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붕괴했다, 나뉘었다, 다시 하나가 됐다’ ‘자유의 승리, 하나 된 조국’ ‘행운의 광휘 속에서 빛나다’

1990년 10월 3일 동서독이 공식적으로 통일을 선언한 날, 독일 주요 언론에 등장한 기사 헤드라인이다. 독일 사회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통일이 가져온 감동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기쁨의 눈물이 채 마르기 전에 현실의 삶이 문제가 된 탓이다. 경제 통합 후 6개월 동안 동독 지역 기업 40%가 문을 닫았다. 동독 지역 생산성이 서독 지역의 3분의 1 정도로 추정됐으나 이조차도 통일 이전의 임금 수준과 생산 조건에 기초한 것이어서 통일 이후에는 더 하락한 것으로 평가됐다. 임금과 생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과거 동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던 동독 지역 제조업의 탈산업화 현상은 1993년까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 일자리 3분의 2가 사라졌다. 동독 지역을 위한 투자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대느라 1992년에는 서독 경제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통일의 경제적 충격이 독일 경제 전체를 흔들었다.

생산성 제고에 앞서 생활 수준을 높여달라는 요구 때문에 경제 개혁은 지체됐고, 독일 경제는 ‘유럽의 환자’로 불리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2005년 동독 지역 공식 실업률은 18.7%까지 상승했다.

동독 지역을 비롯한 독일 경제 전체가 다시 회복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된 것은 2003년 독일 정부가 시작한 ‘아젠다 2010’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과도한 시장 개입과 고용 보호 강화 정책이 오히려 고용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훼손해 복지 지출과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시켰다는 분석에 따라 도입됐다.

진보 정당임에도 사민당은 노동 시장 개혁으로 유연성을 높였고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해 생산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했다. 세율을 낮추고 시장 진입 규제를 철폐하는 등 세제 개혁과 경제 활성화 정책을 시행했다. 노동 시장에 더 높은 유연성을 허용하고 과도한 사회적 비용은 제한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2006년 상반기 이후 사회보험료를 내는 일자리가 730만 개나 증가했다. 이후 동독 지역 실업률은 2019년 기준 6.4%로 하락했고, 서독 지역은 4.7%를 기록했다.

다만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내적 통일이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동독 지역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아직 서독 지역의 73%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성은 서독 지역의 85%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 간극이 여러 해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지속해서 동독 지역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R&D) 지원, 노동 시장 개혁, 우호적인 투자 환경 제공 등이 결실을 거두려고 한다.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경제 정책은 필패

실제 최근 동독 지역에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동베를린 지역에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생산 기업인 테슬라가 거대한 전기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화학 회사로 유명한 독일의 BASF는 브란덴부르크 지역에 배터리 부속 공장을 건설하고, 배터리 생산 업체인 중국의 CATL은 튀링겐 지역에 공장을 세운다. 동독 지역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노동력 부족을 걱정하고 있다. 동독 지역 주 정부들은 청년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주요 대학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10월 3일이면 독일이 정치적으로 통일을 공식 선언한 지 딱 30주년이 된다. 독일은 통일 직후의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고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를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적인 경제 통합에도 점차 성공해 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이 경제적 통일에 성공한 비결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시장 친화적인 경제 정책이다. ‘유럽의 환자’로 불리던 독일 경제를 고쳐서 고용과 투자를 증가시키고 동독 지역 소득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경제 정책 수립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례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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