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여전히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불경기는 우리가 과거에 경험한 불경기와 매우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치솟는 국내외 주가가 말해주듯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백신이 개발되면서 이 불경기는 곧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도 득세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곧 끝날 것으로 보이는 어려움은 경제 심리에 전혀 다르게 작용한다. 특히 과거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경제 인프라인 기업과 금융산업의 붕괴라는 구조적 변혁을 초래했지만, 이번 위기는 그러한 피해는 아직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속한 반등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를 신중하게 파악해보는 자세다.

팬데믹이 초래한 첫 번째 변화는 ‘스크린 경제’로 급속하게 이전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기업의 출장과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스크린 경제 강화는 팬데믹 시작 시 예측한 대로 급속하게 진행됐다. 올해 미국의 피크 타임 인터넷 사용량은 전년보다 최대 51% 급증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수요는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산업이 강한 우리나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들과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근로자들 간의 소득 격차가 확대하고 있고, 중장년보다는 청년들의 경제적 충격이 커 세대 간, 직업 간 소득 격차에 따른 사회불안도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과 신용에 큰 변화가 예상돼 기업들은 고객의 소비 능력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 변화는 비접촉 상거래와 지불결제가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팬데믹 시작 후 8주간 미국의 전자 상거래 고객의 증가는 지난 10년간의 증가를 능가했다. 오프라인 상점의 고객도 비접촉 창구와 비접촉 지불수단을 쓴다. 우리보다 전자결제 수용이 훨씬 뒤지는 미국에서도 오프라인 상점을 방문하는 고객 중 60%가 현금이 아닌 전자결제, 특히 비접촉 결제 방안을 수용하고 있다. 이는 종업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한 기업의 선택과 소비자들의 선택이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 기술을 넘어 안전 기술이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경제적 불안감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져서 현금 보유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고액권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현금의 수요는 늘었는데 지불 수단은 전자 수단을 쓰고 있어 화폐 기능의 역할 분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에 기업들은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채널로의 이전이 모두 자발적인 것은 아니고, 백신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오프라인의 반격이 강하게 진행될 것도 기업들은 염두에 둬야 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캡제미니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건강에 관한 수요가 급증했고 여행과 외식 등 그간 억눌려 있던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다.

아울러 팬데믹은 글로벌 교역을 정체시키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하는 현상이고 팬데믹 충격이 지나도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낮은 상태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택근무와 유연 근무는 팬데믹 이후에도 기업들과 근로자들에게 모두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서 유연 근무에 따른 도심 탈출이 지속하고 있어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예상되고, 이를 통한 경제는 비싼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인력들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더 효율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는 충격이 있을 때 너무 쉽게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을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충격이 있으면 언제나 작용과 반작용 때문에 충격이 흡수되고 원래 추세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엄연한 역사적 교훈이다.

여러 변화 중 일시적인 것과 항구적인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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