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집권당은 경기 부양을 통해 실업률을 낮춰 표를 얻으려 하고, 선거 후에는 높아진 물가 수준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 정책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를 앞둔 집권당은 경기 부양을 통해 실업률을 낮춰 표를 얻으려 하고, 선거 후에는 높아진 물가 수준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 정책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기저기서 달콤한 공약이 쏟아지고, 허물 덮기와 씌우기가 난무한다. 선거의 승패를 가를 만한 결정적인 이슈가 없다면 예외 없이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 관련 공약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특히 집권당은 적어도 선거 전에는 경제 문제 탓에 표를 잃는 일을 피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 결과, 선거를 앞두고 반짝이나마 경기가 호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는 이런 현상을 ‘정치적 경기순환(Political Business Cycle)’이라고 정의했다. 집권당이 선거 전에는 경기 부양을 통해 실업률을 낮춰 표를 얻으려 하고, 선거 후에는 높아진 물가 수준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편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정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경제 정책에 개입해 경기 변동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1975년에 제시된 이 이론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통상 유권자들은 계속된 호황, 즉 낮은 실업률과 낮은 물가 상승률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업률이 낮으면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관관계를 증명한 영국 경제학자 필립스의 이름을 따 필립스 곡선이 생겼다.

따라서 집권당이 선거 전 유권자들의 선호에 완전한 맞춤형 경제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선거에 앞서 호황을 맛보던 유권자들이 선거 후 과거의 저물가 상황을 잊고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수준에 빨리 적응할 수는 있다. 이런 가정을 받아들이면, 정치적 경기순환론은 여전히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최근 국내 경기 상황은 정치적 경기순환을 기대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연간 1%대 국내총생산(GDP) 성장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이 4·15총선을 앞두고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더라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경제 정책에 개입한다는 유권자들의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최근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경기 부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신속하고 적극적인 경기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이 현 상황을 ‘비상 경제 시국’이라고 규정하고, 전례를 따지지 않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 방어에 나서기로 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상황이 더 나빠지거나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경기 부양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추경 필요성이 여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다.

만약 정부 의도대로 경기 여건이 갖춰져 간다면 정부의 성장 목표(연간 GDP 성장률 2.4%)에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단기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역시 성장 잠재력에 관한 문제다. 정치적 경기순환론을 별개로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따른 공포가 지나가면 그나마 경기 친화적이었던 정책 기조가 다시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개선 기대는 멀어지게 될 것이고, 지난해처럼 성장률 2%대 방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아무쪼록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경제에 대한 높아진 위기의식과 대응 노력이 이번 선거가 끝나고 또 다른 선거를 맞더라도 지속하길 바랄 뿐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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