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끝으로 비로소 주요 기관들의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이 일단락됐다. 그나마 정책 노력으로 0%대에 불과하지만 플러스 성장세는 유지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예측부터 마이너스 2%대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에 이르기까지 편차는 심하지만, 한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는 점만큼은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재정에서 금융에 이르기까지 역대 최고 수준의 경기 대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그 효과가 상쇄될 만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여파가 매우 크다.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학자 나이트(Frank H. Knight)가 제기한 것처럼 ‘진정한 불확실성(true uncertainty)’에 직면해 있다. 통상 ‘나이트의 불확실성’이라 불리는 이 개념은 2개의 주사위를 던졌을 때 합이 5가 될 확률을 말하는 선험적 확률이나 평균수명이 얼마라는 식의 통계적 확률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어서 확률분포로 수치 파악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여느 때와는 달리 매우 편차가 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닥친 불확실성이 아니라 이에 직면한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각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이 총량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나이트가 주목한 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에만 관심을 가진 채 불확실성에 맞서 과감히 도전하지 않는 기업은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지 못해 발전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다음은 뻔하다.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가계 소득과 소비도 정체돼 경제사회 전체의 성장과 발전이 요원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따져보면 지금까지는 정책 당국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대응에 나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를 일정 수준에서 관리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기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야성적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기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야성적 본능’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의 ‘야성적 본능’ 유도해야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코로나19의 특성상 공급 측면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단절과 재편이 이뤄지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는 기존의 대면형 또는 접촉형 산업과 서비스 수요가 사라지고 비대면 또는 비접촉형 산업이 주목을 받는 등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잠재적 총공급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총수요가 떨어지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갭’을 확대할 우려가 크다.

이처럼 당면한 불확실성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빠르게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만 보더라도 낙관적인 전망이 어려워 자칫 중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제주체들의 행동 변화다. 특히,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기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야성적 본능(animal spirits)’에 충실해야 하고, 정책 당국은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이 그 마중물이 됐으면 하지만, 공은 이제 새 국회로 넘어갔다. 바라건대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을 넘어설 때까지만이라도 기업의 야성적 본능을 제한하는 정책은 걸러지고, 모자라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보완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