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새벽에 일어나면 오늘은 확진자가 몇 명추가됐는지 확진자의 위치는 어디인지를 확인한다. 확진자들이 밟았던 주요 동선과 가족, 지인들의 동선을 겹쳐보고 마스크를 쓰고 집 밖으로 나선다. 2020년의 봄을 보내는 나와 지인들의 모습, 대한민국 국민의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원적인 방법은 백신의 개발이다. 하지만 현재 백신 개발에 가장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더나’의 경우도 4월이 돼야 임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고, 과거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최근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효과를 보여 주목을 받고 있는 ‘렘데비시르’ 역시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마치지 못했다.

미국 바이오 협회(BIO)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의 통계를 분석해 제시한 임상 통과 확률이 9.6% 정도되는데 이처럼 낮은 확률도 문제지만 임상을 통과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백신을 공급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큰 문제다. 보통 9~10년이 걸리는 일반적인 백신 개발 과정을 아무리 간소화하더라도 총 3차의 임상 단계 중 2차 임상에 돌입하는 것에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시판까지의 과정이 가장 이상적인 조건 속에 진행되더라도 최소한 1년 이상으로 예상된다.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낮은 확률과 긴 시간. 그전까지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밖에는 없는 것일까.

현재 코로나19에 맞선 우리 사회의 대처는 많은 부분 의료계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근거로 의료계의 헌신을 유도하고 실제로 의료계는 사회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문제는 의료인들의 헌신으로 메울 수 있는 부분이 결국은 한계가 있는 것인데, 이제 몰려드는 환자의 수를 줄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시점에서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접근 방법은 바이러스 보유자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확인하는 상황판의 숫자와 알림들은 그 정보를 통해 보유자들과의 접촉을 실제로 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을 알려 주지 않는다. 발생한 환자의 숫자는 이제 숫자가 더 많아졌으니 단지 더 조심하라는 것에 이들의 동선은 이들이 이미 며칠 전에 다녀온 길에 불과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감염 의심자들의 신상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감염을 막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빠른 정보 제공이 간절하다.

100% 가까이 도달한 스마트폰 보급률과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망은 인프라나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빠른 정보 제공이 가능한 상황임을 짐작게 한다. 좁은 국토에 촘촘하게 깔린 와이파이와 셀룰러 망을 통해 이동전화 가입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실제로 이미 통신사들은 확진자들의 위치 데이터를 보건복지부에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2009년 G클라우드(행정기관의 정보기술(IT) 자원 수요를 모아 정보 자원을 통합해 일괄 서비스하기 위한 클라우드 플랫폼) 도입 이후 꾸준하게 진행돼 온 정부·공공기관 서버들의 통합화 과정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하거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비상사태에 대응해 탄력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발전해 왔다.

결국 문제는 인프라와 기술이 아닌 방향성과 의지인데, 우선 유관기관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숫자와 표로 표현되는 형태가 아닌 보다 직관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핵심 정보만을 제공하는 민간 애플리케이션(앱)을 벤치마킹하거나 혹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조금 더 발전된 형태로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방향을 검토해 볼 시점이다.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사이트 화면. 지역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곳과 방역 여부를 한눈에 보여준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와 질병관리본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사이트 화면. 지역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곳과 방역 여부를 한눈에 보여준다. 사진 서울시

방향성과 의지가 필요한 시점

보다 구체적이고 빠른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다소 단편적일 뿐만 아니라 이미 시간이 꽤 지난 정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상황판을 보면 단순히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한다는 점은 파악이 되지만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점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과 같이 일부 확진자들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 제공을 넘어 중국의 위험 지역을 방문한 이들과 같은 감염 고위험군을 추가하는 등 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하고, 현재 네트워크 사업자들로부터 분 단위로 받는 데이터도 시민들이 함께 볼 수 있게 지금보다 더 빠른 주기로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물론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처럼 개인 정보 보호로 얻게 되는 이익보다 사회 전체의 공익이 현저히 앞서는 경우에는 이 문제를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정보 제공 여부는 당사자 개인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개중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우선은 개인의 판단을 묻고 사회적 합의를 얻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확진자들이나 위험지역 방문자들에 대한 정보 공개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면 먼저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과 완치자들을 중심으로 공개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추가 감염 혹은 추가 사상자를 막고 사회가 그 공로를 기리는 선례가 생긴다면, 확진자들은 그들이 사회를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한 공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다.

그렇게 정보 보호를 통해 지켜지는 개인의 이익보다 정보 공개로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공익이 크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정보 공개를 허용한 이들이 치른 희생의 가치를 모두가 이해하는 순간,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협 앞에 우리 사회는 더 발전한 형태의 대응책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