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1811년, 산업화와 자동화에 대항하는 사람들로 똘똘 뭉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영국에서 일어났다. 당시 노동자들은 공장에 등장한 낯선 기계를 파괴하며 일자리를 지키려 했다. 200년이 지난 지금, 러다이트 운동은 새로운 형태로 재등장했다. 자동화, 인공지능(AI), 기계학습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면서다. 기술의 진보가 일자리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철없는 러다이트’의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한 배경이다. 기술 진보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하는 낙관론과 사람이 하던 영역을 기계가 대신하며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론 간 논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미래의 노동’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기술적 혁신이 무조건 일자리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로 일부 일자리는 없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로 고용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필자 또한 “신기술이 지배하는 사회는 과거 산업 혁명에도 있었다”라며 우리가 숙고해야 할 과제는 저평가된 ① 프레카리아트의 고용 여건을 개선시켜주는 것이라 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 플랫폼 경제 속 악화하는 노동자의 고용 환경을 우려한 필자는 저숙련 노동자를 ‘필수 노동자’로 규정한다. 필자는 이들은 기술이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에도아르도 캄파넬라(Edoardo Campanella)마드리드 IE대학 변화거버넌스센터 연구원 겸 유로존 UniCredit 이코노미스트, 토리노대학 경제학·정치외교학 석사, 하버드대학 케네디 행정 대학원 공공행정학, 경제학, 국제관계학 박사, 전 세계무역기구(WTO) 이코노미스트, 전 이탈리아 상원 소속 이코노미스트
에도아르도 캄파넬라(Edoardo Campanella)
마드리드 IE대학 변화거버넌스센터 연구원 겸 유로존 UniCredit 이코노미스트, 토리노대학 경제학·정치외교학 석사, 하버드대학 케네디 행정 대학원 공공행정학, 경제학, 국제관계학 박사, 전 세계무역기구(WTO) 이코노미스트, 전 이탈리아 상원 소속 이코노미스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에서 저숙련 노동력의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디지털화한 노동 시장에서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아우르는 STEM 분야에서 활약하는 전문가처럼 높은 자격을 갖춘 직군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겨 왔다. 신기술로 일자리를 위협받은 사람들은 불안정한 정리해고, 인사 불이익, 삶의 수준 저하 등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어느 노동자가 ② 필수 노동자인지를 낱낱이 보여주며, 신기술이 저숙련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일부 뒤집었다. 저숙련 노동자로 대표되는 환경미화원, 쇼핑 도우미, 전기·수도공, 배달 노동자, 트럭 운전사, 버스 운전사 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가 돌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이들을 대신할 좋은 기술이 아직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필수 노동자들은 소프트웨어로 코딩되고 로봇에 의해 복제될 수 없는 상황을 대처하는 순발력, 체력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해내기도 했다.

저숙련 노동자가 신기술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과거의 산업혁명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최소한 기계를 감독, 유지, 보완하기 위해 인간 노동자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들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노동자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와 그들이 받는 임금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도전이었다.

신기술은 보통 저숙련 일자리의 영역을 일정 부분 함께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의 대부분은 그 자체가 기술 진보의 부산물이다. 기계공, 전기 기사, 배관공 그리고 통신 설치 업자들 모두 기술 혁신 영역에서 일한다. 세계의 기계, 전력망, 수도 시스템 그리고 인터넷망의 적정한 기능을 보장하는 것도 이들 노동자다.

혁신이 전통적인 노동 피라미드 구조를 완전히 뒤집어 놓지는 않는다. 몇 안 되는 높은 지위의 노동자가 저숙련 노동자를 관리한다. 기술 혁신이 바꾸는 건 노동 피라미드 구조의 구성 요소다. 반복적인 단순작업을 자동화로 대체하는 반면, 새롭고 더욱 섬세한 작업을 끊임없이 추가한다.

오늘날 겉이 번지르르한 많은 빅테크(Big-Tech) 기업은 사실 저숙련 노동자에게 크게 의존한다. 2018년 기준 아마존 직원의 평균 연봉이 3만달러(약 3323만원)보다 적었다. 직원 대부분은 창고에서 재고를 관리하거나 주문에 대응한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8년 테슬라 직원의 평균 연봉은 약 5만6000달러(약 6203만원)였다. 테슬라 직원의 3분의 1은 조립 공장에서 일한다. 2018년 페이스북 직원의 평균 연봉은 약 22만8000달러(약 2억5257만원)였지만, 이는 콘텐츠 관리에 투입되는 수만 명의 저임금 계약직 노동자를 배제한 수치다. 이러한 패턴은 특히 ③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긱 이코노미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이 실제 노동자가 수행하는 특정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양면 시장)을 제공한다. 우버의 콜서비스(ride-hailing)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이 회사들은 택시 운전사와 배달 노동자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10월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 배달원이 아마존 박스를 카트에 담아 이동 중이다. 사진 블룸버그
10월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 배달원이 아마존 박스를 카트에 담아 이동 중이다. 사진 블룸버그

“저숙련 일자리, 질 낮은 일자리로 동일시 말아야”

하지만 여전히 플랫폼 경제 가치사슬의 끝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직원이 아닌 이류 계층의 노동자 취급을 받는다. 앱을 디자인하고 업데이트하는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와는 달리, 이들은 작업 공간 보호가 거의 없는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마찬가지로 미래 기술 실업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인공지능(AI)은, 데이터 경제 조립 라인 구축에 기여하는 디지털 블루칼라 노동자 없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머신러닝(machine-learning) 알고리즘은 인간에 의해 분류되고 정리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진을 보고 사물이 ‘자동차’인지를 알기 위한 알고리즘을 위해 일반적으로 누군가 사진에 태그를 붙이는 사전 분류 작업을 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저평가된 저숙련 일자리를 질 낮은 일자리와 동의어로 취급할 수 있는 변명거리가 사라졌다. 오늘날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들이 고학력자가 아닐지라도, 많은 사람이 특정한 지식 영역과 기술에 숙달한 숙련된 기술자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이러한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재확립하고 이들이 새로운 사회적 계약을 체결하는 데 결정적일 것이다.

노동조합이 긱 노동자를 포함해 저평가된 노동자의 공정한 대우를 위해 힘쓸 수는 있다. 하지만 테크 기업뿐 아니라 모든 대기업이 저숙련 노동자의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하는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노동 구조 피라미드 가장 위와 가장 아래에 놓인 계층 간 급여와 복리후생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의 압박이 필요하다.

정부는 숙련된 기술자의 교육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가장 기본적인 업무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경쟁적인 노동 시장에서 실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혁신과 속도를 맞출 수 있다. 교육 방향은 다를지라도 전반적인 자원의 측면에서 저숙련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는 숙련된 직원에 대한 투자와 동등하게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형식적으로 격식을 덜 갖춘 (저숙련) 노동자들이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그들의 마진까지 밀어붙이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사업적 결정이다.


Tip

‘불안정하다(precario)’와 ‘무산 노동자(proletariat)’의 합성어다.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놓인 무한계약직 혹은 임시비정규직 노동자를 표현하는 단어로,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처음으로 주창했다. 인간의 노동이 대부분 AI로 대체된 미래 사회에서 임시계약직·프리랜서 형태의 단순 노동에 종사하면서 저임금으로 살아가는 계층을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필수 노동자의 범위가 새로 정의됐다. 필수 노동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의 생명, 안전,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한 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필수 노동자는 돌봄, 배달 및 택배, 보건의료, 환경미화 노동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필수 노동자를 ‘키 워커(key-worker)’로 부르기도 한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이 섭외한 단기 연주자를 부르는 데서 유래됐다. 요즘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계약하고 업무를 맡기는 ‘긱 이코노미’가 만들어낸 일자리를 ‘긱잡(gig Job)’이라 부른다. 긱잡은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선호되고 있다. 긱 노동자는 고용 불안, 임금 정체를 겪기도 하지만,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는 자유와 유연성을 보장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