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서울대 산업공학과,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편집장, 신한-카이스트 AI금융연구센터 센터장
김우창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 ‘Quantitative Finance’편집장, 신한-카이스트 AI금융연구센터 센터장

얼마 전 지역기반 중고거래 서비스인 ‘당근마켓’에 ‘벌레 잡아 주실 분’이라는 제목의 판매글이 올라왔다. 집 안에 바퀴벌레가 들어왔는데 이를 3만원에 잡아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결국 벌레는 잘 잡혔고, 구매자가 애프터서비스(AS) 제안도 해줬다는 인증샷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훈훈한 이 이야기는 즉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기글에 오른다. 공유경제의 성공 요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10여 년 전,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창업되며 도입된 공유경제는 소유가 아닌 공유를 전면에 내세운다. 공동체를 만들고 환경을 개선한다. 내 소비는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적인 행위가 된다. 심지어 가슴 두근거리는 새로운 만남이 있을지도 모른다.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시절 사람들이 공유경제에 열광했던 건 여기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멋지고 마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상업적인 활동에 ‘훈훈함’을 더해 성공한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초기 모습은 공유경제의 긍정적인 표상과도 같았다. 세 명의 젊고 매력적인 창업자, 컵라면만 살 수 있으면 된다는 쿨함, 호텔 비즈니스에 평범한 사람도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모든 것이 훈훈했다. 현지인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매력까지 더해져 비록 먼지 하나 없는 호텔의 청결함은 없더라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호텔이 없는 외진 곳에도 숙박할 가능성이 생기는 건 덤이다.

기술회사는 많다. 드문 것은 ‘훈훈한’ 기술회사다. 에어비앤비는 기술회사다. 훈훈한 스토리가 있는 이 공유경제 업체에 투자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바라는 정부들은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했다. 사람들의 열광 속에 에어비앤비는 급격하게 성장했고, 창업한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2017년,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 5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숙소를 보유하게 된다.

영화와도 같은 이야기는 거기까지다. 공유경제 업체들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어낸 훈훈함은 역설적으로 성공한 업체들의 발목을 잡게 된다. 소액을 받고 이웃집의 바퀴벌레를 잡아주는 것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이야기다. 식약처 인증이나 세금 문제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이것이 규모가 커져 사업화된다면 어떨까. 소비자와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 범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사업소득에 대한 세금은 논할 여지조차 없다.

소비자가 판매자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바뀔 수밖에 없다. AS까지 제안해줬다며 고마워했던 당근마켓 구매자도 업체에는 AS가 당연하다 여길 거다. 훈훈함을 무기로 급속도로 성장한 공유경제는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업체와 차별성이 없어진다. 회사가 고객에게 전달했던 핵심 가치가 성장에 비례해 사라지는 셈이다.

최근 에어비앤비와 뉴욕시가 오랜 법적 분쟁 끝에 합의한 공급자의 정보 공유가 좋은 사례다. 뉴욕시에는 ‘30일법’이라는 것이 있다. 거주용 주택은 1년에 최대 30일까지만 상업적 활용을 허용하는 법이다. 거주용 부동산이 숙박업에 활용되며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실제로 많은 대도시가 이 때문에 주거용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경험했고 에어비앤비 금지안을 도입하고 있다. 단체 관광객들이 비상업용 주거지역에 머물면서 생기는 거주민들의 폭발적인 민원 증가도 한몫했다.

이 법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공유숙박 목록 정보를 시 당국이 알 필요가 있다. 에어비앤비는 누가 어떤 곳에 방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정보공유를 수년간 거부해오다 결국 뉴욕시에 항복한 셈이다. 작은 벤처 기업일 때는 불법이지만 단속이 불가능한 회색지대에서 영업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확 끌어올려버릴 정도의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과거와 같은 느슨한 규제 적용은 더 이상 바랄 수 없다.

멀리 갈 것 없이 타다의 실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택시는 차와 운전자만 있으면 영업이 가능하기에 공급과잉되기 십상이다. 공급과잉은 수익을 떨어뜨린다. 승차거부, 난폭운전, 바가지요금 등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올릴 유인이 생긴다. 다른 서비스업과 다르게 택시는 수준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해도 다음에 타는 손님은 그것을 알 방도가 없다. 해외여행 중 택시 때문에 기분 나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은 이유다. 따라서 택시의 수는 면허제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면허의 수를 조절해 택시 사업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대신, 규제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도록 강제해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의 질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타다에 택시 산업의 규제 안으로 들어올 것을 요청했다. 법적으로 금지된 하도급 형태의 고용 방식 역시 노동자 보호 차원에서 개선을 요구했다.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에도 타다는 이를 거부했다. 해당 비용을 지불하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혁신산업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마지막까지 펼쳤지만,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타다는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부터 ‘앱 달린 나라시 택시’까지, 타다를 평가하는 시각은 현재도 극명하게 갈린다. 한 가지는 명확하다. 타다가 사업을 접은 이유는 특혜 없이는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에 수천 대의 공유 자전거가 공급과잉으로 쌓여있다. 공유경제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의 반례다. 오른쪽은 쌓여있는 공유 자전거를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촬영한 모습.
중국 상하이에 수천 대의 공유 자전거가 공급과잉으로 쌓여있다. 공유경제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의 반례다. 오른쪽은 쌓여있는 공유 자전거를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촬영한 모습.

공유경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동 제한은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와 우버에 큰 손실을 끼쳤다. 동시에 급속한 성장에 가려져 있던 공유경제의 근본적인 딜레마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공유경제는 플랫폼 사업이기에 규모의 경제가 극단적으로 작동한다. 1위 업체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덩치가 커질수록 훈훈함을 잃고, 암묵적으로 주어지던 특혜를 잃게 된다. 기존 규제의 틀 안에 들어가 그 규제에 최적화된 기존의 업체들과 경쟁했을 때 공유경제 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된 바 없다.

넓은 의미의 공유경제는 인류가 집단생활을 했던 태곳적부터 물물교환의 형태로 존재해왔다.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창궐했다고 공유경제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공유경제는 지속 가능하다. 망하는 건 특정 업체다. 핵심은 그동안 공유경제 업체에 주어진 암묵적 특혜를 받지 않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성공적인 공유경제 사업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 책상물림인 필자는 감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 10년간 비즈니스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공유경제 업체들은 앞으로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과 이것이 패기 넘치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