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의 야망은 탐욕스러웠고 간섭을 용납하지 않았다. 부와 명예를 얻는 길에 부수적인 피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존 캐리루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그의 책 ‘나쁜 피(bad blood)’에서 언급한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의 모습입니다.

테라노스는 극소량의 혈액으로 250여 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학 키트 ‘에디슨’을 개발했다고 홍보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업 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원) 넘게 평가받았죠. 하지만 홈스의 주장과 달리 에디슨 키트는 질병 16종만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2018년 테라노스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됐고, 홈스와 그의 동업자는 법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수소차 스타트업 니콜라가 최근 사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2014년 니콜라를 창업해 제2의 테슬라로 급부상시킨 주역인 트레버 밀턴 회장이 돌연 사임하며 의혹을 키우고 있습니다. 논란은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이 니콜라는 수소배터리나 수소전기차를 제조할 기술이 전혀 없고, 조작해 만든 시제품과 자료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니콜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의료 벤처 기업 나녹스(Nano- x) 역시 미국 공매도 투자 세력이 제기한 사기 의혹에 휘말려 주가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나녹스는 반도체 기술을 토대로 싸고 성능이 뛰어난 디지털 엑스레이 촬영 기기 ‘나녹스.아크’ 상용화를 추진 중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나녹스가 제2의 니콜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1980년대 초반에 생긴 용어 중 베이퍼웨어(vaporware)가 있습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 미리 발표돼 엄청난 주목을 받지만 실제로 출시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리거나, 결국 출시되지 못하는 제품을 말합니다. 이러한 과장된 마케팅은 실리콘밸리를 정의하는 특징이 됐습니다. 니콜라와 나녹스도 요란하게 혁신을 외쳤지만 결국 베이퍼웨어를 만든 테라노스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두 회사는 미국 주식 직구 열풍을 이어 가는 ‘서학개미’와 국내 기업이 많이 투자한 기업입니다.


Reader’s letter

거품 증시서 모두가 살아남길

세계적 구루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로버트 J.실러 예일대 교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증시 거품에 대한 충고가 인상적이었다. ‘이코노미조선’ 지난 호 발행 이후부터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인데, 비이성적 과열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거품 상황에서 모두가 살아남기를 바란다는 로저스 회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김민성 직장인

Reader’s letter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경기는 안 좋은데 증시는 계속 강세인 이유가 궁금했다. ‘이코노미조선’이 명확하게 해답을 제시해서 좋았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가이드가 될 만한 전문가의 인터뷰도 유익했다. 거품은 언젠가 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기가 문제인 것 같다. 어떤 사건이 트리거(방아쇠)가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 유정수 직장인

Reader’s letter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투자해야

사실 ‘주식으로 많이 벌었다’는 주변 사람이 추천하는 종목에 최근 꽤 많은 투자금을 넣었다. 주가가 오르는 것에 흥겨워 액수를 늘릴까 하는 참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승장에 버는 것은 내 실력이 아니고, 거품이 언제 터질지 모르니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투자하라는 조언이 경종으로 와닿는다.

- 이선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