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사법연수원 37기, 변리사시험 39회
김태균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사법연수원 37기, 변리사시험 39회

최근 자동차 산업에서 정보기술(IT)과 관련된 특허 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이동통신 기술의 특허 침해가 문제 된 노키아와 다임러-벤츠 간의 소송에서 2020년 8월 독일 법원은 노키아의 손을 들어 줬다. 노키아, 에릭슨, 퀄컴, ZTE 등 통신 회사들의 특허 연합인 아반치(Avanci)가 자동차 제조사들을 상대로 특허침해 주장을 하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기술 사용 빈도가 증가하고 기술 개발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술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 간의 기술 분쟁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 간의 기술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 분쟁은 대부분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IP) 침해가 쟁점이다. 지식재산권이란 인간의 지식재산 즉, 지식의 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다. 지식재산 기본법 제3조 1호에서는 지식재산을 ‘인간의 창조적 활동 또는 경험 등에 의해 창출되거나 발견된 지식·정보·기술,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 영업이나 물건의 표시, 생물의 품종이나 유전자원(遺傳資源), 그 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내가 생각한 참신한 아이디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특허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특허는 아이디어 중에서 ‘발명’을 보호한다. 특허법상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높은 수준)한 것’으로 정의된다. 특허 제도는 새로운 발명을 세상에 공개하는 대가로 그 발명자에게 해당 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들은 그렇게 공개된 발명을 기초로 더 발전된 발명을 개발할 수 있다.

특허 제도는 이처럼 기술의 공개를 유도해 대중이 이용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어떠한 발명을 특정인이 영구적으로 독점하면 그것은 오히려 기술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발명에 대한 독점권은 일정 기간만 인정된다. 원칙적으로 특허출원일로부터 딱 20년이 되는 날까지 독점권이 부여된다.

자신이 개발한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즉, 특허 등록을 하거나 특허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발명 내용을 상세히 기재해 특허출원을 해야 한다. 새로운 발명을 공개하는 대가로 특허권을 주기 때문에 발명의 내용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구체적이란 해당 업계 종사자가 봤을 때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술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 간의 기술 분쟁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 간의 기술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 경쟁이 격화하면서, 기술을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 간의 기술 분쟁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 간의 기술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특허 청구항을 제대로 조율해야

발명자는 특허출원을 하면서 어느 범위에서 보호받을지를 반드시 정해야 한다. 그 범위를 정하는 것을 특허 청구항이라고 한다. 내가 개발한 발명이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독점하겠다고 정하는 것이다. 특허 청구항은 특허 등록을 통해 얻게 되는 독점적인 권리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로 등록될 자격이 있어야 하고 이를 특허청이 심사하게 되는데, 특허 청구항의 내용을 기준으로 그러한 자격이 있는지 본다. 특허 청구항의 범위를 넓게 할수록 그 독점권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특허권자에게 유리하다. 그런데 그 범위를 넓게 하면 특허로 등록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제대로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손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 실리콘 재질의 손잡이가 부착된 휴대전화 케이스’를 개발했다고 하자. 이 발명은 기존에 있던 휴대전화 케이스와 요철 부위가 있는 실리콘 손잡이를 결합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특허 청구항을 발명한 그대로 ‘요철 부위가 포함된 실리콘 재질의 손잡이, 위 손잡이와 결합한 휴대전화 케이스(1안)’라고 할 수 있다. 더 넓게 ‘요철 부위가 포함된 손잡이, 위 손잡이와 결합한 휴대전화 케이스(2안)’라고 할 수도 있다.

1안의 경우 손잡이가 실리콘 재질로 돼 있지만, 2안은 손잡이의 재질이 한정돼 있지 않다. 특허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위 예시에서 1안의 특허 청구항으로 등록된 특허보다 2안의 특허 청구항으로 등록된 특허가 그 권리 범위가 넓어서 더 가치 있다고 볼 수 있다.

로펌 현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특허 개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데 특허 청구항이 좁게 설정된 특허 10개를 가지고 있는 기업과 특허 청구항이 넓게 설정된 특허 1~2개를 가지고 있는 기업 중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는 기업일까? 특허 수보다는 특허 내용을 봐야 한다. 특허 수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는 특허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가 간과되는 경우가 잦다. 특허 하나하나에 대해 그 가치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지만,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특허가 모든 아이디어 보호하지 않아

또 중요한 점은 특허가 모든 아이디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연법칙을 이용하지 않은 것’은 특허의 보호 대상인 발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법칙이 아닌 인간의 심리적 작용을 이용한 것(최면술·암기법 등), 경제 법칙을 이용한 것(마케팅 방법) 등은 발명이 될 수 없으며 특허 등록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닌 아이디어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특허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문제가 됐던 것은 영업 방법, 즉 비즈니스 모델이 특허로 보호될 수 있는지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아이디어에 불과하고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 아니므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컴퓨터, 인터넷 등을 기초로 구체적인 기술로 구현되면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술로 구현’할 것인지가 문제이고 그 구현 방법에 따라 권리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끝으로 기술로 구현할 수 없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특허로는 보호받을 수 없다. 다만 기술로 구현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비밀로 관리하면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다. 또 어떠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상당한 투자나 노력이 투입됐고 타인이 그 성과물인 아이디어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해 금지된다.

영업 비밀의 보호와 부정 경쟁 행위에 대한 제재는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와 같은 출원·등록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해당 아이디어가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특허의 경우 특허 청구항으로 그 권리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지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는 충실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영업 비밀이나 부정 경쟁 행위로 보호되는 경우는 사안마다 따져봐야 한다. 보호 대상이 넓어질 수 있는 만큼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갖추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김태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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