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도 밀려 올라가는 거 아닌가요?”

요즘 지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셋값 인상은 초고가 주택보다 중저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주택 가격에 따라 전셋값이 매매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요즘 매매 시장은 비교적 잠잠하지만, 전세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임대차 3법으로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이 늘고, 재건축·초고가 주택 거주 요건 강화로 집주인들의 자가 거주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전세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유통 물량이 줄다 보니, 신규 진입자들의 매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집주인들이 4년치 전세를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고 나서면서 가격 부담은 더욱 커졌다.


2020년, 1989년과 비교해보니

그렇다면 향후 전셋값은 어떻게 될까. 일부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 후 2~3개월 뒤면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1989년 12월 30일 임대차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을 때와 달리, 기존 세입자는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990년 1~4월 24%가량 올랐다가 5월 하락세로 전환했다. 전세 시장은 1991년부터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안정됐다.

하지만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것과 2년에서 4년 연장하는 것은 영향력이 다르다는 분석도 많다. 물론 임대차 3법 시행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구조적 전세난의 시발점이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의 전세 시장 수급으로 볼 때 1989년보다는 전세난이 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 품귀로 인한 전세난이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세 품귀로 인한 전세난이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러다가 매매 가격도 오르나

전셋값이 모든 가격대 아파트의 가격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은 53.6%로 절반 정도였다. 4년 전인 2016년 6월 고점인 75.1%에 비하면 20%포인트 이상 낮다.

특히 초고가 주택일 경우 상향 압박은 약하다. 전세난에 집을 매수하기로 마음먹어도 전세·매매가 차이에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국민은행 시세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아예 담보대출이 되지 않는다.

전세난이 심해질수록 중저가·중소형 주택 가격에는 우상향 압력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권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해 강북, 수도권에 집을 장만할 가능성도 있다. 중저가·중소형 주택은 대출이나 세금 규제가 덜하고 30대의 수요가 꾸준해 ‘전세난 회피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동성 거품 경계해야

물론 전세난으로만 집값의 향배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른 변수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부동산 시장이 실물경기와 따로 논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 실물경기는 꽁꽁 얼어붙고 소비, 투자가 줄어 우리나라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아파트값만 크게 오르고 있다. 부동산이 실수요보다 투자재로 성격이 바뀌고, 유동성 세례가 벌어진 탓이다.

유동성으로 밀어 올린 아파트값은 실물경기가 뒤따르지 못하면 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을 구매할 때는 전세난 외에도 유동성 거품, 장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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