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폭풍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실업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 후폭풍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실업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 같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미증유의 불확실성을 동반하면서,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경제 위기보다 더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기존의 어떤 이론과 대책도 통하지 않고, 이제 막 통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새로운 이론화 작업과 정책 대안 마련도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미국을 위시한 각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발표로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됐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주요국 증시는 물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도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국제 금 가격도 하방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원자재 시장도 연일 대혼란이다. 그렇다고 미국 달러화 선호현상이 압도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도 않다.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만 300만 명을 넘은 미국은 실업률이 30% 이상으로 치솟고 경제 성장률이 20%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더 악화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 일본이나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도 여건은 다르지만, 위기의 강도는 클 것이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다. 생산, 소비, 투자 등 전방위에 걸쳐 감소세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대외 여건마저 좋지 않아 수출 실적 또한 저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듯 기업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처지다. 과거 여러 차례 경험한 경제 위기 때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물론 우리 경제도 금융 위기 목전에서 한숨 돌릴 수는 있게 됐지만, 실물경제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시시각각 나빠지는 지표들, 코로나19의 기세가 그칠 줄 모르는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들도 매우 제한적일 뿐 아니라 당장의 경기 방어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거의 확실시되는 전망을 눈앞에 둔 지금이 파괴적인 정책 대안이 나와야 하는 시점임은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지금까지 우리는 나름대로 경제와 사회를 위기로부터 잘 보호해 왔다는 오만함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실업에 맞서기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부당하다고 봐서는 안 된다. 실업급여 확충을 넘어선 적극적인 실업 대책 도입, 대마불사라는 비판을 각오할 정도의 기업 구조조정 지원, 인프라 부문 공공 일자리 창출 등 오히려 과도할 정도의 정부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1974년 노벨 경제학상 수락 연설에서 “사회의 진보를 전적으로 우리 취향대로 주무를 수 있게 해주는 힘과 지식을 우리 스스로 갖고 있다는 믿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런 지식이 우리에게 있다는 믿음에 따라 행동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해로운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우려했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경고보다는 “복잡한 여러 이유를 대면서 우리가 이러한 수단(적극적인 실업 대책)을 통해 우리의 후생을 증대시키려 한다면 금전적으로 파멸할 것이라는 걱정은 겉보기에도 그렇고 실제로도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케인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