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전세 시장이 심상치 않다. 보유세 부담 증가와 초저금리 기조 고착화로 전세매물이 반전세나 월세매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전세난(전세로 나온 부동산이 모자라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대출 및 세금 규제)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매매 시장이 하향 안정화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연이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청약 대기 수요 급증, 신규 입주 물량의 감소 등으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전세난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난에 대한 우려는 실제로 관련 기관들의 통계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금의 경우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KB국민은행 부동산 기준으로는 지난해 7월 둘째 주 이후 연속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전세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려는 의지의 일환이었다.

사실 대한민국의 주택보급률(전국 기준)은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서울 등 광역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이 지역에서는 무주택 서민이 적지 않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민간 주택을 대상으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를 추진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적 약자인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명분은 충분하다. 정부와 여당의 추진 의지가 강한 만큼 조만간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집주인과 임차인 간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실효성에 관해 전문가들의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여기에 여야 정치권의 입장 차가 크다는 점은 제도의 안정적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다소 우려스럽다. 민간 주택을 대상으로 한 임대차 3법이 시행된다면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지, 또 전세난은 쉽사리 해결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에 임대차 3법을 분석해보려 한다.

첫째, 계약갱신청구권을 살펴보자.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보장 기간인 2년을 거주한 임차인(세입자)이 원하면 1회에 한해 2년간의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한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이 법안대로라면 의무 계약 기간은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사실 무주택 임차인의 경우 집 없는 서러움은 차치하고 봄·가을 이사철만 되면 ‘임대인(집주인)이 임대료(전세 및 월세)를 얼마나 올릴까’ ‘만일 나가라고 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그저 걱정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그런데 현행 법적 보장 기간인 2년이라는 시간은 임차인으로 살다 보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임차인의 입장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임대인의 경우는 다르다.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임대차 계약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보상심리가 발동한 임대인이 재계약이 끝나는 4년 후 큰 폭의 임대료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1989년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23.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둘째, 이에 대비한 보완책이 전·월세 상한제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전·월세 상한제는 민간 주택을 대상으로 전세 및 월세의 인상률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인상 폭은 연간 5%를 넘어설 수 없도록 규정할 예정이다. 전·월세 상한제 역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인 만큼 계약갱신청구권과 마찬가지로 임차인에게 호의적이지만, 임대인에게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전·월세 상한제 시행이 단기적으로는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임대 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오히려 전세난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서울 등 광역 대도시권을 제외한 상당수 지방에서는 전세난은커녕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발생하는 역전세난(전세 물량 공급 대비 수요 감소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적어도 지방에서만큼은 만간주택을 대상으로 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셋째, 전·월세 신고제를 살펴보자. 전·월세 신고제는 앞서 소개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운영하기 위한 기반으로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이 전·월세 거래 시에도 주택 매매와 마찬가지로 30일 이내에 실거래가를 신고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지금껏 신고 의무가 없었던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매매 계약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월 24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월세 매물을 보는 시민. 사진 연합뉴스
5월 24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전·월세 매물을 보는 시민. 사진 연합뉴스

전세난 해결하려면 광역 대도시 대상 공급 대책도 병행해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임대차 3법이 시행될 경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무주택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복되는 전세난을 완벽히 해결하기에 다소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임대차 3법)뿐만 아니라 반드시 공급량의 증가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시장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약 2만30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인데 이는 올 아파트 입주 물량 4만2000여 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더욱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주택사업 불확실성의 증가로 향후 수년간 입주 물량의 감소 추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 역시 부담스럽다. 임대차 3법이라는 제도 개선에 이어 전세 수요가 풍부한 서울 등 광역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공급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제도의 시행에는 분명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모든 주체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때로는 대승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집이 없어 고통받고 있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한 임대차 3법, 즉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의 도입은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떠나 집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차 3법이 일정 부분 임대인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제도인 만큼 전·월세 매물 기피 현상을 부추길 수 있고, 매물 품귀 시 전·월세 다운계약 등 위장 편법 계약이 성행할 수 있다는 점도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임대차 3법의 성공적 정착과 전세난의 완벽한 해결을 기대해본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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