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서 빠르게 확산하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뉴욕 증시가 7% 가까이 폭락했던 3월 9일(이하 현지시각)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개장 전 오버나이트(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확대했다. 또 3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에서 공화당 상원 의원들을 만나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언론 등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데다, 막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정부가 이런 조치를 감당하기엔 버겁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 재정 적자는 올해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말이면 3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안과 로버트 더거는 이번 칼럼에서 미국 정부가 부채 확산을 경계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안(David Ahn) 다이슨 캐피털 어드바이저 부사장(VP)로버트 더거(Robert H. Dugger) 하노버 프로바이던트 캐피털 매니징 파트너 (왼쪽부터)
데이비드 안(David Ahn) 다이슨 캐피털 어드바이저 부사장(VP)
로버트 더거(Robert H. Dugger) 하노버 프로바이던트 캐피털 매니징 파트너 (왼쪽부터)

2017년 존 윌리엄스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융 위기 이후 여러 가지가 제자리(normal)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제자리’는 그동안 느꼈던 것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된 그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출산율 감소, 생산성 둔화 등을 미국 성장세 둔화에 따른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교과서에서는 경기 침체의 원인을 두 가지로 꼽는다. 바로 취약한 노동력과 생산성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부채의 부정적인 영향이다. 미국의 초당적 세금 정책 관련 싱크탱크인 세제정책센터(TPC)를 창립한 인물 중 한 명인 윌리엄 게일은 여러 논문에서 “부채가 많아질수록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부채 시장 개입 빈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연준은 의회의 대규모 적자가 금리를 끌어올리고 경제를 침체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양적완화(QE), 환매조건부채권 등과 같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마찬가지로 저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레이 달리오도 그의 저서 ① ‘다가올 금융 위기를 대비하는 원칙’에서 정부의 국채 발행이 시장 수요를 초과할 때 중앙은행이 역사적으로 해왔던 일들을 기술하고 있다. 그는 지금 연준의 상황이 1940년대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당시 연준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부 적자를 해결해야 했다. 지금의 재정 적자와 마찬가지로 당시의 전쟁 적자는 정치적 결정이었다. 미국을 승전국으로 만들기 위해 연준은 독립성을 포기했다. 연준은 오버나이트(하루짜리) 초단기 금리를 제로로 조정하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를 2%로 정했다. 또 군수 자금에 필요한 모든 부채를 국고로 해결했다. 달리오는 이를 통화정책3(MP3)라고 했다.

2019년 5월 우리는 달리오의 프레임워크를 이용해 연준이 다시 MP3에 빠져 독립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몇 달 후 ② 연준은 금리 통제를 위해 레포 거래 한도를 대규모로 확대하고 국채 추가 매입을 결정하는 등 금융 시장 하락과 달러화 부족 위기에 대응했다.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약세와 정부 부채 증가세에 따라 연준이 MP3를 시행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뉴 노멀’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동시에 이 상황은 미국의 정치권에 경고가 되기도 한다. 그 옛날 정치권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줬던 것과 같은 긴급한 마음가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에 막대한 재정과 금전적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 ‘뉴 노멀’을 계속하는 것은 성장을 해치는 부채의 악순환을 지속시킬 뿐이다. 그러나 이 유사(流沙·바람이나 물에 의해 아래로 흘러내리는 모래)에서 벗어나려면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존적 위협은 파시스트 제국주의였고, MP3는 미국 정부 대응의 일부였다. 지금 미국은 덜 분명하지만 과거와 동등한 수준의 위협, 즉 기후 변화와 과도한 정부 부채 같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MP3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모두 지금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빠져 이런 위기 징후를 무시하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는 3월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보통 연준이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던 것과 비교하면 ‘빅컷’이다. 사진 블룸버그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는 3월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보통 연준이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던 것과 비교하면 ‘빅컷’이다. 사진 블룸버그

다음 세대 미래 훔치는 현재의 이기주의

로비스트와 그들의 고객은 미래 세대의 복지를 착취한다. 선거와 정부 구성을 조작하고 부당한 감세, 자기 잇속만 챙기는 정부 지출, 자급자족적인 규제 정책 등을 통해 미래를 훔친다. 이런 이기주의는 엘리트들을 부추겼고, 자원의 과다 개발, 정부의 부채 규모 확대, 젊은층에 대한 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불평등이 심화했고,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확산했으며,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됐다. 또 미국 젊은층의 교육 수준은 선진국 최하위가 됐고, 경제 역시 대규모 적자와 저금리로 연명하고 있다.

달리오가 주장한 바를 보자. 인간이 ‘존재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의 이야기다. “국가, 그러므로 국가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막대한 빚을 지고 전쟁에서도 지는 것이다. 이보다 더 파괴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것들과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2019년 기준 미국의 탈세자들은 자신들의 동료인 시민에게 연간 60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 탈세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를 좀먹고 부정 행위를 부추긴다. 도둑질에 처벌이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모두에게 세법 준수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탈세자들의 탈세 활동은 미국의 부채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 ③ 알렉산더 해밀턴은 의회에 보낸 첫 서한에서 이를 경고한 바 있다. 사실 부채 상환은 9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재정 적자 규모를 3분의 2까지 축소할 수 있다. 동시에 이것은 미국 국민에게 국가가 법치주의와 기본적인 공정성을 우선한다는 것을 확인시킬 수 있다. 나라에 필요한 예산의 우선순위 변동에 대한 기조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환은 미래 세대 이익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젊은 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국인은 좋은 환경에서 살 권리, 과도한 부채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권리, 그리고 그들이 생산적인 시민이 될 수 있도록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여기에 우선순위를 두면 미국은 MP3의 난국에서 벗어나 지금과 미래 세대 앞에 드리워진 재앙을 극복할 수 있다.


Tip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가 2018년 금융 위기 10주년에 맞춰서 낸 책이다. 금융 위기가 일어나는 원리와 위기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템플릿이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전형적인 금융 위기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템플릿 소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위기,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 2008년 금융 위기 등 세 가지 사례 △48가지 부채 위기 사례 등을 담고 있다. 국내에는 2월 24일 출간됐다.

연준은 지난해 10월 레포 거래 한도를 기존 750억달러에서 1200억달러로 확대했다. 레포 거래는 일정 기간 내 되파는 조건으로 국채 등을 매입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금융사가 갑작스럽게 문제를 겪을 때 매입했던 보유 채권을 되팔기로 약속한 후 연준이 이를 사들인다. 이 돈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당시 연준은 2020년 2분기까지 600억달러어치 단기물 국채도 순매입하기로 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미 헌법을 직접 집필한 연방주의자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임명으로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을 지냈고, 그는 임기 동안 상공업 발달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