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흥서울대 사법학 학사, 법학 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조 총괄연구관),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하태흥
서울대 사법학 학사, 법학 석사, 사법시험 37회, 사법연수원 27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조세조 총괄연구관), 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사람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자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6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져야 부자라는 사람도 있고, 일하지 않아도 현재의 소비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부자라는 사람도 있다. 세금의 측면에서 보면 부자의 개념은 더욱 명확해진다. 한 해 동안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하거나, 10억원이 넘는 상장주식을 보유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대상자의 범위에 들면 부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세금을 내는 것을 부자가 되는 구체적인 목표로 삼아 볼 만도 하다.

올해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는 74만 명으로 전년보다 15만 명 늘었고, 한 금융회사가 발표한 ‘2020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는 35만 명으로 전년보다 9.4% 늘었다.

부자가 돼 세금을 많이 내게 됐다면 기뻐해야 할 일인데, 사람들은 재산이나 소득이 늘더라도 세금을 좀 덜 낼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한다. 재산이나 소득이 똑같이 늘었음에도 남들보다 세금을 적게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만 분명히 해 두자면, 과세 대상인 재산이나 소득이 늘었음에도 신고하지 않는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불법 탈세라는 사실이다. 과세 대상이 생기지 않은 것처럼 허위 사실을 조작하거나 작성해 제출하는 것도 탈세이지 절세가 아니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덜 내려면 우선 세법을 잘 알아야 한다. 세법에 따르면 재산이나 소득의 절대적 가치가 증가했다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일정한 법적 형식에 따른 재산이나 소득 증가에만 세금을 매긴다.

일례로 상장주식 배당락일(배당 기준일이 지나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진 날) 직전에는 곧 받게 될 배당금이 주가에 거의 반영돼 있기 때문에 그 상장주식을 배당락일 직전에 양도하면 양도 차익의 형태로 배당금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는다. 대주주가 아닌 한 상장주식의 양도 차익은 비과세이므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반면, 배당락일 전날까지 상장주식을 보유해 배당금을 받을 권리를 챙긴 다음 배당락일에 곧바로 배당금 상당의 시가가 하락한 상장주식을 양도하면,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배당금은 과세 대상이므로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처럼 재산이나 소득의 증가라는 동일한 경제적 실질을 추구하면서도, 법적 형식상 과세하지 않거나 적게 과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절세의 목표다.


절세 vs 탈세 경계는 판례로 결정

법원 판례에서도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세금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식당에서 쇠고기를 사 먹으면 과세 용역인 음식점 용역이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쇠고기를 포함한 전체 가격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매긴다.

그러나 손님이 1층의 정육 매장에서 쇠고기를 사고 구이 시설과 채소 등만 제공되는 2층 식당에서 이를 구워 먹으면, 2층 식당에서 치른 구이 용역 대가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가 과세될 뿐, 1층에서 별도로 산 쇠고기는 면세 재화이므로 부가가치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대법원 2012두28636 판결). 판례는 이런 상황을 “납세 의무자로서는 조세법률주의의 토대 위에서 조세의 부담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거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것이 위법한 거래로 평가되지 않는 한 납세 의무자의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과세 관청도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과세 관청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갖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삼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실질과세 원칙이라고 한다. 우선 과세 관청은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과세를 시도하게 된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납세 의무자가 존중받을 수 있는 법적 형식인지, 어디까지가 실질과세의 원칙상 과세 가능한 경제적 실질인지 하는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심리를 거쳐 법원이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과세 관청에는 또 다른 무기가 있다. 과세를 위한 새로운 입법을 하는 것이다.

일례로 판례는 고객이 원화를 예치하되 은행과 엔화 스와프(통화 교환) 계약을 맺고 만기 시에 이자에 상응하는 환율로 체결된 선물환 계약에 따라 원화를 돌려받는 계약을 한 경우, 정기예금의 이자를 받는 듯한 경제적 실질을 갖더라도 이는 선물환 이익일 뿐 소득세법에서 정한 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후 과세 관청은 2012년 7월 1일 소득세법을 개정해 이런 거래가 결합해 발생하는 이익을 이자소득으로 보는 규정을 새로 마련해 현재도 과세한다.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고지되면서 고지서를 받아든 종부세 대상자들이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진은 11월 25일 서울 송파 지역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고지되면서 고지서를 받아든 종부세 대상자들이 로펌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진은 11월 25일 서울 송파 지역 아파트. 사진 연합뉴스

정책적 규제 목적 위한 세금도

또한 세금이란 담세력(조세 부담 능력)의 향상에 대해 매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책적 유인을 제공하거나 정책적 규제를 도모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65세 이상 등 특정한 대상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종합저축이나 10년 이상 장기저축보험은 정책적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1가구 2주택 이상 중과세율 적용은 정책적 규제를 위한 수단이다.

이런 경우 절세의 목표와 방법은 분명하다. 정책적 유인 대상인 거래를 하거나 정책적 규제 대상인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세법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세법이 허용하는 절세 방법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거나, 세법이 허용하는 절세 방법이라 생각하고 행동했음에도 예상하지 못한 과세 리스크에 처하게 되는 경우다.

최근 로펌 현장에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과표가 많이 올라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담이 많다. 우선 보유한 다주택의 일부를 처분하는 경우다. 다주택자의 경우 마지막으로 처분하는 1채만 1가구 1주택 비과세 대상이고, 나머지는 모두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처분 순서를 달리하면 일시적 2주택 규정 등을 활용해 두 채까지도 비과세될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인 경우에도 증여세 면제 한도인 6억원 범위 내에서 배우자에게 지분 증여를 하기도 한다. 이 경우 10년 내 사전증여가 없는 한 6억원까지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 것은 맞다. 그런데 내년부터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도 고령자·장기보유자 종합부동산세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현행 과세 실무는 종합부동산세에 관한 고령자 세액공제나 장기보유 세액공제는 해당 주택이 단독명의로 돼 있을 때만 적용되고, 부부 공동명의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세금을 줄이려다 의도하지 않게 세금을 더 내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법 어렵다면 전문가 도움받아야

이처럼 절세의 핵심은 절세가 가능할 것 같은 방법을 무턱대고 취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가져올 세무 효과가 어떤 것인가를 사전에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어떠한 법적 형식이 가능한지, 그 법적 형식에 따른 세무 효과는 어떻고 어느 것이 가장 유리한지, 그것이 과세 관청에 의해 부인될 여지는 없는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또 과세의 위험성이 있더라도 법원 불복을 통해 다투면 구제받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그 법적 형식에 수반되는 다른 세무 효과는 무엇인지 등을 사전에 자세히 검토하는 것이 절세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이다. 세법이 어렵고 제대로 알아볼 시간이 없다면, 섣불리 행동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후 결정하는 것이 시간과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