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때가 때인지라 모두 과거 어느 해보다 많은 위로와 덕담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경험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인지상정이다. 한편으로 최근 수년간 우리 경제가 경험한 바를 되돌아보면, 불행히도 지금은 한가하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대내외 평가의 대부분이 당면한 위기를 잘 넘겨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가 기대된다는 것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많은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자꾸 미뤄져 오히려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더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미 수많은 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난과 가격 상승 등이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경우는 주무 부처 수장이 바뀌면서 시장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정책이 쏟아질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다.

고용 시장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급격한 일자리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경기 개선 과정에서 창출될 소규모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더 심화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미뤄져 왔던 좀비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이 조만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데, 이 또한 단기적으로는 실업 증가와 가계 소득 감소, 지역경제 악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미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넘어선 가계 부채는 향후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자산시장에 조그만 균열이라도 발생한다면, 언제든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 부채도 문제다. 지금 당장은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대내외 신뢰도가 하락하는 순간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올해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시기다. 국내 양대 도시 수장을 새로 뽑는 보궐선거가 있고, 그 이후에는 곧바로 대선 이슈가 우리 사회를 뒤덮을 가능성이 크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하나라도 더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기든 중장기든 모두가 염려하고 해결되길 바라는 많은 이슈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묻혀버리거나, 고통스럽고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일방적인 정책 의사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

이 밖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발생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군다나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도 큰 걱정이지만, 도대체 한국 경제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또 갈 것인지 염려스럽고 불안해지는 것도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는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실천해야만 하는 중요한 기로에 놓인 때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한 많은 경제 정책의 빛과 그림자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제 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보편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아무쪼록 올해는 문제 해결은커녕 상호 갈등과 반목만 유발해 왔던 최근 수년간의 ‘제로섬(zero sum) 로직’에서 벗어나 우리 경제와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진정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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