고 있다. 2020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미국의 세계 정책도 바뀔 수 있어 4개국에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체제에서 미국은 경제 제재를 비롯한 여러 수단을 동원해 4개국의 정권 교체를 막거나 유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4개국 수정주의자들은 미국을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미국의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키고 싶어 한다. 만약 미국의 선거가 당파 간 갈등과 혼란, 투표 결과의 공정성 논란 등으로 얼룩진다면 4개 국가에는 유리해질 것이다. 미국 정치 체제의 붕괴는 해외에서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를 미국 정치에서 퇴출하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은 나라도 있다. 트럼프의 이란 압박은 유가 급등으로 미국 증시의 폭락을 야기하고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향후 몇 달간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증폭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 군사행동을 펼쳐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데 따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올해 일어날 것 같다. 현재는 폭풍 전야다.

미·중 무역전쟁의 경우 최근 1단계 합의는 임시방편으로 붙여둔 반창고와 같다. 기술, 데이터, 투자, 통화, 금융을 둘러싼 두 국가 간 냉전은 이미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은 미국의 봉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강화시켰고,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는 흐름에 힘을 더했다. 전염병의 여파는 우리의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며 중국 경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미·중 냉전은 본질적으로 낮은 강도의 분쟁이지만 올해는 급격하게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이 대규모 신종 플루 발생, 심각한 조류독감, 코로나19, 홍콩의 정치적 불안, 대만의 독립을 추진하는 대통령 재선 그리고 동중국해에서 강화된 미 해군 작전 등 일련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 내부에선 이런 음모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봉쇄 압박에 중국은 사이버 전쟁 형태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해커들은 거짓 정보와 구분이 어려운 속임수(deep fake)로 미국인을 혼란시켜 미국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

수정주의자들은 또한 세계은행 간 금융 통신 협회(SWIFT) 플랫폼을 포함해 미국과 서구의 금융 시스템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미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645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리고 보안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해 더 광범위한 부분에서 통신 구조가 취약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내년까지 미·중 갈등은 냉전에서 거의 격전 국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외부 희생양을 만들어야 할 수 있다. 동중국해에서 대만, 홍콩, 베트남 그리고 미국 해군이 그 타깃이 될 수 있다. 대립은 군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1월 9일 미국 오하이오에서 한 시위자가 이란과의 전쟁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1월 9일 미국 오하이오에서 한 시위자가 이란과의 전쟁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또 중국은 보유 중인 미국 채권을 버리는 재정적 핵폭탄을 추진할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 채권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이 이란과 북한에 해왔던 것처럼 제재를 통해 이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

중국은 이 자산을 미국의 1차 또는 2차 제재에 덜 취약한 또 다른 유동 자산, 즉 ② 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 모두 2019년 초부터 금 보유량을 늘려왔는데 이는 금값이 30%나 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가 자산을 천천히 금으로 전환한 덕에 미국 경제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자산 분산 전략이 가속화하면 미국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고 미국의 급격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미국은 이런 공격을 받는 동안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2020년은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을 넘어 기후 변화와 관련된 추가적인 중기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드는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기후 변화는 앞으로 수십 년 후에 경제적, 재정적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고 극한 기후 현상의 빈도와 심각성이 늘어날 것이다.

기후 변화 외에도 더 심각한 지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자기 극성으로 판 이동이 빨라지고 해류의 가속화 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여러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앞으로 몇 년 안에 남극이나 그린란드의 주요 빙상의 붕괴와 같은 기후적인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환경과 관련된 백조 이벤트를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수중 화산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로 인해 해양 산성화가 가속화되고 사람들의 주요 식량인 바다 생물이 줄어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 현재, 미국과 이란은 이미 군사적 대립을 벌였으며, 중국은 세계적인 대유행병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진앙이 됐다. 사이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채권의 주요 보유자들은 자산 다각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는 혼란스럽다. 이미 개표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과 4대 수정주의 세력 간의 경쟁은 고조되고 있으며 기후 변화와 기타 환경 동향에 따른 실질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요소들은 2020년이 어떤 해가 될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시장은 현존하는 위험성을 부인하면서 행복하지 않지만 평온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Tip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얘기하는 것으로, 월가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그의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를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하면서 널리 쓰이게 된 용어. 그는 저서에서 검은 백조의 속성을 △일반적 기대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관측값(이는 검은 백조의 존재 가능성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없기 때문) △극심한 충격을 동반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그에 대한 설명과 예견 가능 등으로 기술하고 있다. 원래는 검은 색깔을 가진 백조(白鳥)를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또는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서양 고전에서 사용된 용어였으나, 17세기에 한 생태학자가 실제로 호주에 사는 흑조를 발견함으로써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란 의미로 전이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채권은 1조1000억달러로 2017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2016년 10월부로 중단했던 금 매입을 2018년 12월 재개해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2018년 미국과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내수 경기 침체에 대비해 중국이 안전자산을 확보해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