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의 과거사에 대해 연일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있다. 4년째 사법 처리 대상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집단의 총수가 유죄와 피의자 사이를 오가며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재벌 총수들의 오랜 사법 수난사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재벌 개혁론자들은 이를 두고 재벌의 부패와 재벌 구조의 후진성을 지적하기 바쁘다. 국정 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처리 대상이 되는 사이에 삼성이 길러왔던 내로라하는 전문 경영인들도 사법 쓰나미에 무더기로 쓸려 퇴출당했고, 사법 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은 삼성과 한국 경제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다. 훌륭한 전문 경영인은 하루아침에 키워지지도 않고 쉽사리 대체되지도 않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재벌 단죄 놀음에 빠져 있다.

한편 고개를 돌려 다른 나라를 보면, 세상을 바꾸고 시대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사회의 지도자가 정치인이 아니라 창업가이고 경영자다. 부시,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은 세월이 가면서 잊히고 그들의 업적이 무엇인지 희미해지지만, 21세기를 바꾼 사람들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이러스 통제를 위해 경제를 셧다운 시키자, 또 다른 기린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명령이 독재적이고 위헌적이라며 불복종해야 한다고 큰소리친다.

이런 경영자들이 대통령과 정치권에 반하는 발언을 하면 이 땅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번 정권 초기에 소득 주도 성장의 과격한 최저임금과 노동 시장 규제에 다른 소리를 냈던 경총 부회장은 그길로 일자리를 잃었고, 경영자 단체들은 적폐 세력으로 대통령과 주변 권력에 의해 융단폭격을 맞고 침묵을 강요당했다. 정말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 세력들이 이 나라 기업인들보다 더 많은 기여를 했고 도덕적으로 우월한가?


민주적인 사회는 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민주적인 사회라면 그 어떤 직업과 지위에 있든 발언과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국내 경영자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장 글로벌한 조직을 이끌고, 미래를 설계하고 예측하면서 사는 사람이 사회 지도층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그들의 능력과 지혜가 사회를 위해 쓰이지도 않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도 없는 존재로 살고 있다.

왜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 총수들은 대를 이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일까? 이는 한국의 약탈적 상속세법 탓이다. 한국에서 기업을 제대로 키우고 65% 상속세를 내고 편법이나 위법하지 않고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인들 재산의 대부분은 기업 주식이다. 그것을 팔아서 65%의 상속세를 내고 나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특히 기업을 잘 키워서 주가를 높일수록 그렇다. 설혹 세금을 다 내고 이후 분할해서 상속세를 내도 그 많은 돈의 상속세를 내려면, 이후에 내부거래로 비상장 주식을 통한 불공정한 수익을 내거나,과도한 배당이나 최고경영자의 급여 등으로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큰 기업집단이라서 삼성이 사회적 주목을 받을 뿐, 한국의 중견기업 이상의 상속 방식은 다 유사하다. 위선적인 법을 만들어 놓고 아버지가 죽었으니 재산의 65%를 국가에 바치라는 것은 강도질과 다름없다. 재벌이 부도덕해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반이 상속세가 없고, 있는 나라의 상속세율 평균은 15%다. 그나마 고용을 승계하고 유지하면 면제하는 나라도 많다.

경제인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회복하려면,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약탈적 상속세법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글로벌 수준으로 경영권 보호 수단을 허용해야 한다. 그것이 없는 한 우리 사회는 현대화하지도 민주화하지도 못한 나라일 뿐이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정치인들에 의한 경제의 정치 예속화는 계속될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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