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쟁에 돌입했다. 1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중국에선 2019년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 대표단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1월 31일 톰 코튼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코로나19는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된 생물무기”라고 맞대응하자 주미 중국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가 “완전히 미친 소리”라며 반발했다. 차츰 가라앉던 책임 공방은 4월 들어 미국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다시 불거졌다. 4월 14일 미 워싱턴포스트가 2년 전 미국 기밀문서를 인용해서 우한 연구소 의혹을 한 번 더 제기했다. 미 관리가 2018년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연구하는 우한 국립 생물 안전 연구소(Wuhan National Biosafety Laboratory)를 방문한 뒤 안전과 관리의 취약함에 대해 두 차례나 보고서를 올려 지적했다는 것이다. 다음 날 미 폭스뉴스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연구실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뉴욕대(NYU) 경제학 박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구원,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 ‘넥스트 아시아’ 저자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뉴욕대(NYU) 경제학 박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구원,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 ‘넥스트 아시아’ 저자

이렇게 끝나리란 법은 없지만,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① 48년간의 진통 끝에 미국과 중국 간 관계의 종말이 눈앞에 닥쳤다.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비극적인 결과다. 불필요한 무역전쟁부터 갈수록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쟁까지, 분노로 가득 찬 두 나라는 출구 없는 책임 공방에 발목 잡혀 있다.

자국 우선주의에 물든 미국인은 중국에 진저리치고 있다. 최근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66%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보다 6%포인트 증가한 수준으로, 퓨리서치센터가 15년 전 해당 조사를 도입한 이래 가장 높다. 이런 추세는 공화당 지지자, 50세 이상, 대학 졸업자에게서 눈에 띄게 나타났지만, 민주당 지지자, 젊은층, 저학력층의 부정 여론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국수주의적인 중국 국민도 미국에 격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로 부르자고 주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우한 국립 생물 안전 연구소의 불미스러운 연구와 코로나19 전파를 연결하는 주장이 점차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는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교육받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외교 관계도 끝없이 치고받는 책임 공방으로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국제 사회에서 국교 단절을 정당화하긴 어렵지만, 냉정한 논리의 시대는 끝났다. 대신 우리는 이 파멸의 가혹한 결과를 생각해봐야 한다. 

두 나라 경제는 밀접하게 상호 의존적이므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은 가장 큰 해외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중국은 ② ‘자주 혁신(indigenous innovation)’ 정책에 필요한 미국 기술에 접근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삼지 않을 경우,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금융 불안정이 예상된다.

미국도 저소득층이 그간 의존하던 값싼 중국산 재화를 수입하지 못한다는 문제에 맞닥뜨릴 것이다. 성장에 목마른 미국 경제도 중요한 해외 시장을 잃는다. 중국은 세 번째로 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의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 재무부 증권의 가장 큰 해외 수요원을 잃을 텐데, 역대급 재정 적자를 고려하면 특히 더 우려스럽다.

미·중 관계의 파국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대인관계에서도 그렇듯 지정학적 상호 의존 관계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 파트너가 독자적인 길을 가기 시작하면 말이다. 중국은 10년간 수출·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의 성장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잉여 저축(자체 저축)에서 저축 흡수(해외 자본 유치)로 노선을 변경했고, 이는 중국을 아주 다른 길로 이끌었다.

중국에 의존하는 미국으로서는 불편한 발전이다. 미국은 중국에 뒤처지면서 노여움을 느꼈고, 노여움은 비난으로, 비난은 공개적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는 경제적 측면을 뛰어넘는다. 신(新)냉전이 시작되면서 세계 패권의 중요한 변화를 목도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부는 점차 내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은 한때 의리를 쌓은 동맹국을 경멸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부터 팬데믹이 한창인 시점에 세계보건기구(WHO)까지 주요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받아들이는 움직임도 보인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유럽 등 코로나19 발생국에 대한 물자 공수와 같은 전략적 설계로 세계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자연스럽게 공백을 메운 측면도 있다.

비록 이런 지각변동이 미국인을 더욱 힘들게 하겠지만, 미국은 집단적으로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는 세계화에 대한 경계심을 퍼뜨렸고,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이런 생각은 강화됐다. 많은 미국인은 이른바 ‘불공정한 무역 거래와 관행’에 분노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같은 기관에 미국이 불공평하게 많은 자금을 지원한다는 생각에 분개하고 있고, 미국의 안보 우산이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 무임승차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美 부채 폭발적 증가…고립 상태선 경제 성장 발목 잡아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내향적으로 변화하는 시점은 이미 침체한 국내 저축이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재정 적자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순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국 우선주의 어젠다는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적자 심화뿐만 아니라, 장기적 경제 성장에 거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2019년 79%인 ③ 미국의 GDP 대비 연방 부채(federal debt)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수준인 106%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전망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금리가 0%에 고정된 현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제로 금리 시대는 영원하지 않다. 이자 비용이 조금만 상승해도 미국의 경제 성장은 어려워질 것이다.

조각난 미·중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저축 감소와 부채 증가로 중국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지만) 모순적이게도 코로나19로 그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양국의 리더가 책임 공방을 멈추고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 우선 양국은 팬데믹 초기 단계(중국 12월, 미국 1~2월 해당)의 전말을 밝혀내야 한다.

허황된 자존심이나 자국 우선주의 허세를 부릴 때가 아니다. 진정한 리더는 역사적으로 가장 어두운 시기에 등장하거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하고 이런 기회를 포착하기엔 너무 늦은 것일까?


Tip

48년 전인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기술 산업 발전을 위해 시행한 정책. △국영 기업 보호 △외국 기업으로부터 강제 기술 이전 △자국 기업 중심 정부 조달과 같이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정책이다.

지난해 1월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예산과 경제 전망: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보고서에 따르면, GDP 대비 연방 부채 비율은 2020년 81%, 2030년 98%, 2050년 18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CBO는 “연방 부채가 증가하면 저축과 소득이 감소하고, 이자 비용이 증가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정책 입안자의 대응 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