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터널의 끝은 어디일까.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도 점점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탓에 전 세계 경제가 위험하다는 경보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25일(이하 현지시각) “실물과 금융시장의 괴리가 역사적인 수준”이라며 “선진국의 증시와 회사채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자산은 크게 늘었고 각국 정부의 재정 정책도 쏟아졌다. 시장에 풀린 돈은 가계와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경기 회복을 촉진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거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WB) 최고재무책임자 출신 베르트랑 바드레와 계산과학 전문가 오렐리 장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연결 고리’로 금융과 과학 분야 전문가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본다. 음모론, 정치적 미사여구, 오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전문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고 본 필자는 “전문가가 나서 강력한 규칙을 만들고 정부, 언론, 대중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베르트랑 바드레 (Bertrand Badré) 블루 라이크 언 오렌지 서스테이너블캐피털 최고경영자, 전 세계은행 최고재무책임자(왼쪽)오렐리 장(Aurélie Jean) 인 실리코 베리타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보스턴컨설팅그룹 고문(오른쪽)
베르트랑 바드레 (Bertrand Badré) 블루 라이크 언 오렌지 서스테이너블캐피털 최고경영자, 전 세계은행 최고재무책임자(왼쪽)
오렐리 장(Aurélie Jean) 인 실리코 베리타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보스턴컨설팅그룹 고문(오른쪽)

코로나19 팬데믹과 그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과거 수십 년간 선진국에서 정부, 공공·민간 기관 그리고 서로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는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불확실성이 클 때면 일반적으로 오르는 ① 금값도 최근 몇 달간 폭등했다.

신뢰도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현상은 놀랍지 않다. 현재의 위기는 전 지구적이며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애매모호하다. 공중보건 위기가 커지면서 실물경제는 붕괴했지만, 이와 반대로 금융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게 코로나19 팬데믹은 전문가 집단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비과학적인 음모론과 정치적 미사여구가 범람했다. 그러나 대중이 과학과 금융 분야 전문가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경제 및 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한다면 말이다. 이는 각국의 중앙은행, 국제 금융 및 보건 기구 그리고 학계 등에 대한 대중의 회의론을 해소하는 것을 말한다. 불신은 더는 포퓰리스트와 취약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인 중 30%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구실에서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으며, ② 35%는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겠다고 응답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지, 회복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월 양적 완화 정책의 하나로 시간당 20억달러(약 2조3282억원)의 자산을 매입했다. 이러한 정책의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자유낙하 중인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주식시장)는 얼마나 더 오래 중력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막대한 돈이 투입된 적은 없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양적·질적 재원을 동원함으로써 경제를 수호하는 금융의 힘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메인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간의 단절은 깊어졌고, 이에 따른 정치적 과제도 커졌다.

대중이 중앙은행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금융 시스템은 무너질 것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자유민주주의 역시 위태로워질 수 있다.

과학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경고를 할 수 있다. 과거에 오늘날과 같이 빠른 속도로 팬데믹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를 진행한 적은 없었다. 현재와 같이 많은 국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좇은 적도 없었다. 이는 흥미로운 현상이지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다이닝룸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다이닝룸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블룸버그

우선 의료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③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는 데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의료 전문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의료기관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대중의 불신을 정당화했다.

백신이 공평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히 분배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기후변화부터 불평등까지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가 필수적인데, 공중보건 위기를 막기 위해서 스마트 의료기기, 원격교육 시스템, 신약과 항생제 개발이 필요하다.

더는 대중의 신뢰가 잠식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금융과 과학 분야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은 투명하고 강력한 규칙을 만들고 정책 입안자, 언론인, 대중에게 의사 결정 과정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를 설명하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효과가 없는 일은 무엇인지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나 280바이트(트위터 글자 수 제한)의 사고방식이 범람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금융과 과학 분야 전문가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이 단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착각을 해선 안 된다. 완전한 재설계를 통해 기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대중과 전문가의 관계는 과학과 금융의 자치(自治)를 위한 블랙박스 모델(입력과 출력은 알 수 있지만, 내부 처리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것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모델)에 기반을 두어선 안 된다. 신뢰 회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신뢰는 휘발성이 강한 상품이다. 오늘날 위기로 가득 찬 세상에서 신뢰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통화에 대한 기피, 백신에 대한 거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외면이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인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고 예상 가능한 위기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Tip

8월 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7% 오른 2021달러(약 23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이 종가 기준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금 가격은 30% 넘게 치솟았다. 금값 전망에 대해서는 더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견해가 많다. 골드만삭스는 2300달러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500~3000달러를 각각 예상했다. 마이클 위드너 BoA 전략가는 “각국 중앙은행이 계속 금을 사들여서 금값 상승을 뒷받침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회사 갤럽은 7월 20일부터 8월 2일까지 18세 이상 미국인 7632명을 조사한 결과,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무료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답이 35%였다고 밝혔다. 1954년 소아마비 백신이 등장했을 때도 미국인의 약 31%가 백신 접종에 반대했는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보건 위기를 맞은 지금도 비슷한 비율의 미국인이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응답자들은 정치 성향, 인종, 나이, 거주지 등에 따라 백신 접종에 상당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야당인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접종하겠다”는 답이 81%에 달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47%만 “접종하겠다”고 했다. 또 18~29세 젊은층의 백신 접종 의향은 76%였지만 50~64세 장년층은 59%에 그쳤다. 백인과 비백인의 접종 참여 의사 역시 67%와 59%로 대조를 보였다. 대도시 거주자와 지방 및 농촌 거주자 역시 각각 65%, 56%로 차이를 나타냈다.

미 FDA는 6월 15일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허용했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긴급 사용을 취소했다. FDA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 것은 더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또, 심장 합병증 보고를 언급하면서 해당 약품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잠재적인 혜택보다 더 큰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그것이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해를 주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뚜렷한 근거 없이 ‘신의 선물’ ‘게임체인저’라며 극찬했다. 이어 5월에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난 일주일 반 동안 매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연 보충제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