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국 대선의 결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여느 때와는 달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초미의 관심거리다.

특히 최근 수년간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는 말이 횡행할 정도였다는 점을 되돌아보면 과연 그가 얼마나 현직 효과(incumbent effect)를 누릴 것이며, 마지막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이처럼 이번 미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데, 다른 나라 이야기는 제쳐 두고 한국 입장에서 봐도 특별한 일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미 대선 결과가 가져올 수출 환경의 변화가 가장 염려스러운 일이고, 한반도 정세에서는 북핵 문제와 남북 경협의 방향성이 좌우되는 등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우울한 전망이 아닌가 싶어 말을 꺼내기는 두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든 대항마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하든 두 사람이 제시한 공약에 근거하면, 누가 되든 한국의 수출 환경이나 북핵 문제 및 남북 경협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무역 정책에 관한 두 사람의 입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자국 보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바이든 측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기는 하지만, 무역협정을 안 지키는 나라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한편, 미국산 인정 범위를 강화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정책 기조를 확대해 나가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로부터 미국산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의 범위를 줄이는 정책인 미국산 인정 범위 강화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 국내 유턴)과는 달리 외국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 내 소재 부품 조달은 물론이고 생산기지 구축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우리 기업들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누가 당선되든 대(對)중국 정책에 대한 리스크도 여전할 것으로 우려된다. 바이든도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교역이나 인권 등과 관련해 중국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동맹국들과 연계해 대응해 나갈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및 그 지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당적인 사안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 우리로서는 여전히 큰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반도 정세도 극적 전환 가능성 작아

한반도 정세 및 남북 경협 환경 또한 극적인 전환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바이든은 아예 비핵화 성과를 확인한 다음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북 제재 유지는 물론이고, 남북 경협 재개도 그만큼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굳이 비교하자면 추가적인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둔 트럼프 대통령 쪽이 오히려 우리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이처럼 누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든 우리 입장에서는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힘들어지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이미 한국 정부도 시나리오별로 차고 넘칠 정도의 대책을 마련해 뒀으리라 생각하지만, 리스크 최소화와 그나마 기회가 될 요인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