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 첫 주가 지났다. 이맘때면 누구 할 것 없이 마음만 바쁘고, 다가올 새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시작과 끝이 온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인 2020년. 새해 유별나게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가지기보다는 올해보다는 조금이나마 덜 힘든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최근 한국 경제 여건만 두고 본다면 2021년은 불안감보다는 희망과 기대를 좀 더 크게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가장 염려가 되는 코로나19는 본격적인 백신 보급을 앞두고 있어서 어쩌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수출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더할 수 없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유리하게만 해석된 면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들어 수출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르는 반사이익이 타 경쟁국에 비해 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침 12월 1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소식은 시장 분위기를 좀 더 전향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비록 기존 전망치에서 0.2%포인트 정도 상향 조정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 의한 충격이 우려만큼 크지 않았고, 회복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고 하니 이만한 호재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은행의 전망처럼 기저효과 덕분이든 어떻든 내년에 3% 정도 성장해 준다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 궤도로 복귀하는 셈이 되니 이 또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도 우리 경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제 각 부문은 물론이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558조원에 이르는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기지 않고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이번 예산에는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추가예산과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예산안이 포함돼 있어 소상공인을 포함한 취약 계층에는 위기 극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기대들만 충족되더라도 내년 우리 경제와 국민 개개인의 삶은 많이 나아질 것 같다.


한국은행은 12월 1일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GDP)이 2분기보다 2.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속보치(1.9% 증가)보다 0.2%포인트 오른 것이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12월 1일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GDP)이 2분기보다 2.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속보치(1.9% 증가)보다 0.2%포인트 오른 것이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전반적인 내수 경기 사이클 개선돼야

문제는 통계로 보이는 우리 경제 여건 개선 기미가 시장이 가지고 있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늘 이야기하듯 시장이 경기 개선을 체감하려면, 소위 ‘아랫목 경기’까지 온기가 돌아야 한다. 그것이 기업 업황 개선에 따르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든 아니든 큰 시차를 두지 않고 국내 일자리와 가계 수입은 물론 소비까지도 증가하는 전반적인 내수 경기 사이클의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서 경험한 위기극복 과정을 돌이켜 보면,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맞을 경기 회복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거나 시차가 벌어질 경우 결국에는 시장이 가졌던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할 것이고, 이는 정책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가 지금까지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다 코로나19 때문이다”라고 시장을 이해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때도 아니다. 시기적으로 매우 촉박한 상황이라는 경각심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모쪼록 내년에는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