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숙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개미(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로 급반등에 성공하면서 수도권 주택 가격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급매물이 나오는 등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9억원 이하의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4월 들어서야 약세로 전환돼 아직도 그 방향성에 대해 갈피를 잡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주택 시장에 대한 반등론과 추가 하락론 등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수요자의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의 반등은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고 일컬어지는 개미들의 매수 수요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16일 기준 증시 주변 자금(투자자예탁금, 파생상품거래예수금, 환매조건부채권, 잔고, 위탁매매 미수금, 신용융자 잔고, 신용대주 잔고 등을 합한 금액)은 총 141조7281억원으로 집계됐다. 142조에 달하는 증시 주변 자금은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27조336억원(23.57%) 증가한 규모다. 개인투자자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증시에 몰리면서 코스피지수는 3월 23일 종가 기준으로 1400선까지 떨어졌지만, 현재 1900선 안팎으로 반등했다. 특히 그 끝을 알 수 없었던 확진자 증가세가 국내를 비롯한 유럽 등에서 눈에 띄게 둔화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오히려 미국 주식시장을 선도한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라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의 상승세는 온전한 경기 회복보다 수급에 의한 요인이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돌파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후 실적 악화와 실업자 증가 등으로 인한 경기 위축 장기화로 추가 하락까지 예고돼 있어 상승 속도는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둔화할 경우 시중의 유동자금은 어디로 갈까? 주식시장은 주택 가격의 선행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추정 기간과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주가가 주택 가격을 6개월 내외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 주택 가격의 하락이 일시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요인인 만큼 시장을 예측하는 데는 다소 보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 향후 수도권 주택 가격은 어떻게 될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주식시장 격언 중 ‘수급이 모든 재료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최근 주식시장을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그동안 간접투자 수익률에 실망하고 낮은 금리에 지친 개인투자자가 가격이 하락한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대기업 우량주, 상승 호재가 있는 바이오 및 정보기술(IT) 주식 등을 사들이면서 급락한 주가를 속도감 있게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수도권 주택 시장은 어떨까? 주택 가격이 다소 하락하면 지금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주식시장처럼 급증할 수 있을까? 현재 수준 정도에서는 추격 매수자가 집값을 끌어올릴 만큼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가 9억원 초과 고가 주택은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또한 주택은 주식과 달리 취득 및 매도 시 세금과 중개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크고, 자금 여력이 있어도 다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추가적인 주택 매수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 가능 수요는 자금력이 있는 무주택자나 교체수요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의 경우 가격 하락 폭과 지속성 여부에 따라 매수 시점을 고민할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매력적인 수준만큼 하락했는지에 대해서도 저마다 눈높이가 다를 수 있다.


수도권 주택 시장 변수는 다주택자 매각과 갭투자

다만, 10년 이상 다주택자가 올 상반기 중 양도소득세의 장기 보유공제 적용 및 일반과세라는 절세 요인으로 처분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 하락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 10년 이상 다주택자 보유 주택은 12만8199호이고 지역별로는 강남 3구 27%(3만4254호), 마포구·용산구·성동구(마용성) 10%(1만2895호)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곳에 37%가 몰려있다. 이 중 주택임대사업자가 3월 말 기준 총 48만1000여 명, 등록 임대주택이 총 150만8000호에 해당되므로 매물이 나오더라도 등록 임대주택이 아닌 다주택자 물량 일부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2000호 수준이나 2021년에는 2만2000호, 2022년 1만800여 호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사업 이외 신규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초과이익환수제 및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재정비 사업이 위축되고 있어 향후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작지 않은 점이 서울 아파트값에 대한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시장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전셋값이다. 대출이 규제된 상황에서 전세라는 사적 금융을 토대로 한 이른바 ‘갭투자(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주택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를 통한 매입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셋값이 상승할 경우 보증금 승계 매입 시 자기자본 투자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늘어나고 매수 가능 수요를 늘리는 효과로 작용하게 된다.

수급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 시장을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주식보다 단위당 가격도 비싸고 거래비용도 높고 하방경직성도 크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재 가격이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만큼 하락했거나 대출 등 정부 규제 영향 등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므로 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가격이급락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나타났듯,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도 있어 보인다.

결국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 시장은 제한적 하락 후 정부 정책 및 경제 상황, 전셋값 등에 따라 하반기 이후 추가적인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입지가 좋은 곳을 선호하는 수요가 많을수록 장기적으로 강남 3구나 마용성의 쏠림은 여전할 것이다. 집값 안정이 목적이라면 3기 신도시 계획을 더욱 면밀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