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바와 같이 여권의 총선 승리는 행정, 의회,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사법부에 대한 완전한 장악을 그들에게 가져다줬다. 이에 더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보수 정당으로 인식되던 제1 야당마저 한국형 기본소득 및 공정경제 3법의 통과를 주장하는 등 인기영합주의에 여념이 없게 만들었다. 공정경제 3법을 통해 여권은 집단 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선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도입 방안이 담겼다. 이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산해서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대주주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이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최대 주주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가족과 계열사 지분 약 20% 중에서 약 17%는 의결권이 부정된다. 이 결과는 올해 1월 기준 10.6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감사 선임에 있어서 최대 주주가 되고, 여기에 소액 주주나 해외 주주들이 동조하면 국민연금이 임명한 감사 또는 헤지 펀드가 추천한 감사가 선임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국민연금은 친정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위원회에 다수 임명했고, 그들이 고(故)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했던 전례가 말해주듯 정권의 의도에 따라 기업이 휘둘리게 된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의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및 사익편취 방지라는 명목을 내세운 내부거래 감시 기업 확대 방안 또한 기업에 대한 검찰과 반기업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의 남발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그러나 내부거래를 배임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은 경영자들에게 배임죄를 적용하지 않고, 구체적 재산권의 부당한 거래에 따른 횡령죄만 적용한다. 주요 유럽 국가들은 계열사 지원을 합당한 경영 판단으로 인정한다.

또한 비지주 금융그룹에 대한 별도 감시기구와 규제 법률을 만들겠다는 방안은 규제 공무원의 자리를 늘리려는 것이거나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을 옥죄어 삼성의 지배구조 해체의 압력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일이다.

더욱더 우려되는 것은 징벌적 보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다. 여권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기업에 대한 소송과 혐의의 역사를 돌이켜 보자. 라면 제조 회사들의 공업용 우지 사건부터 쓰레기 만두 사건, 라돈 침대 사건, 먹거리 X파일 사건까지 근거 없는 소동들은 결국 시간이 흘러 가짜 뉴스임이 입증됐음에도 중소기업들을 망하게 하고, 기업가들을 자살로 내몰고, 시장을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언론도 갈수록 선동적으로 변화하는 탈진실의 시대이고, 기업들은 협박을 일삼는 소위 시민단체들에 의해 억눌려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대기업이라면 죄가 나올 때까지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고 사법부 또한 계속되는 친노동 성향의 정치적 판단으로, 기업이 기대할 수 있는 언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경제의 정치화와 규제 권력의 무제한적인 비대화에 대해 경제계의 대응은 여야 정치인들을 찾아가서 읍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위적인 정부가 해체되고 경제민주화로 포장돼 규제가 강화돼 온 지난 수십 년 동안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나 일부 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학자들을 동원한 읍소 작전은 성공한 적이 없다. 정치 일정을 보면 앞으로도 경제계의 읍소에 정치권이 반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업이 자신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지키려면 이제 경제의 정치화에 대한 대응을 바꿔야 한다.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해야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의료보험 개혁을 공약하고 당선된 후 힐러리를 앞세워 이를 시도했지만, 경제계가 기업에 의료보험료를 강제하는 것은 바로 일자리 파괴로 연결된다는 대대적인 TV 광고를 내보내 막을 수 있었다.

정치권을 바꾸는 것은 논리와 애국심에 대한 호소가 아니다.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여론과 표의 향방이다. 공짜 점심은 어디에도 없다. 경제적 자유를 경제계가 지금처럼 공짜로 누리기를 기대한다면, 정치적인 예속화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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