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 대선이 종료됨에 따라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점차 걷히고 있다.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국제 금융시장도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다국적 제약 회사 화이자(Pfizer)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발표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그동안 침체 일로에 있던 세계 경제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이 두 가지 이벤트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약세를 보이던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비용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조금이나마 완화되고 있다. 금리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시장도 마찬가지로 금 가격이 하락하는 등 소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반면, 증시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개발·보급이 조기에 현실화한다면 우리 정부의 기대대로 분명 한국 경제의 회복 사이클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논외로 치부됐던 ‘V’ 자형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해도 좋을 법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염려스러운 점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을 하더라도 실제로는 경제 주체별로 회복력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른바 ‘K’ 자형 회복에 그쳐, 체감경기 회복 지연은 물론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기존의 대면접촉형 산업들이 크게 쇠퇴해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 물론 그 대신에 비대면 비접촉형 산업 즉, 이른바 언택트(untact·비대면) 산업이 부상해서 관련 부문의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전체 일자리 총량의 감소를 막아내진 못했다.

더군다나 정보기술(IT) 전문인력 등 일부를 제외하면 언택트 산업 부문에서 창출된 일자리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임금 수준이 높은, 이른바 좋은 일자리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경기 개선세가 확연해지면 산업 간 회복력 또는 성장력 차이가 축소되면서 전 일자리 총량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최근 국내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제조업 부문만 보더라도 그렇다.

수출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관련 부문의 업황도 개선되고 있지만, 전체 제조업 일자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경기 회복 체감도는 여전히 약하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경기 회복 체감도는 약하다. 사진은 거제도 옥포조선소.
제조업 일자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경기 회복 체감도는 약하다. 사진은 거제도 옥포조선소.

또 다른 위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

소득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래된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의 유무 여부와 상대적인 일자리 수준 차이 등으로 임금소득의 격차가 이미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이다. 자산소득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년간의 가격 상승 탓에 주택 유무에 따라 자산소득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시장은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그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곧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찬 기대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현 상황을 살펴보고 앞으로 다가올 리스크를 생각해보면 마냥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위기 극복 후 또 다른 위기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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