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치른 지 2개월이 지났는데 벌써 증세 논의가 뜨겁다. 그동안 증세는 없다던 정책 당국도 이제는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부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제 증세가 대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진행돼 온 논의만 살펴봐도 그렇다. 정부는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3%(약 59조원)를 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약하고 세수 전망도 밝지 않다. 또, 이제 곧 발표될 한국판 뉴딜종합계획에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큰 스케일과 긴 구상이 담길 예정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원이 필요하니, 재정 건전성의 훼손 없이 충당하려면 그만큼의 증세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딱히 반대할 명분도 없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증세론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날로 심화하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물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안정적이고 충분한 재정 기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니어서 국가부채가 단기간에 급증하고 통화량이 팽창하면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찬반은 논외로 하더라도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촉발된 전 국민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재정 건전성만을 놓고 보면 어떻게 하든 아껴 쓰고 더 거둬 재정 풀(pool)을 충분히 채워 두는 것이 당연하기에 여건이 허용한다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과연 지금 당장 시급하고 중요해서 우리가 가장 최우선으로 걱정해야 하는 것이 재정 건전성이 맞느냐는 것이다. 모두 인정하듯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미증유의 위기라면 지금은 재정 건전성과 증세를 논하기 전에 경기 부양으로 대량의 실업과 그것이 가져올 피해를 막아내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당연히 재정의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이전보다 더 강화돼야 하겠지만 말이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새롭게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새롭게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反)시장적인 정책 과감히 걷어낼 때

더군다나 이번 위기가 내년에도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하루라도 빨리 지금의 불황에서 탈출하는 것이 우리 경제나 그렇게 걱정하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당연히 논의의 초점은 정부의 정책 수단과 재원이 이러한 목적에 맞게 잘 짜여 있는지, 그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등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 순리다. 여기에 더해 우리 경제가 이미 수년째 침체 일로에 있기 때문에 다시 성장궤도로 복귀하지 못하면 이미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재정 건전성 회복은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요원한 일이 된다. 지금은 무엇보다 정책 당국이 규제 개혁을 포함해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각종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과감히 걷어내고, 친시장적인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적어도 재정 건전성의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경고처럼, 오로지 장기적인 시점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왜 지금과 같은 위기에 장기적인 시점을 고집하는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정부가 ‘해야만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새롭게 구별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재정 건전성과 증세 논의는 좀 더 늦춰져도 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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