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5월 26일 2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가 5월 26일 2000선을 돌파했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방법?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다.” 금융시장에서 오가는 농담이다. 그만큼 투자와 투기의 구분이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출이 급감하고 실물경제는 악화일로에 있는데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투기에 의한 과열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로 최저에 도달한 3월 19일에 비해 이미 40%가 넘게 상승했다. 코스닥 지수는 최저점 대비 70% 이상 상승해 올해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한국 증시의 주가를 견인한 것은 동학 개미 운동으로 불리는 개인들의 투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부터 4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2조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지금껏 순매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한 주식을 사들인 이는 개미들이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5월 초까지 유가증권과 코스닥 양 시장에서 30조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매수했다. 개인들이 견인한 주가로 개인투자자들은 지금 수익을 내고 있다. 동학 개미들이 외국인과 기관이라는 세력을 꺾고 승리한 셈이다.

개미들의 승리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첫째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여력 향상 때문이다. 개인들은 5월 말 현재 44조원이 넘는 주식매수자금을 예탁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퇴직연금 적립금이 2019년 말 기준 221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은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23조원이나 된다. 90%를 차지하고 있는 원리금 보장형 연금도 일부 투자형으로 전환될 수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이 진행되고 있어서 개인들의 주식시장 투자자금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둘째는 개인들의 투자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과 유튜브, 팟캐스트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이 개인들의 전문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전문가들이 SNS를 통해 대중에게 직접 투자기법을 전수하고 기업의 정보나 필요한 데이터 등에 대한 접근 방법도 알려준다. 동학 개미들은 자금력과 전문성 면에서 이전의 개미들과는 다르다.

주식은 해당 기업의 지분증서이므로 주가에는 수익률과 기업 가치가 반영돼야 하지만 현실에서 꼭 그렇지는 않다. 투자자에게 좋아 보이는 주식은 서로 선점하려 들고 부정적인 주식은 먼저 팔려는 심리가 작용해서 주가가 과도하게 변동하게 된다. 특히 기술적 분석으로 단타 매매를 주로 하는 초단기투자자들은 기업의 내재 가치에 관심도 없다. 원하는 수익만 챙겨서 남에게 주식을 떠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기판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 개선해야

이제 동학 개미들도 고민에 빠지게 됐다. 주식을 떠넘기기 위한 폭탄 돌리기를 시작할 것인지 중장기 투자로 버텨야 할지 결정할 때가 됐다. 개미들이 한국 증시를 원금손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적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중장기 투자자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개미들은 빨리 주식을 떠넘기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한국 증시가 투기판이 되지 않으려면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동학 개미들은 더 이상 이전의 개미가 아니다. 보호를 명목으로 진입장벽을 만들거나 투자수단을 제한하기보다 개인에게도 세력들과 동일한 투자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베어마켓(약세장) 랠리에서 개미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공매도 금지로 운동장이 평평해졌기 때문이라고 믿는 개미들이 많다는 것에 금융당국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