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1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월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향후 몇 년 안에 세계에서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저스틴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 역시 중국이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봤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V’ 자 반등에 성공했던 지난 2분기에 이어 플러스 성장세가 더 강해진 것이다. 지난 2분기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했다. 이로써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주요 20개국(G20)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룬 나라가 됐다.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아시아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상황을 미국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에 차이를 보였던 점을 강조하며 “미국처럼 봉쇄 조치를 성가시게 여긴다면 더블딥(이중침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미 뉴욕대 경제학 박사,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원,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
미 뉴욕대 경제학 박사,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원,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 미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했던 것처럼 지금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선진국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세에 탄력이 붙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이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특히 중국을 악마화하기 부지기수인 미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는 분명히 다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월스트리트였고,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두 번의 위기 모두 미국보다 중국의 위기 대응 전략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는 점은 같다. 금융위기 발생 이후 5년간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한 중국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평균 8.6%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5년간 평균 성장률인 11.6%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는 2010~2014년 미국의 평균 GDP 성장률(2.1%)의 네 배 수준이었다.

중국의 팬데믹 대응을 통해 앞으로 몇 년간의 양상도 예상해볼 수 있다. ① 올해 3분기 GDP 관련 보고서는 중국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궤도에 빠르게 복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 3분기 중국의 실질 GDP는 지난해 3분기보다 4.9% 증가했는데, 이는 현재 중국에서 자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제 회복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다. 미국처럼 경제 성장률을 전년 동기가 아니라 전 분기 대비 연율(한 분기 성장률을 1년분으로 환산)로 환산하면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11%였다.

중국과 미국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두 경제 대국은 3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를 시행하면서 경기가 위축됐다.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1분기 중국의 GDP는 33.5% 떨어졌고 2분기 미국의 GDP는 31.2% 떨어지면서 비슷한 감소 폭을 보였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성장률 예측 모델인 ‘GDP나우’는 3분기 미국의 GDP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약 35%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이 봉쇄 조치 탓에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생각하면 환영할 만한 반전이겠지만, 중국의 반등세에는 못 미치며 ② 미국의 경기 정점이었던 2019년 말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중국 칭다오 시민이 10월 12일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AFP연합
중국 칭다오 시민이 10월 12일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AFP연합

하지만 봉쇄 조치 이후 경기 회복에는 실체가 없다. 실제로는 늘어난 고무줄이 다시 빠르게 줄어드는 현상과 유사하다. 진정한 회복 여부는 일시적 회복이 끝난 뒤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이 지점에서 중국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짰던 각본의 한 페이지를 참고했다. 당시 목표는 금융위기 충격이 초래한 부수적인 피해를 줄이기보다 충격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2008~2009년 4조위안(약 673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놨는데, 자국 시장의 ‘금융 감염’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오늘날 접근법도 유사하다. 중국은 무엇보다 엄격한 공중 보건 조치를 통해 자국 내 감염 확산을 막았고, 봉쇄 조치 이후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통해 급격한 회복세를 증폭시킬 수 있었다. 이는 경기 회복의 최전방 수단으로 공중 보건 조치 대신 통화 및 재정 정책을 들고나온 미국과 완전히 달랐다.

이는 중국의 ‘코로나19 우선 전략’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접근법’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공격적인 진단 시행 등은 코로나19 시대의 필수적인 규범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대한 정치적·대중적 반발도 없었다.

미국은 3차 유행을 겪고 있지만, 중국은 재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통제권을 발휘하고 있다. 예를 들면 최근 ③ 중국 칭다오에서 1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온 지 불과 닷새 만에 약 900만 명의 칭다오 시민에 대한 진단 검사가 완료됐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했음에도 앞으로 닥칠 일을 경고하기보다 만용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3분기 중국의 GDP 수치는 봉쇄 조치 이후에도 계속되는 미국의 상황과 더욱더 대조를 이룬다.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0월 중순까지 80만 건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9월 전국 실업률은 7.9%로 팬데믹 이전(3.5%)의 두 배 수준이었다. 재확산 조짐이 나타날 때마다 추가 경기부양책을 놓고 정치적 논쟁이 불붙으면서 미국 경기 회복을 주도했던 야성적 충동을 철저히 무력화했다.

올해 3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은 사실상 봉쇄 조치를 중단한 데 따른 결과이며, 관광·레저·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소비자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약세를 보인다. 엄격한 봉쇄 조치로 효과를 본 나라든 다른 나라든 공포와 조심성이라는 인간의 본성은 다르지 않다. 미국처럼 봉쇄 조치를 성가시게 여긴다면 코로나19의 긴 그림자는 더블딥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의 자생적 성장과의 명암은 더욱더 짙어질 것이다.


Tip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은 4.9%로 집계됐다.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1분기 통계 발표 이래 최악인 -6.8%까지 떨어졌다가 2분기 3.2%로 급반등한 데 이어 이번에는 5% 가까이 오르면서 확연한 ‘V’ 자 모양의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이 보고되기 전인 지난해 4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최초로 경제를 정상화한 나라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강도 높은 봉쇄 조치와 코로나 바이러스 2차 감염 파도와 싸우는 가운데 세계의 정책 결정자들은 수요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국의 견조한 회복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지난 2월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상황을 연구하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 경기순환위원회는 지난 6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역사상 최장기였던 128개월간의 경기 확장 국면이 끝났다”며 “지난 2월부터 경기침체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약 10년 동안 지속해 온 최장기간의 경기 확장세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종전 최장 확장 기간은 1991~2001년 120개월이었다. 연구소는 “과거보다 짧은 침체 기간일 수 있지만, 전례 없는 규모의 고용 및 생산 감소가 경기침체로 판단할 근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칭다오 당국은 10월 16일 오후 8시 기준 칭다오 시민 900만여 명을 포함해 총 1089만9914명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제외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10월 11일 칭다오에서는 3명의 코로나19 무증상자가 나오면서 중국 본토 내 발병자 56일간 제로 기록이 깨졌다. 이후 10월 12일 9명이 추가로 양성 진단을 받았다. 칭다오 당국은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은 12명을 모두 확진자로 분류했다. 칭다오 흉부병원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