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가 성행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갭투자가 유망 투자 기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동산 투자 동호회나 카페 모임, 경매 학원을 찾는 20~30대 젊은층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것도 부동산 갭투자 열풍과 관련 깊어 보인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모 정당 대표에게 전달한 ‘2019 아파트 입주 계획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30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실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갭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매매가 거주 목적이 아닌 갭투자 목적으로 변질된 모양새다.

갭투자라는 용어가 부동산 시장에 등장한 지는 제법 오래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에 문외한인 사람조차 쉽사리 인지할 수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가 아닐까. 물론 여기에 아파트 투자 열풍이 절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갭투자는 전셋값과 매매 가격의 차이, 즉 갭(gap)이 적은 부동산을 전세보증금을 끼고 최소한의 자금으로 매입한 뒤 훗날 매매 가격이 상승할 때 매각함으로써 시세 차익을 거두는 투자 방식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매입한 이후 반드시 시세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대전제하에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부동산 갭투자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이 높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실수요자가 매매를 통한 입주보다 전세 입주를 선호할수록 전세가율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통상 전세가율은 지역에 따라, 개별 단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갭투자자들이 전세가율이 높은 매물을 찾아 공부하고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고 발품을 파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 전세가율통계(2020년 3월 기준)를 살펴보면, 서울은 60.7%로 전국 기준 65.3%보다 낮은 데 비해 광주가 가장 높은 70.7%로 나타났고 이어서 인천 69.7%, 전북 69.4%, 강원 68.9%, 충북 67.6%, 경기 67.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둘째, 소액 투자가 가능할수록 인기다. 실제로 전세가율이 낮은 강남 고가 아파트의 경우 갭투자자에게 인기가 없는 반면, 전세가율이 매우 높아 사실상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지방 아파트 단지가 갭투자용으로 인기가 많다.

셋째, 거주보다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만큼 단기적, 투기적 경향을 보인다. 갭투자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많은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같은 값일 경우 다세대나 연립주택, 단독주택보다는 대중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를 사고파는 게 유리해 보인다. 최근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안시성(안산·시흥·화성), 오동평(오산·동탄·평택) 등은 서울 아파트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노리고 갭투자자들이 발굴해낸 결과물이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투자자가 부동산 갭투자를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즉 전세보증금을 껴안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라는 속성상,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가지고도 큰 수익을 바랄 수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져 자금 마련이 어려울 경우 그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최근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안시성(안산·시흥·화성), 오동평(오산·동탄·평택) 등은 서울 아파트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노리고 갭투자자들이 발굴해낸 결과물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사진은 수원의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최근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안시성(안산·시흥·화성), 오동평(오산·동탄·평택) 등은 서울 아파트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노리고 갭투자자들이 발굴해낸 결과물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사진은 수원의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갭투자는 ‘양날의 검’…깡통주택 조심해야

하지만 갭투자는 자칫 부동산 시장 악화로 매매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이 확대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금액으로 볼 때 부동산은 설령 갭투자라고 하더라도 주식이나 다른 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돈이 들어간다. 그만큼 투자에 실패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매각 시점에 구입 가격 이상으로 시세가 상승해줘야 한다. 자칫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로 전환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대원칙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또 변화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거시적 환경과 분양 물량, 입주 물량, 교통, 상권, 학군 등 수많은 미시적 환경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을 쉽사리 예측하거나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울러 부동산 갭투자는 전셋값이 급락하거나 전세 수요가 급감해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 즉 역전세난이 발생할 경우 ‘깡통주택’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 이 경우 투자자 본인은 물론, 세입자에게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그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던 시기에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입주 물량이 과다하게 쏟아지면서 심각한 역전세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깡통주택이 넘쳐나 결국 사회적·국가적 이슈로 크게 부각된 적이 있었다. 일례로 2017~2019년 신도시 아파트 입주 물량 급증으로 경기도 화성, 남양주, 김포, 인천 서구 등에서 심각한 역전세난이 발생했고, 비슷한 시기에 울산, 창원, 거제 등은 지역경제 파탄에 따른 아파트 가격 급락으로 깡통주택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갭투자에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이미 국내외 주식시장은 급락을 경험했고, 지금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혹여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부동산 시장마저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부동산은 특성상 처분 절차 및 시세 반영 등에 있어 주식에 후행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부동산 갭투자는 ‘양날의 검’과 같다. 자기 자본이 아닌 타인 자본(전세보증금)을 상당히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투자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일 운이 따른다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매각을 원하는 시기에 시장 상황이 나빠져 가격이 급락하거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혹은 전세 만기가 돌아왔으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예기치 못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부동산 갭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실행하기에 앞서 반드시 경기 전망과 입주 물량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거나 인근 지역에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돼 있다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과장된 광고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충분한 자금 운용 계획 없이 섣불리 갭투자에 나서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