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전 세계에서 제2, 제3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나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 열기는 뜨겁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처음으로 3만을 돌파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올해 여러 차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친 주식시장’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아스트라제네카·모더나·화이자 등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면서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11월 들어 보잉(45.9%)·아메리칸익스프레스(30%)·셰브론(25.4%)·허니웰인터내셔널(23.6%)·월트디즈니(22.1%) 등의 주가 상승 폭이 컸는데, 대부분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항공, 물류, 석유, 항공우주 시스템 개발 등의 사업을 하는 회사다. 시티그룹은 “투자자가 하락 위험을 걱정하는 데 관심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투자자는 비이성적 열기에 빠진 걸까, 합리적인 투자를 하는 것일까? 필자들은 주식 가치의 핵심이 되는 저금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한다. 주식 평가 가치와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해 개발한 ‘초과 경기 조정 주가 수익 비율(ECY)’에 따르면, 3월 이후 투자자들이 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기록이 연일 새로 쓰이는 상황에서 세계 증시가 무너지지 않은 건 의문이다. 하지만 이는 ‘수수께끼’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초과 경기 조정 주가 수익 비율(ECY·Excess CAPE Yield)이라고 부르는 지표가 장기적인 증시 전망을 더 나은 관점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심리적 요인과 내러티브(서사)로 움직인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이 “친숙함은 호감을 부른다(Familiarity breeds liking)”라고 했고, 올해 1분기에 코로나19 충격 이후 여러 친숙한 서사가 세계 증시에 등장했듯 말이다. V 자 회복과 ① FOMO(Fear of Missing Out)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V 자 회복은 침체 이후 급격한 반등을 말하고, FOMO는 ‘나만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두 서사가 주식시장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돈을 꺼내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거나, 침대 매트리스 아래 넣는 걸 고려하지 않았던 이유가 과연 이런 서사 때문일까? ② 경기 조정 주가 수익 비율(CAPE·Cyclically Adjusted Price Earnings Ratio)은 장기간에 걸친 주식시장의 실질 수익률을 나타낸다. CAPE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적용한 현재의 실질 주가를 10년간의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CAPE가 높으면 장기적으로 실질 수익률은 낮은 경향이 있고, CAPE가 낮으면 그 반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CAPE는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11월 미국 CAPE는 33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수준을 웃돌았을 뿐 아니라 2018년 1월 기록했던 최고치(33)와 같았다. 미국 CAPE가 30 이상이었던 시기는 192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뿐이었다. 중국의 CAPE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높다. 미국과 중국 증시는 기술과 통신 서비스, 소비재 부문에 치우쳐 있는데, 모두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서사의 혜택을 받았다. 중국과 미국이 다른 국가보다 CAPE가 높은 사실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유럽과 일본의 CAPE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장기적인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은 기술, 통신 서비스, 소비재에 대한 노출도가 낮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 30 산업평균지수가 11월 24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3만 선을 돌파했다. 사진 AP연합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 30 산업평균지수가 11월 24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3만 선을 돌파했다. 사진 AP연합

금리 고려한 ECY는 사상 최고 수준…주식은 매력적인 자산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CAPE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전통적인 금융 이론에 따르면, 금리는 가치 평가 모델의 핵심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다른 투입 변수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평가 모델에 사용된 할인율은 감소하고 주식 가치는 상승한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주가와 CAPE 상승을 설명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이유다.

금리는 주식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표다. 이런 효과를 감안하고 주식을 채권과 비교하기 위해 우리는 ECY를 개발했다. ECY는 주식의 가치와 주가의 현 수준을 모두 고려한다. ECY를 계산하려면 CAPE를 반전시켜 수익률을 구한 다음 10년 실질 금리를 빼면 된다. 이 지표는 장기적인 가치와 금리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데, 수치가 높을수록 주식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미국의 ECY는 CAPE(3%)에서 파생된 4%다. 10년 실질 이자율(-1%)을 차감해 도출한 결과다.

세계 주요 5곳의 지난 40년간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우리는 놀라운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지역의 ECY는 최고치에 도달했고, 영국과 일본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ECY는 거의 10%이고 유럽과 일본은 약 6%다. 중국의 경우 지난 40년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ECY가 약 5%로 다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채권보다 주식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글로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ECY가 이렇게 높았던 시기는 1980년대 초가 유일했다. 당시에는 저평가와 고금리, 인플레이션으로 증시가 침체했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와는 정반대 상황이었던 셈이다. 당시 글로벌 5개 지역의 CAPE는 10대 후반 수준이었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효과적인 백신이 나타나면 곧 끝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ECY를 통해 주식이 상대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는 FOMO 서사를 정당화할 수 있고, 3월 이후 주식을 강하게 선호하는 투자자의 행동을 설명할 수도 있다. 채권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으며, 주식 가치를 수익률과 함께 재설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리스크(위험 요인)와 높은 CAPE에도 현시점의 주식시장 밸류에이션(가치)은 일부의 생각처럼 터무니없는 게 아닐 수도 있다.


Tip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 상승세의 원인 중 하나로 ‘FOMO’를 꼽는다. 원래 이 말은 심리학 용어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나 다른 사람과 연결되지 못할 때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상승기 때 혼자 뒤처질 수 없다는 두려움을 뜻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 증시도 올해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를 도입해 개인 투자자가 많이 모이는 찰스 슈왑이나 로빈 후드 같은 플랫폼의 경우 최근 수백만 개의 계좌가 개설됐다. 미국 개인 투자자 협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개인 투자자의 11월 비중은 55.8%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들의 거래 활동은 지난해의 두 배로 증가했다.

경기 조정 주가 수익 비율(CAPE)은 주식시장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통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하게 예측했고, 이를 응용해 미국에서 주요 20대 도시 주택 가격 지수로 발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 실러 주택 가격 지수도 만들었다. 이 지표를 고려하면 최근 미국 증시는 과열 수준이다. 미국 투자 정보 매체 멀티플에 따르면, 11월 30일 오후 4시(현지시각) 기준으로 미국의 CAPE는 33.1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20년간 미국의 CAPE 평균치는 25.6이었다. 이 기간 최고치는 2000년 1월(37.3)이었고, 최저치는 2009년 3월(13.3)이었다. 이 지수가 30 선까지 치솟은 건 대공황의 시초가 됐던 1930년 ‘검은 화요일’과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닷컴 버블’ 때다. 다만 실러는 이 칼럼에서 저금리를 고려한 초과 경기 조정 주가 수익 비율(ECY)을 고려하면 현재 주식의 가치는 매력적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