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

LG전자는 올해도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이른바 ‘매스(대중적) 프리미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 디자인이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임을 고려하더라도 벨벳의 디자인은 꽤 준수하다. 물방울처럼 배열된 후면 카메라와 돌출을 최소화한 렌즈, 부드럽게 렌더링 된 측면까지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이야기는 공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LG전자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뜨겁다.

벨벳이 정식으로 출시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온라인상에는 벨벳에 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최초 논란이 불붙었던 지점은 벨벳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성능에 대한 것이었다.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NPU(신경망처리장치) 등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에 오디오, 통신 모뎀이 모두 집약된 곳이 AP다. AP는 스마트폰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이자 시장이 스마트폰의 등급을 인식하는 척도가 되어 왔다.

독자 AP가 있는 제조사들의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는 퀄컴의 AP가 가장 많이 채용된다. LG전자 역시 벨벳에 퀄컴의 AP를 사용했다. 문제는 채용한 퀄컴 AP의 등급인데, 퀄컴의 경우 최신 기술이 집약된 하이엔드(최고급) 모델 AP는 숫자가 8로 시작한다. 하지만 LG전자는 매스 프리미엄 폰을 표방하는 벨벳에 하이엔드 모델인 8번대가 아닌 중급형인 7번대의 AP를 탑재했다.

이러한 행보에 비판이 제기되는 건 현재 시장 상황을 두고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최신 기술, 하이엔드 부품 채용이 프리미엄 시장의 경쟁을 위한 최소 자격 조건처럼 느껴질 만큼 혹독한 시장 환경에서 LG전자가 중급형 AP를 탑재하고 프리미엄을 표방한다는 것에 일부 대중은 답답함을 느낄 만도 하다.

기존 LG전자의 G와 V 시리즈가 노리던 프리미엄 시장에서 이른바 매스 프리미엄으로 타깃을 하향 확장하는 과정에 그동안 LG전자가 가지고 있던 장점들도 사라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에서 고해상도 음질을 구현하는 쿼드덱(quad DAC)이 빠진 것이다. 벨벳에 쿼드덱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이 쿼드덱이 주는 매력에 빠져 LG 스마트폰을 선택해 온 충성 고객들이 더는 LG 스마트폰을 선택해야 할 이유도 함께 사라졌다.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하고 대단한 무기도 없는 스마트폰. 벨벳 공개 전 온라인상에 떠돌았던 벨벳에 대한 비난 의견을 정리해보면 이와 같다.


LG전자 스마트폰 벨벳. 사진 LG전자
LG전자 스마트폰 벨벳. 사진 LG전자

베일 벗은 벨벳, 절치부심한 LG

하지만 실제 벨벳이 공개된 이후 의아했던 점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듯하다. 우선 매스 프리미엄을 표방하고서 중급형 AP를 채용한 점부터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의문을 해소할 키워드는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이다.

하이엔드 모델인 퀄컴의 AP, 스냅드래곤 865의 경우 4세대 이동통신(4G)과 5G를 위한 모뎀을 AP 외부에 두고 있다. 반면에 LG가 사용하는  중급형 AP 모델은 내부에 모뎀을 설치해 통신 기능까지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해냈다. 이 경우 원칩으로 설계한 구조가 전력 효율이 월등하다. LG가 벨벳에 중급형 모델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신 기술, 최고 성능 그 자체에 몰두하는 소비자층에게는 매우 아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대로 내려앉은 지금, LG전자가 노려야 할 타깃이 강력한 성능의 게이밍 폰이 필요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새 제품을 남들보다 앞서 경험하려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중급형 AP 성능으로도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또 원칩 구조의 AP를 택한 덕에 벨벳은 더 작은 배터리로도 오래갈 수 있는, 그래서 더 얇게 만들 수 있는 이점을 얻었다.

그렇게 탄생한 벨벳의 디자인은 LG가 공언한 대로였다. 최신 기술을 담지는 못했지만, 기술을 담기 위한 최적의 지점을 찾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벨벳의 물방울 카메라는 최고 스펙만이 좇아야 할 유일한 방향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게 해준다.

물론 카메라 센서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고, 화소 역시 경쟁사들 그것보다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사용해본 벨벳 카메라의 성능은 일상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스펙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덕분에 카메라 렌즈의 요철은 최소화됐고 카메라 배열은 물방울 모양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출시가와 ‘반납 후 재구매’ 조건 할인 마케팅 아쉬워

다만 이번에도 결국, 이 이야기를 못내 아쉽게 하는 것들이 있다. 성능 논란에 이어 다시 한번 논란의 불을 지핀 벨벳의 출시가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89만9000원에 달하는 벨벳의 출시가가 확정된 후, LG가 내세운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는 또다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스마트폰 시장의 판에 박힌 규칙을 깨뜨리는 듯한 LG전자의 행보가 가격 규칙은 깨뜨리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서 중급형 AP를 사용한 이유, 작은 카메라 센서를 쓴 이유는 모두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똑같이 중급형 AP를 달고 작은 카메라 센서를 쓴 경쟁 제품들과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

그 뒤에 LG전자가 내세운 프로모션을 보면 벨벳의 고가격 정책 뒤에 어떤 계산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LG는 2년 후 기기를 반납하고 다시 LG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50%를 할인해주겠다는 선할인 가격 전략을 들고 나왔다. 마치 벨벳의 모든 이야기들을 부정하는 듯한 그 오래된 가격 전략을 LG전자는 또다시 들고 나왔다.

가격과 품질을 동일시하는 소비자에게 높은 출시가를 세우고 이후 강력한 할인을 통해 착시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LG 입장에서는 장기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겠지만, 그렇게 붙잡아 둔 고객이 2년 후 LG의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한들 그들을 충성 고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3%대로 내려앉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활의 키는 오랜 시간 LG전자를 믿고 기다려준 충성 고객이 쥐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LG를 선택해준 대가로 40만원을 깎아줄 것인가. 만약 40만원의 여력이 있다면 단서를 달지 말고 할인해 주는 것이 더 도움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벨벳을 통해 보여준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방향 자체는 참신하고 또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도 그것을 시장에서 풀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충성 고객에게 다가설 전략들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사용 후 반납하고 2년 후 lg 폰을 쓴다고 약속하면 40만원을 깎아주는 스마트폰, 벨벳의 매스 프리미엄 전략은 출발부터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술과 기기 그리고 그 기기에 담긴 철학이 아닌 프로모션으로는 단 한 명의 충성 고객도 살 수 없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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