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와 사회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감염 우려 때문에 위축된 시민의 경제 사회적 활동이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과 일용직, 프리랜서와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큰 타격을 줬다. 대외적으로는 국경 봉쇄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수출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 아울러  관련 기업들의 구조조정 등 수출 주도형 국가의 한계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그 과정에서 나타난 실업 문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때와 비견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일자리와 소득의 원천을 상실한 채 생활의 위기에 직면한 국민을 위한 사회 안전망도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줬다. 더욱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총선과 재정 건전성 논쟁을 거치면서 방향성을 상실한 결과,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논란으로 들끓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에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같은 4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 사회보험이라는 제도권에 편입됨으로써 위기 시 국가나 사회로부터 안전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주 좋은 취지다. 더군다나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규모 실업의 장기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달리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은 것이 염려스럽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 가입 대상자의 임금 또는 소득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징수해야 하는데 과연 얼마만큼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전혀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존 임금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소득 또는 이 둘의 조합으로 할 것인지 보험료의 산출과 수혜 범위 등 제도 운용을 위한 갖가지 기준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임금이든 소득이든 투명하게 밝혀지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에 대한 부담도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만약에 임금을 기반으로 운용되고 있는 현재의 제도가 소득 기준으로 바뀐다면 이는 일부 계층에는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금도 의심할 여지 없이 늘어나는 비용은 도대체 누가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비화해, 증세 논란에 불을 붙일 것이 뻔하다.


어설픈 대안으로 진행되는 정책 의사 결정

찾아보면 이외에도 많은 논쟁거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일자리와 사회 안전망 확충에 대한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단순 목적 지향적인 정책 의사 결정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분배냐 성장이냐, 내수냐 외수냐, 일자리의 질이냐 양이냐, 부유층 증세냐 보편적 증세냐 등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너무도 중대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그때마다 어설픈 대안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정책 의사 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으로 라틴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퀸투스 엔니우스(Quintus Ennius)는 “선함도 좋지만, 악함이 없는 것만큼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로지 선의로만 가득해 보여도 큰 부작용을 동반한다면 그것은 그저 독이 든 황금 성배에 불과하니 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하는 것이 정책 당국의 임무고, 권해도 받지 않는 것이 국민의 품위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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