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한국외국어대 졸업, 전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한국외국어대 졸업, 전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8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억1800만 대. 아직 지난해 같은 기간의 실적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유력 기업들의 플래그십(주력 상품) 모델이 등장할 시각이다. 아이폰과 갤럭시S 등 각사의 주력 모델들이 출시 효과를 누리는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입었던 피해는 반대로 기저효과가 되어 시장의 회복을 돋보이게 할 것이다.

이런 스마트폰 시장의 상승 모멘텀 속에서 특히나 기대되는 시장이 있다. 스마트폰 한 대당 평균 장착용량이 증가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회복하는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 바로 이미지 센서(CIS) 시장이다.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 이미지 센서 시장

듀얼 카메라가 막 시장에 등장할 무렵부터 과연 스마트폰에 여러 대의 카메라가 필요한가를 놓고 시장 한편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 들려왔다. 카메라는 한 대면 충분하다는 식의 ‘멀티 카메라 회의론’이 당시는 나름의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차별화가 어려워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멀티 카메라는 단 하나의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혹은 단 하나의 열위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 그렇게 카메라 수는 조금씩 늘어갔고 이제 평균 장착 카메라 수가 세 대를 훌쩍 넘어섰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카메라 수 늘리기 전략이 계속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메인·광각·망원 조합에 심도 카메라가 추가된 쿼드 카메라 조합에서 접사나 초망원이 추가된 펜타 카메라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네 대 혹은 다섯 대의 카메라를 장착하는 트렌드가 하이엔드(최고급) 시장을 넘어 일반 매스 타깃 가격대의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평균 장착 카메라 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카메라 성능에 민감한 인도나 중국 시장에서 멀티 카메라는 스마트폰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에 채용되는 카메라 수가 증가하면서 스마트폰의 원가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미디어인 테크인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의 갤럭시 S20울트라의 경우 전체 부품 원가에 무려 20%에 달하는 부분이 카메라에 할당돼 있다. 이는 배터리, 디스플레이, 램 등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은 물론이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보다도 더 높은 비중이다.

스마트폰 판매량 회복, 스마트폰 한 대에 장착되는 카메라 수 증가. 이 두 개의 명제가 곱해져 발생하는 모멘텀에 자율주행으로 이어지는 미래 비전까지. 우리가 이미지 센서 시장을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소니와 기술 격차는 이미 상쇄돼

이미지 센서 시장은 현재 압도적인 소니 1강 체제다. 삼성의 경우 아직 점유율이 소니의 절반 혹은 시기에 따라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니를 누르고 이미지 센서 시장의 1위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이지만, 몇 년 동안 점유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자신감이 지나쳤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아직 성패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첫 번째 이유는 압도적인 반도체 생산 역량 때문이다. 삼성은 세계 최대 수준의 디램 생산 설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이미지 센서 시장의 수요 역시 그만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최근 화성의 디램 라인을 이미지 센서로 전환하고 새로 구축한 평택 라인에 최신 디램 공정을 구축한 사례가 좋은 예가 된다.

반면 소니는 그렇지 않다. 기성 이미지 센서 기업들이 모두 겪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  센서만으로는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또다시 새로운 수요에 대비하기 벅차다.

2010년대 후반 이미지 센서 시장 수요가 급증하자 소니는 부랴부랴 설비 투자 금액을 늘리고 나가사키에 1조원을 투자해 설비 증설에 나섰지만, 추가 설비가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2021년까지 사실상 공급 부족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당장 공급 부족 사태를 모면하는 모습이지만, 앞으로 증가하게 될 이미지 센서 시장의 수요 증대에 소니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두 번째는 기술과 관련한 부분이다. 과거 소니를 이미지 센서 시장의 최강자로 만들었던 기술은 삼성도 함께 보유한 기술이 되어버렸고, 업계에서 가장 미세한 픽셀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업 역시 삼성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삼성은 1억 화소가 넘는 초고화소 센서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고화소가 무조건적인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화소 수를 높이면 반대로 단위 픽셀의 크기가 작아지고, 개별 픽셀의 수광량이 낮아져 이미지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삼성은 초고화소 구현에 따르는 문제들을 해결할 분명한 해답도 함께 가지고 시장을 공략한다. 대표적인 것이 여러 개의 셀을 하나로 묶어 수광량을 확보하는 픽셀 비닝 기술인데, 최근 등장한 센서는 무려 9개의 픽셀을 하나로 묶는 노나셀 기술까지 지원한다. 기술 격차는 상쇄됐고, 이제 차별화를 통해 소니의 자리를 잠식할 준비를 마친 삼성. 소니를 꺾겠다는 자신감은 나름의 명확한 근거 위에 세워졌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에 유리한 그림 그려져

이 게임의 성패를 가를 추를 쥐고 있는 주체는 중국 기업들이다. 애플과 화웨이를 가진 소니와 자사 물량이 있는 삼성, 결국 중국 기업들의 선택을 받아야 이기는 싸움이다. 다행히 최근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서 삼성에 유리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삼성 진영에는 샤오미가 있고 신형 GN1 센서 역시 비보의 선택을 받으면서 중국 스마트폰에 삼성의 이미지 센서 장착이 늘고 있다. 향후 화웨이의 몫을 삼성과 삼성의 센서를 장착한 중국 기업이 나눠 갖게 되는 만큼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향후 이미지 센서의 발전 방향은 픽셀 미세화와 초고화소 구현을 넘어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가 함께 실장된 적층형 3D 구조의 이른바 ‘인공지능(AI) 이미지 센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AI 이미지 센서의 핵심은 로직 반도체 설계 기술과 디램과 로직 반도체 이미지 센서를 하나로 묶는 적층 기술이다. 패키징 기술은 파운드리를 함께 운용하는 삼성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는 분야이고 적층 대상이 되는 디램과 로직 반도체 분야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이미지 센서 기술 패권 싸움은 점점 더 삼성이 유리한 지형에서 싸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

멀티 카메라 트렌드의 강화,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 비메모리 세계 1위를 천명한 삼성의 이야기가 조금씩 현실이 되는 시간. 미국 IT 기업들의 이야기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미래가 달린 이야기도 조금씩 결실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