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올해 들어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2월 20일 경기 남부지역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2·16 대책이 나온 지 두 달여 만이고 현 정부 들어 19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수요자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조정대상지역의 규제 수위가 단순 청약 규제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특히 양도세의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 10~20%포인트 중과,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 배제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거나 분양받을 때 적용되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편법 증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 규정은 과거에는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었던 규제다. 이처럼 과거보다 조정대상지역의 규제 범위가 넓어지고 강도가 세졌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값 불안 지역에 대해서는 추가대책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수요자들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2·20 대책의 유의점을 살펴봤다.


포인트 1│규제 수위 높아진 조정대상지역

정부는 2월 21일부터 경기도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편입했다. 조정대상지역은 기존 39곳에 5곳이 추가되면서 총 44곳으로 늘어났다.

신규 지정 지역은 규제지역과 거의 붙어 있는 ‘인접 동네’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12·16 대책으로 규제를 피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로 이 지역 집값이 많이 뛰었다. 실제로 12·16 대책 이후 2월 둘째 주까지 수원 영통구는 8.34%, 권선구는 7.68%나 올라 수도권 평균치(1.12%)를 크게 웃돌았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기존의 조정대상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정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 같다. 서울을 제외한 조정대상지역 중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이나 재건축, 재개발 추진 지역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원 팔달구의 9억원 초과 주택 비율은 0%, 영통구는 12.4%, 용인 수지구는 1.4%, 안양 동안구는 4.8%다. 물론 다시 집값이 급등하면 투기과열지구 카드를 꺼낼 수 있으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집값이 국지적으로 뛴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핀셋 처방을 내놨다. 사진은 2월 20일 경기도 수원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집값이 국지적으로 뛴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핀셋 처방을 내놨다. 사진은 2월 20일 경기도 수원 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포인트 2│1주택자, 대출받으면 2년 내 입주해야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추가와 함께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금액에 따라 세분화한다. 기존 60%에서 50%로 낮추고 9억원 초과분은 30%로 더 낮아진다.

조정대상지역 내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6억원(10억원×60%)이었지만 4억8000만원(9억원×50%+1억원×30%)으로 낮아진다. 이전보다 대출금액이 1억2000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내 집 마련 지원 상품인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의 경우 LTV 비율이 70%까지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번에 바뀐 LTV는 3월 2일 대출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대책으로 조심해야 할 사람은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다.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 가구의 주택담보대출 실수요 요건도 강화돼서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 가구의 경우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조건이면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론 신규 주택으로 전입까지 해야 한다. 이는 투기과열지구 수준의 규제다.

일시적인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규정은 대출보다 좀 더 까다롭다. 지난해 12월 17일 이후 취득한 주택부터는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전입하고 기존 주택은 1년 이내 양도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컨대 대출을 받아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산다면 2년 내 ‘기존 집 처분+이주’를 동시에 이행해야 하고, 양도세 혜택까지 받으려면 1년 내에 완료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상승국면일 때 새로 집을 구입한 뒤 기존 집을 파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가 위축돼 이런 전략을 펴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집 한 채 거래할 때 반드시 팔고 난 뒤 사는 게 좋다. 이른바 ‘선(先) 매도 후(後) 매수’ 원칙이다.

특히 같은 아파트 내에서 옮기는 것은 그나마 낫지만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옮길 때는 반드시 먼저 팔고 새집을 사야 한다. 살던 집을 한 번 전세 놓으면 매각이 여의치 않다. 일이 꼬이면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새로 산 집을 다시 되팔아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올 수 있다.


포인트 3│청약 시장 실수요 위주로 재편

조정대상지역의 전매 제한 요건도 강화된다. 국토부는 그동안 조정대상지역을 3개 구간으로 나눠 전매 제한 기간을 다르게 설정해 왔으나, 앞으론 모든 조정대상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전매를 불허, 사실상 전매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청약 시장이 단기 투자보다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2년이 지나야 1순위가 된다. 집이 2채인 경우 아예 1순위 청약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체크해야 한다. 가점제 적용도 확대되어 85㎡ 이하는 분양 물량의 75%, 85㎡ 초과는 30%씩 배정된다.


포인트 4│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나

새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에서 아파트 시장은 일단 숨 고르기 장세가 예상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와 대출 시 의무입주 규정으로 외지인들의 갭투자 수요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 일대 아파트 시장에서는 외지인들의 수요가 부쩍 늘었다. 이는 단기 급등지역에서 나타나는 초과수요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정부의 규제강화 신호로 매수 대기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주춤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아 당분간 고점에서 횡보하는 ‘고원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책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총선 이슈도 향후 시장의 변동요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5곳의 조정대상지역에서 거래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 등 편법거래나 집값 담합 등에 대해 정부가 특사경을 투입, 직접 조사와 수사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번 신규 조정대상지역은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풍선효과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중저가 아파트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풍선효과는 무차별적이기보다는 게릴라식으로, 면보다 점단위로, 즉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말하자면 값이 싸다고 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요즘 수도권 곳곳에서 호가 부풀리기, 담합 등이 극성을 부린다. 이럴수록 소비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하며, 특히 최근 3개월 사이 실거래가 기준 20% 이상 오른 곳은 거품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