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여진 연세대 경영학,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연세대 경영학,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해야 하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불복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공식적으로 당선을 확정하기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통과 의례로 실시하는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와 내년 1월 5일 미국 연방의회 선거인단 개표 결과 승인과 관련해서도 이변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당분간 국내외 주식시장도 미국 정치권 흐름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는 관망하고, 누군가는 기회를 엿볼 것이다. 투자자는 당장 어떤 이슈부터 주목해야 할까.

우선 소송과 재검표 가능성이 있다. 미시간주와 조지아주는 트럼프 캠프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신경 안 쓴다는 듯 펜실베이니아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위스콘신주에 대해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철저히 정치적인 행위다. 미국 각 주의 재검표 기준은 각기 다른데,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인 일부 지역에서는 재검표가 진행될 수 있다. 초접전 지역인 조지아주의 투표 결과도 원칙적으로는 재검표 기준에 부합한다. 증시가 소폭이나마 출렁일 수 있는 이슈다.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진행하려면 각 주가 자체 선거 결과를 확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12월 8일까지 모든 법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약 법적 문제가 지속해 선거인단을 뽑지 못하는 주가 나온다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 확보에 실패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하원에서 각 주의 다수 당 대표가 한 표씩 행사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지켰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에서는 주식시장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서 투자자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상원 다수당을 어느 쪽에서 가져가느냐다. 내년 1월 5일 상원 두 석을 놓고 결선투표가 열린다. 결선투표를 하는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이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는 ‘블루웨이브’가 성사되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다면 중간선거를 치르는 2022년까지 2년 동안 미국 의회는 숱한 분열과 충돌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 시장 관점에서는 이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의회가 분열되면 다수당이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각 분야 정책 리스크가 줄어든다. 시장 참여자에게 악재인 증세 위험도 줄어든다. 1950년부터 지금까지 S&P500지수 평균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조합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상·하원 과반이 달랐을 때’라는 역사적 사실이 의회 분열의 효과를 증명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미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 집행 시기와 규모도 투자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사안이다. 미 대선 이전 시장은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혼재된 가운데 큰 변동성을 보였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부양 규모를 놓고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5000억달러(약 555조원) 내외의 소규모 부양을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2조~3조달러(약 2221조~3332조원)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을 고수하고 있다.

양당 합의 소식만 전해져도 시장은 크게 환호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합의를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대선이 끝났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을 비롯해 연방 대법원의 오바마 케어 관련 심의, 상원 결선투표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내년 초까지는 부양책이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현재로서 예상 가능한 바이든 당선인과 민주당의 행보는 두 가지다. 공화당 의견을 받아들여 연내 소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거나 내년 1월 조지아주 결선투표 이후로 공화당과 협상을 미루는 안이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바이든의 승리로 급할 게 없어졌다.

10월 미국 고용 지표 호조도 민주당의 협상 여력을 높여준다. 조기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당장 소비 경기가 무너질 가능성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추가 부양책 지연이 가계와 기업의 연말 신용 리스크 확대로 이어져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한동안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사진 AF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한동안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사진 AFP연합

경기 부양책 규모·시기도 시장에 영향

최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초기 결과가 예상을 뛰어넘는 효능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져 시장이 크게 환호했는데, 이 뉴스도 미 정치 이슈와 연결해 지켜보는 게 좋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정복에 대한 열렬한 기대감은 집권당이 된 민주당에 호재이며 이는 추가 부양책 논의 속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화이자 소식이 나오기 전에도 시장 컨센서스는 ‘백신이 당장 개발되더라도 내년 하반기는 돼야 일반인에게 보급될 수 있다’였다는 사실이다. 바이든 당선인도 백신 보급에는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섣불리 ‘추가 부양책 지연’에 베팅하고 투자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실질적으로 백신의 수혜를 누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바이든이 공약으로 내세운 ‘인프라 및 친환경 투자 중심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은 의외로 빨리 시행될 수 있다.


공격적인 투자는 지양해야

끝으로 바이든 당선인이 향후 행정부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눈여겨보자. 대체에너지 등 바이든 공약과 관련된 수혜 업종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이 높아진 상황인데, 이는 어떤 성향의 인사를 선임하느냐에 따라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공화당이 상원 지배권을 유지할 경우 미국이 기후 변화 관련 주요 법안을 수정할 가능성이 작아지는데, 이때도 이미 급등한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투자는 어려운 일이다.

남은 2020년과 2021년 초 미국 정치권이 어떻게 흘러갈지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어쨌든 현재까지는 증시가 제법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며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숱한 리스크를 생각한다면 당분간은 시장에 너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베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겠다.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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