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보안 검색 직원 정규직 전환 사태가 정부가 내세우는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에 대한 자기 부정으로 귀결되면서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 사태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인국공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제로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당위론적인 구호를 내세워 왔다. 하지만 조국 사태가 이른바 ‘아빠 찬스’에 대한 불공정의 분노를 자아냈다면, 인국공 사태는 ‘문 대통령 찬스’로 정부가 내세우는 가치의 자기 부정으로 귀결되고 있다.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처우 차이와 분절화는 노동시장의 오래된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은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종신직이라는 점이다. 이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들은 파업 후 사업장을 점거하거나 대체 인력 투입을 불허하는 노동법 등으로 고용주보다 우월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기구는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한국의 정규직 보호를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키우는 방향의 노동 개혁을 권고해 왔다. 하지만 정권 창출의 지분이 있다고 믿는 강성 노동조합의 심기를 거스르고 원천적 불공정에 칼을 들이댈 용기는 이번 정부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는 더 높은 처우의 비교 대상이 있으면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존 노조원 1400명보다 많은 1900명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면서 ‘문 대통령 찬스’로 뒷문으로 들어온 직원들로 기존 직원들의 처우가 악화하는 것을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에는 핵심 역량과 무관하게 모든 서비스를 자체 고용으로 해결해야 하고 외부 전문 하청업체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미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요구를 원청 회사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서 대응했던 민간 기업에서도 끊임없는 갈등이 지속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궁지에 몰린 기업들에는 노사관계의 불안정성에 불을 붙인 꼴이 되고 있다.


정치적 정규직 전환은 국민 부담으로 전가

이는 결과적 평등이 노동시장의 정의라는 정부의 오도된 철학이 빚어낸 많은 문제의 일단이다. 세상에 있는 다양한 고용 형태는 자율적인 계약의 결과이자 경쟁을 통한 결과다. 정부는 정규직의 과보호를 줄이고, 실직자의 재교육과 보호를 강화하라는 소위 유연 보호 강화(flexicurity) 정책과는 정반대로 기존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공공부문은 인원이 늘어난다고 수입이 느는 조직이 아니다. 특히 인국공 주 수입원은 면세점 임대료이고 코로나19 사태로 임대료 수입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일반 기업이면 지금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하는 처지다. 본말이 전도된 정치적 정규직 전환은 그간 역대 정부가 유지한 공사의 방만 경영 통제의 원칙을 폐기한 것으로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과보호된 정규직화를 통해 노동시장을 재편하려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선 한국의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은 2016년 OECD 통계에 따르면 10% 남짓에 불과하다. 어느 사회도 원청 기업에서 해고되지도 않고, 성과에 상관없는 처우가 주어지는 철밥통 정규직만으로 구성된 노동시장을 감내할 수 없다. 특히 글로벌화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기술 변화는 노동시장 수요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를 노동시장의 자율성과 경쟁 없이는 대응할 수 없다. 시장 경제에서 노동 정책은 고용의 기회 확대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 기회의 확대가 없는 소수의 정규직화는 대다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희망 고문일 뿐이다.

가능한 한 적은 인원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이 잘하는 기업 경영으로 평가된다. 일자리를 시장이 아니라 정권이 만들 수 있다는 착각과 정권이 표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하는 평등, 공정, 정의의 구호가 왜 위험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점이 인국공 사태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