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고준석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PWM프리빌리지서울센터장

회사원 A(34)씨는 가난했던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을 힘들게 졸업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대학 시절 삼시 세끼를 주로 라면으로 때우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탓에 모든 것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회사에 입사한 뒤, 월급을 받으면 무조건 적금으로 모으며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다. 성실한 태도로 동기들보다 빠르게 대리 직함을 달며 앞서나갔다.

하지만 그는 종잣돈이 잘 모이지 않자, 적금을 깨고 월급과 상여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이너스통장까지 열어가며 빚을 내 주식 투자에 올인했다. 한동안 수익이 짭짤해 2~3년 정도만 잘 굴리면 내 집 마련도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회사 업무가 바빠지면서 주식 투자에 신경 쓰지 못하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탓에 종잣돈 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다. A씨는 앞으로 어떻게 자산 관리를 해서 내 집 마련을 할지 막막하다.

A씨의 사례처럼 2030세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해 돈을 벌지만 급한 마음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 쪽박을 차는 경우가 흔하다. 저축보다는 소비에 집착해 월급을 받았는데도 오히려 빚이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종잣돈을 모을 수가 없다.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직장인들은 입사하면 동기들과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 분명 재산 상태가 제각각이다. 평온하게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이 드물게 있지만, 은퇴만 생각하면 목덜미가 아프고 혈압이 올라간다는 사람도 많다. 종잣돈을 모으고, 내 집 마련을 하고, 은퇴에 이르기까지 자산 관리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하지만 2030세대의 경우에는 ‘자산 관리의 종착역은 내 집 마련을 거쳐 행복한 은퇴 생활’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자산 관리를 은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더 신중하게 투자하는 습관이 생긴다. 자산 관리에 있어 유혹에 흔들리면 내 집 마련뿐만 아니라 은퇴 준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030세대는 나쁜 소비 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괴테는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일갈한 바 있다. 목돈 마련의 최고의 적은 소비성 지출이다. 0.1% 금리에 신경 쓰기보다, 1만원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좋은 소비 습관은 작은 것부터 고칠 수 있다. 매일 마시는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줄이면 월 12만원, 연 140만원을 아낄 수 있고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으면 일 년에 1000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술값과 옷값에 드는 비용만 줄여도 절반은 성공이다. 계획을 세워서 소비하는 습관을 들이면 할인 행사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종잣돈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위험성은 있지만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원금을 손해 볼 수도 있다.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로 주식이나 투자 상품(파생 상품, 선물·옵션 등)에 집중적으로 자산을 굴리거나 관리하는 경우다. 공격형 투자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자산 관리 방법이다. 자칫 2030세대가 성급한 마음에 뛰어들었다가 종잣돈을 모으기보다 오히려 원금 손해를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둘째, ‘수익 안전성’을 추구하며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이다. 모든 자산을 위험성이 전혀 없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적금이나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다.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지만, 돈이 모이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성격이 급한 2030세대는 수익성 위주의 투자를 선호하거나. 투기성 투자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듯 위험성은 고려하지 않고 수익성만 좇아 투자하다가는 한순간에 모아뒀던 종잣돈을 날릴 수 있다. 종잣돈은 다소 늦더라도 원금 손실이 없는 방법으로 모으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수익성과 위험성을 적절하게 조절해 종잣돈을 모으는 방법이다. 원금 손실 위험을 감안하면서도 수익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자산을 위험이 덜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주로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으로 모은다. 여기에 낮은 수익성을 커버하기 위해서 자산 중 20~30% 정도는 간접 투자 상품(공모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수익성과 위험성을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2030세대는 원금이 보장되는 금융 상품으로 종잣돈을 모으고,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2030세대는 원금이 보장되는 금융 상품으로 종잣돈을 모으고,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사진 연합뉴스

내 집 마련 위한 종잣돈은 예·적금으로

2030세대의 경우 종잣돈을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으로 모으는 것이 좋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다. 주식 전문가가 아닌 이상 주식 투자를 통해 종잣돈을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적금으로 종잣돈을 모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렇게 종잣돈이 모이면 하루빨리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을 뒤로 미뤄둔 채로 주식으로만 자산 관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주식 투자와 내 집 마련은 분명 다르다. 주식은 무형의 투자 가치로 인식되고 관리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 상황에 따른 변동성까지 커서 기업 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은 주로 기관과 개미의 싸움이기 때문에 그 투자 위험이 큰 편이다. 코스피 지수가 올라도 개미들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반면 내 집 마련은 삶의 실제 거주 가치와 자본 수익이 있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정서적으로 안정감까지 더해 준다. 내 집 마련 이후에는 관리에 따른 시간 비용이 따로 들어가지도 않고, 주택 시장은 개인 간의 경쟁으로, 투자 위험이 적은 편이다. 내 집 마련은 투자를 떠나서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자산 관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청나라 건륭제가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라고 얘기하지 않던가. 매월 현금흐름이 존재할 때, 은퇴 뒤에 찾아오는 소득절벽에 대비해야 한다. 자산 관리에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불나방처럼 화려한 불빛만 쫓는다. 로또처럼 일확천금만 노리며 주식 투자에 빠져드는 식이다. 종잣돈을 빨리 모으기 위해 수익성만 쫓으면 은퇴가 더 늦어질 수 있다. 종잣돈은 위험이 적은 금융 상품으로 모으고,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

명심하자. 자산 관리의 원칙은 절대로 한 방을 노리지 않아야 한다. 또한 현재의 수익에 급급하지 말고, 내 집 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자산 관리의 첫걸음은 내 집 마련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종잣돈을 모으는 첫 번째 이유가 되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