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정부가 6·17 대책을 내놓은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7·10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공급 확대도 있지만, 세금으로 다주택자를 정조준한 모양새다. 기존 유주택자가 집을 한 채 더 사면 최고 호화주택 수준으로 취득세를 물리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압박도 세진다. 다만 30대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을 함께 내놓고 있어 일부 중소형을 중심으로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주택시장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세금 제도라는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시장은 대응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포인트 1│다주택 세금 압박으로 ‘갭투자’ 인기 시들

이번 7·10 대책으로 앞으로 ‘갭투자’라는 유행어는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갭투자는 매매가격에서 전세 보증금을 뺀 차이 금액(갭가격)만큼 내 돈을 투자해 자본이득을 올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취득-보유-양도 단계 세금 부담이 무거워 추가로 전세를 안고 집을 한 채 더 사기 어렵다.

당장 취득세가 부담이다. 지금은 주택 수나 금액에 따라 매입가격의 1~4%의 취득세를 내는데 앞으로는 두 번째 주택을 살 때부터 중과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택 구매 시 8%, 세 번째 주택은 12%를 적용한다. 가령 이미 집을 두 채 보유한 사람이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새로 사면 취득세만 1억2000만원을 내야 한다.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 등 부가세를 고려하면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양도세도 거의 폭탄급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최고세율이 80%에 달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다주택자가 내년 보유세 기준일(6월 1일) 이후 팔면 기존 적용 세율에 10%포인트 더 양도세율을 매긴다. 가령 3주택자가 첫 집을 팔 때 양도 차익 5억원을 초과할 경우 현재 62%에서 10%포인트 늘린 72%를 적용키로 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79.2%를 내게 된다. 80%에 육박하는 셈이다.

보유세도 예외는 아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는 많게는 종부세율이 6%까지 치솟는다. 서울 목동에 16억원짜리 한 채, 수원에 4억원짜리 한 채, 이렇게 두 채의 집을 가진 다주택자라고 해보자.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니 이번에 종부세 인상 대상이다.

두 채 합쳐 시가 20억원이라면 계산 방법은 좀 복잡하지만, 올해 세금이 약 568만원인데, 내년엔 1487만원이 된다. 종부세 계산에 사용되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오를 것이라는 현실을 반영해 얻은 결과다. 이렇게 되면 집값의 합이 30억원인 다주택자는 종부세가 1400만원에서 3700만원 정도로, 집값이 50억원이면 4200만원에서 1억원가량으로 오르게 된다.

더욱이 임대차 3법이 통과하면 이제는 재계약 때 전세금 인상도 5%로 제한된다. 전세 끼고 사는 갭투자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갭투자로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주택자산을 1가구 1주택으로 압축 구성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다. 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주택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꾀하는 방식이 늘어날 것이다. 가령 내 아파트는 월세를 놓고 다른 곳에서 전세를 사는 방식, 말하자면 소유와 거주를 분리하는 것이다. 내 집 한 채를 현금흐름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포인트 2│아파트 임대 사업의 종말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아파트 장기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하고 임대기간이 지나면 등록을 자동 말소한다. 임대기간 내 자발적인 등록말소를 하더라도 3000만원 과태료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말하자면 아파트로 임대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신규 등록 임대주택 유형을 보면 아파트는 25.8%로 다가구주택(26.7%) 다음으로 많다. 10년 전만 해도 원룸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아파트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 임대사업은 관리가 편하고 가격도 잘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 임대사업은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활용해 월세보다는 자본 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갭투자와 비슷한 형태로 주택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다 보니 정부가 이를 폐지하는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이 10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6·17 부동산 대책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6·17 부동산 대책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포인트 3│초고가 아파트 시들, 중저가 아파트 관심

이번 7·10 대책에서도 초고가 주택은 정책 쇼크 후 약세라는 과거 패턴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초고가 주택은 세금부담이 너무 무겁다. 일각에서 1가구 1주택,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트렌드가 나타날 수 있지만, 가격이 크게 오르기 힘들다. 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유동성이 많아 가격이 급락하지 않겠지만 약세는 불가피할 것 같다. 적어도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30대 집 사기’에 대해서는 부담을 덜어준다. 생애 최초 주택을 살 때 취득세 감면 기준이 현재 수도권 4억원, 전국 3억원 이하여야 하는데, 금액을 상향할지 여부는 세수를 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저가 주택은 재산세 부담도 줄여주고 대출규제도 덜어준다. 가령 무주택자들이 규제지역에서 5억원(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혹은 6억원(조정대상지역) 이하 주택을 살 때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를 10%포인트 우대한다. 30대들의 주택구매 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중저가 주택의 침체는 덜할 것이다. 이미 주택시장의 핵심축은 30대로 옮겨갔다. 요컨대 30대의 수요가 뒷받침되는 중저가 아파트와 초고가 아파트 간의 차이가 두드러질 것이다. 주택 시장에서 중소형이 주목을 받는 알뜰소비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


포인트 4│오피스텔 관심 끌 듯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로 집중되자 대체 투자처로 오피스텔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7·10 대책 이후 더욱 관심이 쏠린다. 7월 13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에서 오피스텔 1만5769건이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2010건)보다 31.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서울 오피스텔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1~5월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5312건으로 56.3%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린 측면도 없지 않다. 현재 오피스텔 취득세율은 4.6%. 다주택자에 붙은 취득세 8.12%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질 수 있다. 오피스텔은 LTV 등 대출 규제가 덜하다.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LTV를 40%, 조정대상지역은 50%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이 아니어서 최대 70%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오피스텔은 단기간 공급의 탄력성이 크므로 공급과잉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업무지구 부근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부 신도시에서 오피스텔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오피스텔도 입지를 잘 골라야 낭패가 없다는 얘기다.


포인트 5│매각이냐 증여냐, 선택의 기로

다주택자들은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보유주택을 양도할 때보다 증여할 때 세 부담이 덜하다. 다만 부모가 보유한 주택을 증여받을 때 취득세율을 올린다면 흐름이 다소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현재 증여 시 취득세는 단일세율로 3.5%(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 시 4.0%)를 부과한다. 전세나 대출을 안고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부담부 증여가 어려워질 경우 아예 현금 증여를 통해 자녀 주택 구매를 지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내 이름으로 집을 살 수 없으니 아예 증여 시기를 앞당겨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도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자신의 노후 준비보다 자녀 주택 구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중소형, 중저가 주택 거래는 앞으로도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 같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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